VILLIV

SPACE|도시, 커뮤니티, 코워킹

신개념의 주택을 위해

퓨처 리빙 매거진

Text | Eunah Kim
Photography | SPACE10

지난 2018년 10월 12일, 파리에서는 인터내셔널 공유 주거 컨퍼런스 ‘코-리브 서밋’이 열렸다. 2017년 샌프란시스코에서 발족한 이래 두 번째다. 각종 스타트업과 부동산 개발회사, 투자 회사, 정책과 법안 연구자들이 한대 모여 미래 도시 주거에 대한 논의를 펼친 이 자리에서 이케아의 크리에이티브 싱크탱크로 알려진 스페이스10은 그들이 발행하는 매거진 의 공유 주거 이슈를 최초로 공개했다.








“세계 인구는 그 어느 때보다 더욱더
팽창하고 있습니다. (중략) UN은 2050년이면 추가로
25억 명의 인구가 도시로 유입될 것이라 내다봤습니다.
즉 전 세계 인구 10명 중 7명은 도시에 살게 됩니다.”
- <이매진: Exploring the Brave New World of Shared Living> 서문 중 -



가장 지속적인 삶을 안겨줄 솔루션
매거진은 전에 없던 도시 팽창 시대의‘공유 주거’를 단순히 생활비 절감을 위한 수단이 아닌 모든 이해 관계자에게 가장 지속적인 삶을 안겨줄 솔루션으로 바라본다. 도심 속 밀레니얼들을 중심으로 한 팬시한 공유 주거가 하나의 트렌드로 보이는 가운데, ‘저소득층의 삶의 질 개선’을 위시해 더욱 포괄적이고 현실감 있는 공유 주거까지 내다본다는 것이 콘텐츠의 핵심이다.
석기시대부터 20세기 코뮨까지 존재해왔던 공유 주거는 전에 없던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다만 2차 세계 대전 후 비교적 저렴하고 획일화된 공간 구성의 보급형 주택이 생겨나는 과정에서 약해졌던 고리가 인구 고령화와 도시 팽창의 시대를 만나 새로운 솔루션으로써 모색되고 있는 것. 특히 2050년이면 80세 이상의 인구수가 현재의 3배가 넘는다는 연구 결과나, 가까운 인간관계가 없어 겪는 우울함이 비만이나 흡연보다도 건강에 더 큰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는 공유 주거가 단순히 비용 절감만을 위한 대책이 아님을 상기시킨다.









공유 주거의 뚜렷한 트렌드

매거진이 말하는 최근의 공유 주거에는 두 개의 뚜렷한 트렌드가 있다. 한 축은 위리브, 커먼, 더 콜렉티브처럼 주로 젊은 크리에이티브를 대상으로 한 공유 주거 브랜드들로 가구와 서비스를 입주자가 제공받는 형태다. 이들은 해피아워, 코미디 나이트 등의 소셜 이벤트로 네트워킹을 도모하고24시간 컨시어지 서비스를 받으며 주로 집세가 비싼 대도시에서6개월가량의 단기 거주용으로 각광받는다. 또 다른 한 축은 커뮤니티가 중심이 되는, 이른바‘바톰-업’ 방식의 공유 주거가 있다. 주로 북유럽과 서유럽 지역에서 보이는 형태로 주거 시설의 인원 규모는10명부터 수백 명까지 제각각이지만 대부분 입주자가 부지의 공동 매입부터 건축까지 깊숙이 관여한다. 코펜하겐 외곽의 랑게 엥Lange Eng이나 베를린의 바우그루펜 Baugruppen이 대표적이다. 2009년 완공된 랑게 엥은 2006년 건축가 로라 주빅 Laura Juvik이 주축이 되어6명의 작은 그룹을 꾸려 함께 융자를 받고100채를 지을 허가를 받은 뒤 희망 거주자를 모아 공청회를 여는 등의 과정을 거쳤다.

그 밖에도 다양한 세대의 타인이 한 지붕 아래 살아가는‘세대 간 주거 Inter-generational Living’도 눈여겨볼 만하다. 네덜란드의 시니어 타운 하우스 후마니타스 Humanitas는2012년부터 지역 젊은이들에게 문을 열고 한 달에30시간씩의 자원봉사를 하는 조건으로 한 달간 빈방을 제공하는 식으로 주택을 운영 중이다. 몸이 불편한 시니어와 생활 주거비를 감축하고 싶은 젊은이들의 니즈를 접목한 것이다. 장년 여성을 위한 여성 전용 공유 주거 시설도 있다. 2016년 문을 연 런던 북부의 디 올더 위민스 코하우징 The Older Women’s Co-Housing Community(OWCH)은50세 이상의 여성이25채의 아파트에 따로 또 같이 모여 살며 너른 앞마당을 공유한다.





<이매진> 이번 호를 위해 런던의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 학생들이 그린 2030년의 공유 주거 일러스트레이션




공유 주거의 성장세가 둔감한 이유

공유 주거 공간이 여전히 예상만큼 많이 생기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매진>은‘기존 패러다임’이 아닌 형태의 주거 개발 사업을 위해서는 파이낸싱, 설계, 디자인, 공사 진행 과정 모두가 변화해야 하는 이유를 꼽는다. 가장 큰 문제는 현재 대도시의 주거 시장은 충분히 과열돼 있기에 새로운 디자인을 모색하는 것에 대한 인센티브가 없다는 것이다.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이익을 최대화하는 기존의 투자자-개발자 구도에서는 커뮤니티가 함께 소유하는 신개념의 주택에 흥미를 갖기 어렵다. 새로운 투자 구조와 비즈니스 모델이 정립되고 지역 개발의 법규부터 정비될 필요가 있다. 또한 효율을 앞세운 전통적 가족 중심의 설계 또한 다양한 삶의 형태를 고려해 더욱 유연해져야 하며 시설을 관리하고 운영하면서‘공동 소유권’의 개념을 어떻게 적용할지에 대한 논의도 남아있다. 건축가 찰스 베사드 Charles Bessard는 정치적인 차원에서의 이니셔티브가 무엇보다 먼저 논의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정부 차원에서 일정 부분 공동 주거를 장려하는 움직임을 취하는 것. 이를테면 땅의 매입 프로세스를 확대해 전문 개발업자뿐 아니라 커뮤니티나 소규모 자치 그룹 규모로도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하거나 새롭게 개발되는 부지의15% 정도는 기존과 다른 형태의 실험적 주거 형태, 혹은 공유와 지속 가능성에 중점을 둔 곳에 할당하는 식이다. “현재의‘투자자 중심’의 주택 시장에서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다양성을 도출해내지 못합니다. 형태와 건축적 측면에서의 다양성은 확보할 수 있을지 모르나 이는 새로운 유형이나 삶의 방식을 담지는 못하니까요. 소유권에 관해서도 소유하거나 렌트하거나 하는 두 가지의 한정적인 선택지만 존재하는 것도 문제입니다”라고 찰스 베사드는 말한다.




“하루하루의 삶의 비용을 이렇게 들여다보는 건 어떨까요.

집의 역할을 쪼개거나 합하고 농축해서 통합적인

서비스 개념으로 치환해보는 겁니다.”




매거진의 마지막 인터뷰에서 스페이스10의 건축가 제이미 윌리엄스Jamiee Williams는 말한다. “하루하루의 삶의 비용을 이렇게 들여다보는 건 어떨까요. 집의 역할을 쪼개거나 합하고 농축해서 통합적인 서비스 개념으로 치환해보는 겁니다. 이 경우 음식과 에너지, 차량, 디지털 서비스, 미디어를 공유한다면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우리 삶에 드는 비용을 누구나 줄일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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