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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구슬로 공간을 나누는 스페인식 인테리어

크리스카데코르

Text | Nari Park
Photos | Kriskadecor

스페인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가 설계한 건축물, 카사 바트요에 들어서면 빛을 받아 일렁이는 커튼이 눈에 띈다. 속이 텅 빈 금속 조형물에 샹들리에처럼 길게 드리운 커튼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일본 건축가 구마 겐고가 제작한 이 체인 커튼은 독특한 소재를 이용해 공간을 신비롭게 연출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 중심에 스페인 브랜드 크리스카데코르가 있다.








좁은 공간을 실용적으로 나누기 위해 파티션을 이용해 내부를 구획하고 슬라이딩 도어, 커튼 같은 가림막을 활용해 용도에 맞게 공간을 분리하고 합친다. 1926년 설립해 한 세기 가까이 이어온 스페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크리스카데코르Kriskadecor는 공간을 나누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빛의 단절과 답답함을 해결하고자 체인 커튼이라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고안했다. 알루미늄으로 제작한 구슬 모양의 체인 커튼은 빛을 투영해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각각의 공간과 분위기에 따라 색과 소재, 규모 등을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는 크리스카데코르 체인 커튼의 매력은 빛을 투과하는 데 있다.








지난 100여 년간 크리스카데코르의 다양한 알루미늄 체인은 공간의 인테리어 요소로 사용됐다. 이탈리아에 자리한 린더 사이클링 호텔Linder Cycling Hotel 실내 풀과 스파 시설에 드리운 체인 커튼은 크리스카데코르의 프로젝트 가운데서도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수작이다. 온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마련한 선베드 사이마다 영롱하게 빛나는 푸른색 구슬 커튼을 드리워 물방울이 떨어지는 듯한 착시 효과를 연출한다. 더불어 선베드 이용자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가림막 역할도 충실히 한다.








런던 동부의 오피스 건물 알게이트 타워Aldgate Tower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가림막이 하나의 설치 작품으로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높은 층고의 사무실 천장에서 흘러내리는, 샹들리에가 연상되는 체인 커튼으로 제작한 거대한 원통 오브제는 자칫 황량하게 느껴질 수 있는 로비를 아늑한 분위기로 만든다.




크리스카데코르는 단절의 구조물을 공간과 공간을 연결하는 또 하나의 커넥션 보드로 해석한다.




MVSA 아키텍츠가 설계한 네덜란드의 초대형 몰, 웨스트필드 몰Westfield Mall에도 이와 같은 방식으로 공간에 율동감을 주었다. 총길이 235km에 달하는 구슬 형태의 체인을 여러 갈래로 늘어뜨려 자칫 차갑고 경직되게 느껴질 수 있는 공간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크리스카데코르가 담당했던 설치물 가운데 최대 크기라는 점에서 이들이 기술적으로도 진화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MVSA 아키텍츠의 디자이너 테히스 판 더 스트라트Thijs van de Straat는 말한다. “우리는 일찍이 공간을 분할하는 새로운 방식을 고민해왔다. 빛이 투영되는 커튼은 긴장을 풀어주며 공간을 아늑하게 연출하는 데 효과적이다.”








크리스카데코르의 체인은 아름답지 않은 것을 적절히 가려주는 기능도 한다. 팬데믹으로 인한 오랜 침묵을 깨고 최근 문을 연 바르셀로나의 빈치 갈라 호텔Vincci Gala Hotel이 대표적 사례다. 호텔의 층마다 컬러풀한 알루미늄 체인을 드리워 마치 벽화와 같은 착시 효과를 준다. 마디란코스 스튜디오MadiLancos Studio의 비즈니스 센터는 내부 전면을 금빛 체인으로 둘러 금빛 폭포가 쏟아지는 듯한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체인 커튼은 객실 창을 가려 투숙객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해주는 효과도 뛰어나다. “빛과 공기가 가림막 너머로 자유롭게 통과하도록 고안한 이 특수 커튼은 공간을 새롭게 환기하도록 만든다.” 호텔 측의 설명이다. 이 독특한 체인 커튼의 99%는 알루미늄으로 제작하며 체인 링크의 20%는 재활용 소재를 활용한다. 현재 크리스카데코르는 스페인 몽블랑과 미국 마이애미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전 세계 80개국 이상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코로나19 발병 이후 지난 3년여간 공공의 공간을 개인의 공간으로 구획하는 데 사용하는 일명 ‘사회적 거리두기 칸막이(social distancing dividers)’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마트와 사무실, 공공기관에서 가림막을 설치하고 거리를 두는 공간의 개인화가 빠른 속도로 일반화되고 있다. 아크릴 스크린부터 반투명 패널, 롤링 보드와 토퍼topper 등 소재 또한 다양하다. 크리스카데코르는 ‘단절’의 구조물을 공간과 공간을 연결하는 또 하나의 ‘커넥션’ 보드로 해석한다. 완벽한 빛과 시선의 차단이 아닌, 개방감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공간을 나누는 방식을 한 번쯤 시도해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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