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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노마드, 로컬, 재생, 호텔

3일 이상 머물러야 하는 100년 고택

무지 베이스 가모가와

Text | Young-eun Heo
Photos | Muji

‘기분 좋은 삶’을 추구하는 무인양품은 브랜드 정신을 전하기 위해 일찍이 브랜드 이름을 건 호텔을 열었다. 올 8월에는 한발 더 나아가 지역과 상생하고 문화적 유산을 계승하는 프로젝트 ‘무지 베이스’를 시작했다. 새로운 시도의 첫 번째 주인공은 100년 된 고택을 리모델링한 숙박 시설 ‘무지 베이스 가모가와’다.








심플한 디자인과 실용적인 제품으로 지속 가능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무인양품은 집에 진심이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는 이례적으로 ‘무지 헛MUJI Hut이라는 마이크로 주택을 출시했고 ‘무지 하우스MUJI House라는 조립식 주택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는 제품을 넘어 삶의 전반, 즉 라이프스타일을 다루겠다는 브랜드의 큰 포부를 보여준 행보였다. 하지만 대중이 무인양품이 추구하는 가치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장소는 무인양품의 이름을 딴 호텔이다. 모든 구성 요소를 무인양품 제품으로 채운 호텔은 제품력은 물론 브랜드가 지향하는 라이프스타일을 몸소 느끼고 경험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를 잘 아는 무인양품은 이제 지역의 작은 숙소에도 손을 내밀었다. 일명 ‘무지 베이스MUJI Base라고 하는 이 프로젝트는 빈집 등 유휴 공간을 활용해 지방에서도 무인양품의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해보는 동시에 그 지역의 문화를 계승하고 상생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간결하고 실용적인 삶에서 지속 가능하고 기분 좋은 삶을 추구하는 무인양품이 이제는 지역과의 공존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전하게 된 것이다.










무지 베이스의 시작을 알린 장소는 일본 치바현 가모가와시다. 이 지역은 일본 낙농업의 발상지로 계단식 논이 펼쳐져 있다. 산과 평야가 어우러진, 우리 기억 속 시골의 전원 풍경을 즐기며 자연과 인간이 상생하는 생활을 누릴 수 있는 곳이다. 무인양품이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자연이 인간의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잘 느낄 수 있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무지 베이스 가모가와는 100년 된 고택을 리모델링해 사용한다. 오래된 집이라 보수 공사를 했지만 기본 구조는 그대로 유지했다. 그리고 가구와 침구, 어메니티는 모두 무인양품 제품으로 채웠다. 따라서 투숙객은 이곳에서 지내면서 자연스럽게 무인양품 제품을 사용하게 된다. 가전제품과 식기류까지 구비되어 있어 직접 요리해서 식사할 수 있다. 무인양품에서 출시하는 식자재를 기본으로 제공하지만, 부족한 것이 있으면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무인양품 매장에서 장을 볼 수도 있다. 지역 농부들이 갓 수확한 신선하고 건강한 제철 식재료를 판매한다. 만약 요리하기가 번거롭다면 식사를 예약할 수도 있다. 이 역시 지역 농산물로 만든 음식을 제공하며, 제철 채소와 과일로 준비하기 때문에 계절마다 메뉴가 달라진다.










이처럼 무지 베이스 가모가와는 주변 자연의 아름다움과 지역 문화를 농업으로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투숙객은 지역의 농업을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계절마다 프로그램이 바뀌는데 올해 여름에는 멜론 농장에서 유기농으로 재배한 멜론을 수확하고 먹어보는 프로그램과 방목 생태 농장에서 소에게 먹이를 주거나, 그 자리에서 짠 신선한 우유와 그것으로 만든 버터와 치즈를 먹어보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 외에 숙소 주변을 천천히 걸으며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산책 프로그램도 있어 취향대로 선택할 수 있다.




지역 문화를 계승하고 상생하자는 목적으로 마련한 무지 베이스 가모가와는 느긋하고 진득하게 지내야 의미가 있다.




지역 문화를 계승하고 상생하자는 목적으로 마련한 무지 베이스 가모가와는 느긋하고 진득하게 지내야 의미가 있다. 그렇기에 2박 이상 묵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예약은 에어비앤비로 할 수 있는데 기본 숙박 일수를 2 3일로 안내한다.



빠르고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 사회에서 무인양품이 차로만 갈 수 있는 시골에, 100년 이상 된 고택을 리모델링한 숙소에서 무조건 2박 이상 묵도록 정한 것은 현재 라이프스타일이 변했기 때문이다. 노마드, 워케이션 등 이제 사람들은 한 지역에만 머물며 생활하지 않는다. 지금의 라이프스타일은 장소에 구애받지 않으며, 덕분에 우리 삶의 거점은 점점 넓어지고 있다. 무인양품은 이러한 변화를 지역사회와 연관 지어 상생이라는 가치를 생각해낸 것이다.



무지 베이스는 무인양품 제품처럼 지나침이 없고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간결함의 미학을 전함으로써 집처럼 편안한 장소가 되고자 한다. 동시에 그 지역만의 독특한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하며 감성을 키우고,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는 곳이 되기를 바란다. 그러므로 무지 베이스는 잠시 경험하고 잊히는 이벤트성이 짙은 장소가 아니라, 언제든지 돌아가고 싶은 마음의 고향과도 같은 곳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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