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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로컬, 프리미엄, 호텔

네덜란드 어촌 마을의 360년 된 호텔

네덜란드 더 뒤르헤르담 호텔

Text | Young-eun Heo
Photos | Chantal Arnts, Studio Unfolded

최근 전혀 다른 용도로 사용했던 공간이 호텔로 변신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전통 가옥은 물론 우체국, 공항 등 쓰임을 다한 관공서와 공공시설도 호텔로 변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호텔에 담긴 뒷이야기가 숙소 결정의 주요 요인이 되기 시작했다.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로 네덜란드의 작은 어촌 마을에 자리한 부티크 호텔, 더 뒤르헤르담이 있다.








호텔 더 뒤르헤르담De Durgerdam이 위치한 네덜란드의 뒤르헤르담은 인구가 500명이 조금 넘는 작은 어촌 마을이다. 하지만 규모에 비해 마을의 역사는 오래되었다. 15세기에 생긴 이 마을은 16세기에 해외 무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 사람들로 복작거렸다. 그러다 18세기에 무역업이 쇠퇴하면서 어업이 주요 수입원이 되었고 이후 어촌으로 변했다.



16세기부터 많은 배가 오가기 시작했으며 이후 마을에 선원을 대상으로 한 여관이 생겨났다. 1664년에 문을 연 여관은 네덜란드의 최장 재위 기간을 기록한 빌헬미나 여왕의 남편, 헨드릭 왕자가 종종 휴식을 취하러 오면서 이름이 알려졌다. 잔잔한 바다와 넓게 펼쳐진 초원의 아늑함과 평화로운 분위기 덕분에 뒤르헤르담 마을의 유일한 여관은 조용한 휴식처가 되었다. 지금은 암스테르담에서 차로 15, 스키폴 공항에서는 20분이면 도착할 수 있을 정도로 도심과 가까워 주말을 조용하게 보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찾아온다.










시간이 지나면서 더 뒤르헤르담은 숙박 시설의 기능은 사라지고 소박하면서도 세련된 카페 겸 레스토랑으로 운영되었다. 그러던 중 네덜란드의 부동산 기업 아더스Aedes가 복원 및 리모델링을 맡아 2023, 오래된 역사와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어우러진 부티크 호텔로 새롭게 문을 열면서 또 다른 역사가 시작되었다.



아더스는 이곳을 호텔로 리모델링하면서 무엇보다 장소의 역사적 색채를 살리고자 노력했다. 그 덕분에 더 뒤르헤르담은현대적으로 해석한 17세기 여관이라는 독특한 호텔이 되었다. 아더스는 최대한 건물 내외부의 기존 자재를 보완해 당시 분위기를 살리고자 했다. 하얀색 외관은 여관이 처음 문을 열었을 때부터 유지해온 것으로, 17세기에는 하얀색 벽이 빛을 반사해 등대처럼 뱃길을 안내하는 역할을 했다고 한다.




이곳에 숙박하는 동안 정겨운 시골 마을 집에 머무는 듯한 느낌을 경험할 수 있다.




호텔 내부 디자인을 맡은 디자인 팀 뷔로 벨렌Buro Belén은 로비부터 레스토랑, 그리고 제일 중요한 객실까지 17세기 네덜란드 가정집의 인테리어를 느낄 수 있게 꾸몄다. 어둡지만 따뜻한 색감의 목재를 사용하고 수제 가구와 도자기, 부드럽고 고급스러운 패브릭 소재로 장식했다. 뷔로 벨렌은 더 뒤르헤르담이 선원을 대상으로 한 여관이었다는 사실에 착안해 침구류는 하얀색의 리넨 소재로 통일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투숙객은 이곳에 숙박하는 동안 정겨운 시골 마을 집에 머무는 듯한 느낌을 경험할 수 있다. 한편 이 호텔의 벽에 걸린 그림과 곳곳에 놓인 장식품은 모두 네덜란드 공예의 매력을 보여주는 도자기와 목공예품이다. 1층 레스토랑은 17세기 네덜란드 화가의 정물화와 어부의 삶과 기쁨을 주제로 제작한 현대 조명 작품이 어우러지면서 과거와 현재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호텔 바로 앞에 펼쳐진 호수는 더 뒤르헤르담의 또 다른 매력으로 꼽힌다. 이 호수는 원래 바다였는데 1920년대에 댐을 건설하면서 호수가 되었다. 마을 사람들은 여전히 배를 타고 낚시를 하러 나가고, 호숫가에 앉아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 호텔 투숙객도 마을 사람들처럼 호숫가에 앉아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수영도 할 수 있다. 만약 네덜란드의 시골 마을 풍경을 보고 싶다면 호텔이 운영하는 투어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된다. 주변 마을은 목축업을 주요 수입원으로 하는 작고 조용한 곳이라 복잡했던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 시골의 고즈넉한 풍경을 즐길 수 있다.



화려한 볼거리와 맛있는 음식으로 가득한 여행도 좋지만, 때로는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여유롭고 편안하게 시간을 보내는 여행도 필요하다. 여기에 다른 곳에서는 가능하지 않은 경험까지 한다면 금상첨화다. 그런 면에서 흥미진진한 역사를 가진 호텔 더 뒤르헤르담은 휴식과 새로운 경험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곳이다. 솔직히 말하면 네덜란드의 작은 어촌 마을 여행은 소셜 미디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화려한 여행과 비교하면 심심할 것이다. 하지만 일생에 한 번 정도는 다른 나라의 조용한 시골길을 천천히 걸으며 나를 돌아보고 생각할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심지어 17세기 네덜란드의 호텔까지 경험할 수 있으니 색다른 추억도 남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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