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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도시, 프리미엄, 호텔

도쿄 미드타운 펜트하우스에 담은 재팬디 스타일

벨루스타 도쿄 호텔

Text | Nari Park
Photos | Norm Architects(normcph.com)

전통과 장인 정신을 중시하는 일본 특유의 정제된 디자인과 실용미를 추구하는 북유럽 특유의 합리적 디자인이 만나 인테리어와 건축 분야에서 다양한 협음을 이루고 있다. 일본과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을 결합했다 하여 ‘재팬디’라 부르는 이 신조어는 몇 년 새 전 세계 주요 도시의 인테리어 트렌드로 자리매김했다. 세계에서도 유동 인구율이 가장 높은 도쿄 시부야, 복잡한 빌딩 숲 최고층 펜트하우스에 풀어낸 동서양 라이프스타일의 만남은 어떠한 모습일까.








단순하고 정제된 라인, 천연 소재 사용, 디자인의 복잡함을 배제하고 필수 요소만 취하는 최소한의 디테일. 흔히 동서양 디자인의 혼재라 불리며 주목받은 재팬디Japandi 스타일이 전 세계에서 성행하고 있다. 코펜하겐에 거점을 둔 OEO 스튜디오가 도쿄 중심부 고급 주택단지의 아파트(Opus Arisugawa Terrace & Residence)를 레노베이션하는가 하면, 스톡홀롬 디자인 사무소 조인 스튜디오Joyn Studio는 런던 해러즈 백화점의 레스토랑 스튜디오 프란첸Studio Frantzén’에 일본의 디자인 헤리티지를 더해 이목을 끌었다. 슬라이딩 목제 도어, 격자무늬 나무 천장 등 공간 전체를 다양한 수종으로 마감한 데 대해 조인 스튜디오 설립자 이다 반레르Ida Wanler는 말한다. “20세기 초 건축 및 디자인 유산을 탐구하던 중 일본의 장인 정신과 디자인 전통, 북유럽 건축 사이의 공명을 받아들였다.”



재팬디 라이프스타일이 도심 최고층 팬트하우스에 구현된다면 어떤 모습일까. 세계에서도 유동 인구율이 최고 수준인 도쿄 신주쿠, 다양한 문화가 혼재한 지역에 문을 연 벨루스타 도쿄Bellustar Tokyo’에 그 답이 있다. 게이지 아시자와Keiji Ashizawa와 덴마크 스튜디오 놈 아키텍츠Norm Architects라는 세계 최고 건축 스튜디오가 의기투합한 결과물은 일본과 스칸디나비아의 디자인 매력을 조합한 응집물이라 할 만하다.












신주쿠 가부키초 타워 지상 200m 높이에 자리한 벨루스타 도쿄는 45층부터 47층까지 총 3개 층에 일반 객실을 마련했다. 하늘 아래 가장 가까운 주거 공간이다 보니 설계 시 객실에서 바라다보이는 도심 전망까지 섬세하게 고려한 것으로 유명하다. “신주쿠 하늘 아래 조용한 호텔을 상상했다. 이 정도 고도에서는 주변에 시야에 걸리는 건물이 없기 때문에 사생활을 걱정할 필요가 없고, 모든 창문을 통해 보이는 전망이 늘 장관이라는 것이 초현실적으로 느껴진다.” 디자이너 게이지 아시자와는 말한다. 그중에서도 벨루스타 도쿄가 품은 재팬디 디자인의 궁극은 후지산이 내려다보이는 최상층에 자리한 5개의 펜트하우스 스위트룸이라 할 만하다.




"번잡한 도시에 대한 해독제 같은 호텔이다. 가레산스이枯山水(식물과 물이 없이 돌과 모래만으로 이루어진 정원) 같은 객실에서 평온함을 얻길 바란다." - 게이지 아시자와, 디자이너 -




천장부터 바닥까지 한 면 전체에 통창을 내 거실 깊이 빛이 스며드는 스위트룸에서는 마치 대지와 맞닿은 듯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게이지 아시자와가 직접 맞춤 제작한 조명, 불에 그을린 오크 나무를 격자로 맞춰 병풍처럼 두른 입구는 물론, 차분한 컬러의 벽지로 공간에 온기를 더했기 때문이다. 호텔 라운지에서는 앉은 자리에 따라 일출과 일몰을 바라볼 수 있도록 배려한 점도 인상적이다. 연회색, 베이지, 아이보리 등이자연을 떠올리게 하는 색이라는 데 동의한 두 디자이너는 게스트가 안정감을 느끼고, 여행 중 마음의 풍요를 얻는 데 최선을 다했다. 놈 아키텍츠의 스위블 라운지체어Swivel Lounge Chairs는 물론, 일본 전통 가구 회사 가리모쿠의 하이엔드 브랜드 가리모쿠 케이스 스터디Karimoku Case Study가 특별 제작한 다이닝 테이블, 의자, 침대 등의 가구가 눈에 띈다. 유기적 형태의 오브제를 배열하고 나무와 돌 같은 천연 재료를 사용해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최선을 다했다.








실용적 디자인을 중시하는 놈 아키텍츠 특유의 손길도 곳곳에 담겨 있다. 도심 전망이 한눈에 보이는 통창 앞에 목제 벤치와 다도 테이블을 두어 게스트에게 잠시 호흡할 수 있는 여유를 준 점이 대표적이라 할 만하다. 벤치 뒤 저만치 서서, 아름다운 도심 풍경을 적당한 거리를 두고 감상하도록 했다. 특히 빛이 공간에 스며드는 동안 오브제를 투사하며 만들어내는 그림자까지도 허투루 여기지 않았다. 일본 공예가들의 도자 오브제와 식물을 곳곳에 비치해빛이 빚은그림자를 공간 속에 담는다. 펜트하우스 라운지에는 스타일리스트 유미 나카타와 협업한 다양한 일본 장인의 작품을 엄선해 배치한 것은 물론, 가리모쿠 컬렉션 가구와 공예품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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