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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피탈리티의 새로운 전선

유즈플워크샵의 스테이 브랜드 ‘웜댄콜드맨션’

Text | Dami Yoo
Photos | Sangpil Lee

감도 높은 스테이가 크고 작은 규모로 매월 새로 문을 연다. 하지만 차별화된 공간성, 혁신적인 아이디어, 감각적인 큐레이션을 선보이는 장소는 드물다. 세련되게 만든 스테이는 많지만, 연속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는 스테이는 많지 않다. 호스피탈리티의 새로운 전선을 만들어내는 호텔의 구조적 변신을 살펴본다.








호텔이라고 하면 어딘가 끌리는 무엇이 있다. 쾌적한 공간, 탁월한 서비스, 바스락거리는 이불, 물기 하나 없이 청결한 욕실이 연상되고 그러다 보면 기분마저 산뜻해진다. 하지만 오늘날의 호텔은 그저 깨끗하고 단정한 모습으로 여행객을 맞아서는 차별화하기 힘들다. 바캉스 형태가 여러 갈래로 분화했고 에어비앤비 웹사이트를 잠시만 둘러보아도 잠잘 곳은 야전부터 궁전까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웜댄콜드맨션에 머무는 동안에는이거 내 집에 두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든다.




그중에서도 별이 몇 개인지, 부대시설이 얼마나 잘 마련되어 있는지보다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공간, 아늑하고 감각적인 인테리어가 더욱 주목받는 듯하다. 호텔의 규모나 브랜드보다는 그곳에만 배어 있는 특별한 분위기가 더욱 중요한 기준이자 기호로 작용한다. 그래서 마음이 동하는 곳이라면 몇 달간의 기다림은 기꺼이 응한다. 이렇다 보니 호텔은 하나의 도전 분야가 된 상황이다. 운영자에게도, 디자이너에게도 실험과 시도는 끊임없이 요구되는데 평가는 냉혹하고 적나라하다. 시즌마다 개성 있는 스테이가 생겨나는 와중에 산업 디자인 스튜디오 유즈플워크샵이 호텔에 스테이 브랜드를 넣었다는 소식은 여러모로 의아한 구석이 있다.








웜댄콜드맨션은 강릉시 교동에 위치한 부티크 호텔 봄봄 2층에 들어선 스테이 브랜드다. 레스토랑으로 운영하던 2층 공간이 코로나19 영향으로 문을 닫았고, 한동안 텅 빈 채로 남아 있다가 웜댄콜드맨션의 배경이 됐다. 레스토랑이었던 공간의 용도를 변경하고 일종의 공간 실험을 벌이기로 한 것이다. 오션 뷰는 아니지만 이 객실만의 프리미엄이 있고, 이곳을 프라이빗한 장소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웜댄콜드맨션은 호텔 봄봄의 기존 객실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마치 패션 화보의 배경으로 등장할 법한 느낌, 낯선 구조, 독특한 소재로 완성해 여행에 특별함을 더하기에 적절하다. 우드와 옐로 톤이 독특하면서도 은은하게 조화를 이루며 공간의 용도를 자연스럽게 나눈 것도, 쌓고 연결할 수 있는 모듈식 상자, 한 칸 한 칸 조립이 가능하고 이동마저 용이한 모듈식 키친 또한 새롭다. 여기에 스테이라는 공간의 목적에 맞게 슬로프 형식의 스파 공간을 마련한 것은 이곳의 하이라이트랄까.








객실의 온도와 습도, 음악, 커튼 등 객실 환경은 IoT로 연결했다. 태블릿으로 원하는 환경을 조율하고 있으면 그럴듯한 대저택을 자유롭게 만끽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또한 곳곳에 놓여 있는 공예품이 공간에 온기를 더한다. 옻칠로 완성한 테이블 매트, 블로잉 기법으로 만든 유리컵, 섬유공예가가 만든 오브제, 어느 하나 근사하지 않은 것이 없다.



유스풀워크샵이 종로에 첫 번째 객실 어베터플레이스를 연 게 2020년이다. 곱창집과 호프집, 노래방이 번잡하게 늘어서 있는 종로의 어느 골목,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빈 공간이 되어버린 상가, 낡고 복잡하지만 서울의 다채로움을 경험할 수 있어서 매력적인 건물 4층에 여행객을 위한 스테이를 열었던 것이다. 그 안은 공간의 가능성과 투숙객의 사용성을 고려해 디자인한 모듈형 벽과 가구로 채워 넣었다. 주거 공간의 실험장이라는 태도로 전개했던 이들의 맥락은 강릉에서도 비슷하게 연결된다.








교동이라는 지역 역시 종로의 먹자골목처럼 관광객보다는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장소이고, 호텔 2층은 바이러스가 레스토랑을 몰아내고 남겨진 공간이며, 창백하게 정형화된 호텔 객실 사이에 프리미엄 스테이 브랜드를 끼워 넣은 것이다. 내부를 들여다보면 리빙 스페이스, 데스크 등 공간을 나누는 파티션은 사실 수납장이고 키친 역시 언제든지 바꾸고 확장할 수 있는 모듈식이다. 이곳에 머무는 동안에는 이거 내 집에 두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든다.








웰메이드 공간, 웰메이드 제품은 여행 같은 이벤트가 아니라, 생활과 일상에서 매일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든다. 탁 트인 전망으로 강릉의 푸른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호텔 객실 역시 만족스럽지만, 낯설어도 행동 하나하나를 염두에 두고 구성한 장소에서 머무는 경험은 약간 다르다. 우리가 사는 공간, 생활이 이뤄지는 실내에 대해 생각해볼 점을 떠올리는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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