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북 통해 본 사무 공간의 진화

VILLIV



SPACE|도시, 라이프스타일, 코워킹

아트북 통해 본 사무 공간의 진화

책 [The Office of Good Intentions. Human(s) Work]

Text | Young Eun Heo
Photos | Iwan Baan, Taschen

일하는 공간이 따로 있어야 한다는 개념이 퍼지기 시작한 것은 17세기부터다. 이후 사무실은 시대와 가치관의 변화에 따라 모습이 달라졌다. 효율성을 중시하던 공간 구성에서 업무 능력 향상과 근로자의 건강을 우선으로 여기는 시스템으로 바뀌었다. 사무실은 때로 기업 정신을 담아내는 공간이 되기도 하고, 기술 발전으로 더욱 편리한 공간이 되기도 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산업의 흐름이 달라지고 기술 발전에 따라 대도시에 대형 오피스가 나타났다. 이때부터 사무실은 많은 인원이 정해진 공간 안에서 주어진 업무를 더욱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기 시작했다. 파티션으로 각자의 자리를 구분하고 책상이 일렬로 쭉 늘어선 사무실 풍경이 바로 이때 등장했다.



사무실은 이래야 한다는 규칙이 조금씩 깨지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후반부터다. 컴퓨터가 작아지고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업무 방식이 달라지고 그에 따라 사무 공간도 달라졌다. 1990년대부터는 회사별, 직종별, 개인별 개성을 사무 공간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유명 건축가는 자기만의 관점으로 업무를 해석해 공간으로 풀어냈다. 광고 혹은 엔터테인먼트 업종은 직원의 창의성을 독려하기 위해 사무 공간을 보다 자유롭게 설계했다.








이러한 성향은 2000년대 IT 산업이 급격하게 발전하면서 더 강해졌다. 구글, 페이스북, 에어비앤비, 애플 등 디지털 기술을 등에 업은 기업들은 직원의 업무 능력을 향상시키는 방법으로 집처럼 편안한 사무실을 제공하고 소통을 위해 오픈 오피스 형태를 취했다. 이렇게 정착하는 듯했던 사무 공간이 2019년 팬데믹을 맞이하면서 또 다른 국면에 접어들었다.




사무실은 끊임없이 논쟁이 펼쳐지는 실험의 장소이며 이는 사무 공간의 발전을 이끌어낸다.




사무실을 건축, 공간 설계, 디자인 측면으로 살펴보자면 해야 할 이야기가 끝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사무 공간에 대한 예측을 건축학적 관점으로만 바라보는 건 부족하다. 오히려 지난날의 사무 공간을 사회학적으로 해석하고 앞으로 무엇에 초점을 맞춰 사무 공간을 발전시킬 것인지를 말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아트북 전문 출판사 타셴Tashen이 출간한 신간 [The Office of Good Intentions. Human(s) Work]는 미래의 사무실 디자인을 예측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 책은 건축사적 의미로 사무실을 해석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1970년대 이후부터 지금까지 주목해야 할 사무 공간을 꼽은 뒤 건축가와 평론가의 관점에서 살펴본다. 그리고 사무 공간에 담긴 사회적 의미를 탐구하고 일, 사람, 공간 간의 관계가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이야기한다.



이 책이 새로운 시선으로 사무실에 관해 논할 수 있는 건 2명의 저자 덕분이다. 건축사무소 소일SO-IL의 공동 대표인 플로이안 아이덴버그Florian Idenburg와 건축 잡지 편집자였던 이안 쉔LeeAnn Suen은 단순히 사진을 나열하지 않고 자신들이 직접 쓴 사무 공간에 대한 에세이 12편을 실었다. 두 저자는 사무실을 끊임없이 논쟁이 펼쳐지는 실험의 장소라고 봤으며, 이것이 곧 사무 공간의 발전을 이끌었다고 말한다.








이 책을 주목해야 할 이유는 예시로 뻔한 사무 공간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현재까지 좋은 사무실 디자인으로 꼽히는 IBM 캠퍼스, TBWALA 사무실, 솔크 연구소도 등장한다. 그리고 새로운 시도를 빠르게 보여줬던 몇몇 사무실과 앤디 워홀의 팩토리, AI 모델 릴 미켈라의 프로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무 공간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사무 공간의 변화는 기업가나 건축가의 창의적인 생각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기술, 가치관, 업무 효율성, 근로자의 건강과 복지 등 많은 요소가 결합하고 상호작용을 하며 생겨나는 것이다.








한편 이 책은 사무 공간에 관한 딱딱한 이야기만 하지 않는다. 건축 사진가 이완 반Iwan Baan의 사진을 함께 실어 한 편의 사진 에세이를 보는 듯하다. 또 책 중간에 독특한 사무 가구와 오브제 사진을 카탈로그처럼 모은 별책을 넣었다. 대체 어떻게 쓰는 건지 궁금증을 자아내는 독특한 형태의 가구와 오브제는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다.



너무 시대를 앞서간 시도로 당시에 실패했든, 혹은 성공해서 지금까지 명성을 유지하든 책에 등장하는 사무실은 모두 한 가지를 이야기한다. ‘사람에게 최적인 사무 공간이란 무엇인가?’ 집보다 더 오랜 시간을 머무는 곳이었으며 팬데믹 이후 집에 흡수되고 있는 사무 공간에 대한 목표는 단 하나, 사람을 위한 공간이 되게 하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책 [The Office of Good Intentions. Human(s) Work]는 공간, 사람, 일의 관계를 살펴보고, 진정으로 사람을 위한 사무 공간을 마련하고자 하는 기업과 건축가의 의도를 탐구한다.




RELATED POSTS

PREVIOUS

집을 떠나 집을 생각하다
호텔 그라피 네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