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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노마드, 프리미엄, 호텔

호텔이 아니라고 말하지 말아요

공동 소유 주택 ‘낫 어 호텔’

“호텔이 아닌 걸 만들자”라는 당당한 포부를 밝히며 시작한 ‘낫 어 호텔’은 호텔, 별장 같은 기존 숙박 시설의 비즈니스 모델을 보완하고 집의 개념을 확장한 새로운 형태의 거주지를 선보이는 중. 덜 알려진 지역에 유명 크리에이터가 디자인한 집을 짓고, 그것을 공동으로 소유하는 방식으로 모든 곳에 내 집이 있는 삶을 제안한다.





경제학자 오마에 겐이치는 사람이 변하는 세 가지 방법 중 하나로 ‘사는 곳을 바꾸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거주 환경은 삶을 좌지우지할 정도의 큰 힘을 가진다. 하지만 대부분 거주지를 쉽게 바꾸지 못한다. 특히 집은 경제력이나 직장과의 거리 등 외부 조건으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그나마 여행을 떠남으로써 잠시나마 정해진 장소에서 벗어나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볼 기회를 얻게 된다. 이를 배경으로 시작한 일본의 ‘낫 어 호텔Not A Hotel’은 알려지지 않은 지역에 세상에 하나뿐인 휴가용 주택을 지음으로써 집의 개념을 확장하고,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한다.


낫 어 호텔에게 집이란 세상을 확장하는 공간이자 삶을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장소이며, 영감과 자유를 느끼는 곳이다. 그래서 집처럼 편안한 휴가용 주택을 일본 전역에 마련해 원하는 기간 동안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마련했다. 소유권을 구매한 사람만 낫 어 호텔의 주택에 머물 수 있는데, 구매자는 1년에 10일부터 360일까지 이용 기간을 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30일권을 구매했다면 1년 중 언제든 30일을 예약해 휴가용 주택에서 지낼 수 있다. 또 구매자는 낫 어 호텔 회원이 되어 구매한 집 외에 회사가 소유한 다른 휴가용 주택도 예약해 사용할 수 있다. 이로써 구매자에게는 일본 전역에 자유롭게 머물 수 있는 휴가용 주택이 생기는 것으로, 낫 어 호텔에서 지은 주택이 많아질수록 이용할 수 있는 집도 늘어나는 것이다.






이상 아오시마의 낫 어 호텔





이상 나스의 낫 어 호텔





이상 도쿄 외곽에 선보일 낫 어 호텔





이상 기타카루이자와에 선보일 낫 어 호텔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넓혀주는 집을 제공하기 위해 낫 어 호텔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잠재력을 가진 지역을 발굴한다. 일본 남부 미야자키시의 아오시마는 첫 번째로 선택한 지역으로, 오키나와처럼 유명하지 않지만 겨울에도 날씨가 따뜻해 휴양지로서 잠재력을 가진 섬이다. 이어서 선택한 나스는 일본의 유명 별장지인 가루이자와와 가까워 자연경관이 비슷하지만 한적해서 조용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이처럼 낫 어 호텔은 유명 관광지보다 가치가 숨어 있는 지역을 찾아내거나, 어려움에 직면한 지역을 발전시키는 데 관심이 있다. 이는 서비스로도 연결되는데, 각 주택에서는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식사를 제공하는 등 지역의 생활과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낫 어 호텔 CEO 하마우즈 신지는 “이례적인 장소에 크리에이터가 디자인한 집을 제공함으로써 세계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고, 삶에 영감이 되는 새로운 기준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라고 말하며, 건축과 디자인이 회사의 비전을 실현하는 중요한 요소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재차 강조한다. 실제로 낫 어 호텔은 일본뿐 아니라 해외의 유명 건축가와 협업해 지역의 매력을 극대화한 주택을 짓도록 하고, 크리에이터가 생각하는 집을 구현하도록 이끌며, 구매자들이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간접경험할 수 있도록 한다. 일본 도쿄 외곽에 지을 예정인 ‘더 니고 하우스The Nigo House’는 휴먼 메이드Human Made 대표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니고Nigo가 디자인한 곳으로, 거실에 놓인 의자 하나까지 니고의 취향을 반영했다. 기타카루이자와에 지을 주택은 일본 디자인 회사 원더월Wonderwall®의 가타야마 마사미치가 건축부터 인테리어까지 담당한다. 고요한 숲 한가운데에 들어설 이 집은 가타야마의 디자인 철학은 물론, “자기를 이해하는 방법은 머물고 싶은 장소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라는 그의 공간 철학까지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건축과 디자인이 회사의 비전을 실현하는 중요한 요소로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낫 어 호텔의 운영 방식을 살펴보면 호텔, 별장 같은 숙박 시설에 가깝다. 심지어 각 주택은 도심에서 차로 1시간 이상 떨어진 외진 곳에 있기에 일상생활보다는 휴식에 적합하다. 하지만 기존 숙박 산업에는 없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한다. 일단 낫 어 호텔은 주택 한 채당 최대 12명이 공동으로 소유하는 방식으로 운영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개인 별장을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지금까지 호텔과 별장은 공실률로 인해 비용이 많이 낭비되는 구조인데, 낫 어 호텔은 공동 소유한 사람들과 나눠 지내는 동시에 아무도 이용하지 않는 기간에는 호텔로 운영함으로써 수익까지 얻을 수 있게 유도한다. 주택을 비워둔 채로 두는 것보단 호텔처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운영 방식은 결국 지속 가능성과도 연결된다고 낫 어 호텔은 주장한다.



집, 호텔, 별장을 결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제안한 낫 어 호텔은 세계로 뻗어나가는 것을 목표로 ‘전 세계에 당신의 집을’이라는 기업 목표를 이루고자 한다. 세계 곳곳에 집을 두고 자유롭게 생활한다는 점에서 노매드와 연결되지만, 건축가와 디자이너가 정교하게 만든 집을 통해 자유와 영감이 공존하는 삶을 지향하는 부분에서는 한 단계 더 발전한 노매드 라이프라고 할 수 있다.



Text | Young-eun Heo

Photos | NOT A HOTEL, KOZO TAKAYAMA, Kenta Hasega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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