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IV



SPACE|공동주택, 도시, 커뮤니티

함께 모아 내 집 마련 앞당기기

공동 하우징 프로젝트 ‘바우그루펜’

시대를 막론하고 ‘내 집 마련’은 많은 이들의 소망일지 모른다. 그러나 경제 문제, 사회 문제 등에 따라 그 소망이 이루어질 가능성은 커졌다 작아지길 반복한다. 이런 불안정성을 줄이고 조금 더 빨리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정부 정책과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합심해 ‘내 집 짓기’를 실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서로의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함은 분명하다.



본 콘텐츠는 2019“VILLIV” 매거진에 실린거주자가 함께 천천히 짓는 집’ 기사를 활용했습니다.




베를린 크로이츠베르크에 있는 R50



집을 구매하려는 개개인 자금을 한데 모아 집(건물)을 짓는다면? 그러니까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과 내가 곧 디벨로퍼가 된다면 어떨까?’ 독일의 공동 주거 콘셉트 바우그루펜Baugruppen은 이러한 발상에서 시작됐다. 바우그루펜은 건축 그룹(building group)이라는 의미이지만 이와 유사한 공동 주거(co-living), 즉 한 집 안에서 침실을 제외한 주방 욕실 등을 공유하는 개념의 주거 형태를 뜻하지는 않는다. 그보다 근본적인 개발과 설계 방식에서 접근을 달리한 것으로, 굳이 비교하자면 서로 이웃 관계로 살아가는 공동하우징에 초점을 두고 있다. 따라서 바우그루펜은 다세대주택(콘도, 협동조합, 아파트, 연립주택, 타운하우스 등) 주민들이 개발 주체가 되어 구성한 공동체로 이해할 수 있.


뜻이 맞는 이들끼리 모은 공금을 바탕으로 민주적 절차를 거쳐 땅 매입부터 건축 사무소 선택과 고용, 내부 디자인, 비용 내역 을 조율하고 공유하며 천천히 집 한 채를 짓는 것이다. 주로 바우그루펜 전용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만나는 이들은 대출을 받을 때도 해당 바우그루펜 이름으로 지정된 한 군데 은행에서 나눠 받는다. 1970~1980년대 유럽 몇몇 도시에서 공동 주거 바람이 일던 당시 베를린에도 한 건물에 모여 사는 코이 있었는데 바우그루펜 그 연장선상에서 도출된 개념이다.


지난 15년간 베를린 500개가 넘는 바우그루펜이 들어섰다. 바우그루펜 열풍의 중심에는 합리적 가격과 맞춤식 설계가 있다. 이 둘은 상호보완적 관계, 우선 베를린 시 차원에서 바우그루펜 진행자들에게 부지 매입 단계에서 제공하는 조건부 혜택이자 지원이 있다. 해당 부지 바우그루펜 개발에 사용하는 경우, 시는 일반적인 땅값이 아닌 거주 공간 개념의품질 수준을 보고 가격을 매긴다. 이에 부합하기 위해서 입주자들은 최대한 친환경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설계하게 되고, 건축사들 새로운 공법이나 재료를 실험적으로 사용해볼 기회를 얻는다.












(위 모두) 베를린 크로이츠베르크에 있는 R50



2013 완성 베를린 크로이츠베르크에 있는 R50의 경우 건축 비용은 1 2700달러라는 비교적 낮은 수준으로 책정. R50은 건축 사무소 하이데 & 베케라트Heide & Von Beckerath IFAU19세대 집주인들과 2년여에 걸쳐 완성했다. 입주자를 모으는 데만 1년 반가량 걸렸고, 절반의 인원이 모였을 때 기획과 개발에 착수했다. 집이 완성되기까지 미래의 거주자들과 총 45회가량 회의를 진행했는데 대략 2주 간격으로 건축 사무소에 20~30 모여 세세한 사항을 함께 결정해나갔다. 공동으로 쓰는 공간 층마다 , 아니면 지하에 두는 게 나을지부터 뒤뜰이나 세탁실, 옥상을 어떻게 공유할지에 세부 내용까지 거론하며 의견을 나누었다.


입주 2째이던 2015, 담당 건축가 중 한 명인 버레나 폰 베커라 LA의 라디오 채널 KCRW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개발 당시에는 아주 어렸던 아이들이 우리가 구상했던 이곳 뜰에서 놀면서 자라나는 걸 보면 참 흐뭇합니다. 입주한 지 2년이 채 안 되었기에 사람들은 아직 집에 적응해가는 시기지만요. 살면서 필요에 따라 계속해서 논의하고 함께 고쳐나갈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안합니다.” 아울러 참여 건축가이자 입주자이기도 한 크리스토프 슈미츠지난 30년간 주택 개발은 오로지 건축가와 전문가만의 영역이었어. 실거주자가 참여한다는 결코 일반적이지 않았죠. 협상 과정에서 오히려 제가 많이 배웠습니다라고 밝.



주택 개발은 오로지 건축가와 전문가만의 영역이었어요. 협상 과정에서 오히려 제가 많이 배웠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이런 질문이 남을 것이다. ‘거기서 살다가 집을 팔면 어떻게 되나? 판매 가격도 공동체가 승인해야 하나? 혹은 낮은 단가로 도심에 지 건물이 부동산 시장을 과열시키는 매물로 활용 수 있지 않을까?’ 놀랍게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세세한 조항보다 세대주끼리 입주 시 합의한 매니페스토에 맡긴다. 이 매니페스토는 법적인 제재가 아닌 신뢰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그 신뢰란 어쩌면 19세대의 입주자들이으로 높은 가치를 두는, 평온하고 안정적으로 머무 집에 대한 열망지도 모른다.


저는 식료품점, 공원, 학교, 식당 등이 모두 도보 거리에 있는 밀도 높은 도시에 살고 싶습니다. 차 없이도 편안하게 거주할 수 있는 지역이요. 이웃과 자연스럽게 마주도록 설계된 동네라면 좋겠습니다. 활기찬 공동체 의식이 있는 곳이면 더할 나위 없겠지요. 제가 살게 될 건물은 코-하우징co-housing 형태일 것입니다. 다시 말해 여러 가구가 공동으로 소유하는 주택이 될 것입니다. –데이비드 로버츠, “나는 바우그루펜에서 살고 싶다



Text | Eunah Kim, HMMB

Photos | Heide&Von Beckera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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