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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이곳저곳, 여기저기를 담은 스테이

재재소소

Text | Dami Yoo
Photos | Byounggeun Lee

스튜디오 지랩이 전개하는 지스테이 프로젝트는 개성 있고 감각적인 건축으로 공간 경험, 여행의 새로움, 주거 체험을 제공하며 건축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재재소소는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에 위치한 프라이빗 스테이다. 스테이소도, 눈먼고래, 와온, 녘 등 제주도의 지역성을 심도 깊게 담은 공간에 이어 이번에는 산방산을 배경으로 지은 서귀포시 안덕면의 재재소소를 공개한다.








프라이빗 스테이는 어느덧 국내 건축 문화와 호스피탈리티 트렌드가 교차하는 영역이 됐다. 수준 높은 숙박 공간이 모인 숙박 큐레이션 플랫폼 스테이폴리오를 보면 개성 있는 건축가와 감각 있는 건축주의 협업으로 탄생한 근사한 스테이를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꽤 즐겁다. 특히 한옥을 비롯해 지역 곳곳에 국내 건축 문화와 미감을 그대로 살리며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건축물을 들여다보는 것이 큰 묘미다. 그중 건축 스튜디오 지랩이 전개하는 지스테이 프로젝트는 개성 있고 감각적인 건축으로 공간 경험, 여행의 새로움, 주거 체험을 제공하며 건축의 가능성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살펴볼 만하다.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에 위치한 재재소소도 그중 하나다. 비옥한 밭과 우거진 과수원으로 둘러싸여 있어 유독 비밀스럽고 아늑한 느낌을 주는 이곳은 지랩과 건축주 임준섭, 이세영 부부가 함께 지은 프라이빗 스테이다. 지랩은 스테이소도, 눈먼고래, 조천댁, 조천마실, 와온, 녘 등 제주도 곳곳에 지역 문화와 매력을 멋스럽게 살린 지스테이 프로젝트를 선보여왔다. 최근 완성한 재재소소는 서귀포시 안덕면 덕수리에 위치해 있다. 마을 너머에는 듬직한 산방산이 자리하고 있어 포근한 분위기가 감돈다. 재재소소는 그 풍경을 가장 염두에 두고 디자인하며 제주의 모습을 그대로 담았다.



제주 가옥을 닮은 배치와 제주 자연을 활용한 재료가 돋보이는 재재소소는 ‘이곳저곳, 여기저기’을 뜻하는 이름으로 집 두 채가 서로 마주한 모습이다. 각각의 집은 엇비슷하면서도 제주의 각기 다른 풍경을 마주하고 있어 각 공간마다 뚜렷한 매력을 보여준다. 우선 멀리 보이는 산방산이 큰 역할을 한다. 재재소소 입구에 들어서면 산방산이 축이 되어 재재동과 소소동이 마주 서 있는데, 거친 돌을 활용해 꾸민 정원은 제주의 자연을 실감하게 한다. 소소동의 수영장에서는 산방산이 바라다보이고, 창이 탁 트인 침실에서도 그 풍경을 누릴 수 있어 계절과 날씨에 따라 변화무쌍한 제주의 자연을 보는 것만으로도 호사다.








제주 가옥은 육지의 가옥과 달리 나지막하게 옹기종기 자리해 있다. 그 이유는 잘 알려져 있듯 바람 때문이다. 제주 가옥은 바람이 많이 부는 날씨의 영향으로 낮고 완만한 지붕과 고개만 내밀어도 이웃과 대화를 나눌 수 있을 정도로 낮은 담으로 이루어져 있다. 바람을 맞는 면적을 줄이기 위해 지붕을 낮게 올리고, 강한 바람을 막기 위해 돌벽을 세웠으며, 집 주변에도 바람을 막아줄 돌담을 견고하게 두른 것이다.



제주의 결혼 관습에서 비롯한 주거 문화도 육지와 다르게 인상적이다. 마당을 가운데 두고 안거리와 밖거리로 구성된 제주 구옥을 떠올려보면 된다. 부모 세대와 자식 세대가 한 울타리 안에서 함께 지내면서 부모는 안거리에, 자식은 밖거리에 거주하며 각각 공간을 확보하고 살았던 ‘두거리집’ 문화가 있다. 건물 두 채가 마주 앉거나 모로 앉은 형태였으며, 집안 살림을 물려줄 때가 되면 자식이 부모가 살던 안거리로 옮겨가고 밖거리에는 또 그다음 세대가 들어와 사는 것이다. 이러한 삶의 방식은 제주만의 특별한 주거 문화로, 양옥 스타일로 지은 현대 주택에도 그 형식을 그대로 유지해 지은 경우가 많다.










이 같은 제주 가옥의 특징은 재재소소에도 잘 녹아 있다. 널찍한 수영장을 중심으로 두 채의 돌집과 한 채의 벽돌집으로 구성된 재재동, 돌집과 2층 벽돌집으로 구성된 소소동이 마주한 모습은 안거리, 밖거리, 문간채로 이루어진 제주의 가옥을 연상시킨다. 재재동과 소소동은 각각 최대 6명이 머물 수 있고, 두 동을 연결해 사용할 경우 최대 12명까지 지낼 수 있어 가족 행사나 워크숍 등에 적합하다.



견고한 돌벽과 나지막한 지붕 역시 제주 가옥의 특징이다. 바깥 공간과 이어지도록 조성한 다이닝 공간도 제주 가옥의 특징을 반영한 부분이다. 덥고 습한 제주의 기후 특성상 바람이 잘 통하고 환기가 잘되도록 생활 공간인 마루를 일종의 통로처럼 앞뒤로 열어두곤 했는데, 재재소소의 다이닝 공간 역시 바깥 공간과 연결되는 느낌을 주기 위해 커다랗게 유리문을 낸 모습이 인상적이다.




재재소소는 단순히 제주의 자연과 문화를 담은 것이 아니라 독립과 유대를 균형 있게 조성한 장소이다.




긴밀하게 연결되고 또 나름대로 구별된 여섯 채의 공간을 가로지르며 여럿이 왁자지껄하게 공간을 향유하는 모습을 떠올려보면 아늑하고 평화로운 마을이 연상된다. 마당에서는 수영을, 정원에서는 사색을, 침실에서는 휴식을, 거실에서는 담소를 즐기는 안전하고 편안한 시간. 재재소소는 단순히 제주의 자연과 문화를 담은 것이 아니라 독립과 유대를 균형 있게 조성한 장소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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