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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로컬, 호텔

벽돌로 만든 충분한 그늘

미아 디자인 스튜디오의 윈덤 클럽하우스

Text | Kakyung Baek
Photos | Trieu Chien

베트남 건축가 그룹 미아 디자인 스튜디오는 최근 베트남 서쪽에 위치한 푸꾸옥에 윈덤 클럽하우스를 선보였다. 지역 석공의 장인 정신이 담긴 벽돌을 사용한 이 건축물은 호스피탈리티 영역의 새로운 지점을 보여주었다는 평을 받는다. 미아 디자인 스튜디오는 암흑 속에서 온화하게 빛을 내뿜는 등불에서 윈덤 클럽하우스의 모티브를 얻었다.








오래된 골목에 들어서면 붉은 벽돌로 지은 작고 아담한 건물을 볼 수 있다. 1980년대에 대중적으로 지은 소규모의 연와조 주택이 대표적일 것이다. 오래된 주택 말고 요즘 짓는 건물에서도 드물게 벽돌 건물을 찾아볼 수 있다. 건물의 뼈대가 아닌 벽돌을 쌓는 방식과 건축물의 독특한 형태로 현대적인 미감을 자랑하는 건축물이다.



벽돌은 주로 석재가 풍부하지 않은 지역에서 진흙과 짚을 섞어 만든 건축 재료다. 기원전 4,000년경 메소포타미아 사람들이 궁전과 사원을 짓는 데 벽돌을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하니 역사가 유구하다. 한국에는 일제 강점기 전후에 점토 벽돌이라고 하는 적벽돌이 들어오기 시작했는데, 이것으로 지은 대표적인 건축물로는 서울 명동 성당이 있다. 최근에는 친환경 건축이 화두로 떠오르며 벽돌의 장점이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그중 눈에 띄는 건축물 중 하나로 미아 디자인 스튜디오MIA Design Studio의 윈덤 클럽하우스Wyndham Clubhouse를 소개한다. 베트남 푸꾸옥에 지은 윈덤 클럽하우스는 붉은 벽돌 건물로 군더더기 하나 없는 모습이다. 독특하게 쌓은 벽돌 구조는 강렬한 햇빛이 내부로 스며들면서 아름다운 문양의 그늘을 만든다. 또한 건축물 한가운데 자리한 연못 위로 벽돌 파사드를 따라 심은 초록색 식물은 마치 신비스러운 밀림 속에 온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건축의 역할이란 사람뿐만 아니라 태양, 바람, 식물까지 그 아래 머물 수 있게 충분한 그늘을 제공하는 것이다.




미아 디자인 스튜디오는 2003년 베트남 호찌민에서 시작한 건축 스튜디오로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모더니즘적 가치를 지향한다. 그간 지속 가능한 건축 재료를 탐구하며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번 윈덤 클럽하우스 역시 푸꾸옥의 자연환경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휴식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이에 디자인 전문지 <디자인붐Designboom>은 “호스피탈리티 분야의 새로운 지점을 보여주었다”고 평했다.










미아 디자인 스튜디오는 어둠 속에서 온화한 빛을 내뿜는 등불의 이미지에서 윈덤 클럽하우스의 단초를 가져왔다. 건축의 주재료로 벽돌을 선택한 것 역시 빛이 들어오고 나가는 부드러운 통로를 만들기 위해서다. 더욱이 윈덤 클럽하우스가 위치한 지역에는 숙련된 석공이 많아 장인 정신으로 만든 품질 좋은 벽돌을 이용할 수 있었다. 벽돌은 미적 측면뿐만 아니라 아열대기후에 꼭 필요한 통기성까지 갖추었다. 중앙의 연못과 벽돌, 식물은 호텔 내부에 자연스럽게 대류 현상이 일어나도록 만들어 온도와 습도를 낮추는 데 효과적이다.



미아 디자인 스튜디오는 윈덤 클럽하우스를 디자인하면서 건축의 역할에 대해 자문했고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사람뿐만 아니라 태양, 바람, 식물까지 그 아래 머물 수 있게 하는 것,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충분한 그늘을 제공하는 것’이라 답했다. 건축의 주재료로 벽돌을 선택한 것도 건축의 본질에 다가서려는 시도로 느껴진다. 벽돌은 석재와 금속재처럼 자르거나 붙이지 못하고 오로지 중력에 의지해 하나씩 쌓아야 하는 재료이기 때문이다.








벽돌 사이에 단단한 결합이 생길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도 필요하다. 자연에 가장 잘 어울리는 재료이면서 본질에 충실한 재료라 그런지 미아 디자인 스튜디오 외에도 벽돌을 예찬하는 건축가가 많다. 20세기의 미국 건축가 루이스 칸은 ‘모든 재료는 되고 싶은 무언가가 있다’는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한 강연에서 벽돌과 대화했다. “벽돌아, 넌 뭐가 되고 싶니?” “저는 아치가 되고 싶어요.” “음, 아치는 비싸단다. 내가 보를 만들어 그 위에 널 얹어줄게.” “하지만 저는 아치가 되고 싶어요.” “그래, 그럼 아치를 만들어보자꾸나.



건축가의 회유에도 끝끝내 아치가 되고 싶다는 벽돌. 한 층씩 쌓아 올려 만드는 아치의 구조상 벽돌만큼 아름답게 구현할 소재가 없음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오래된 골목을 지날 때 흔히 보는 집에서 붉은 벽돌을 발견한다면 루이스 칸처럼 말을 거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고유의 소재와 쌓인 형태를 천천히 살펴보는 것은 어떨까. 붉은 벽돌의 건물이 새롭게 지어지고는 있지만 그 수가 매우 적고 벽돌 건물 특유의 멋을 뽐내는 오래된 건축물을 감상할 기회는 점점 줄어들지도 모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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