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사람이 완성하는 반쪽짜리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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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사람이 완성하는 반쪽짜리 집

칠레의 공공 주택 킨타 몬로이

Text | Eunah Kim
Photography | Elemental

정부가 공급하는 공공 주택은 최소한을 위한 생존형 주거 시설의 이미지를 벗어나기 어렵다. 입지 조건이 좋다거나 개성이 있다기보다 저렴한 이용 비용을 고려하면 그럭저럭 살만한 곳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공공 주택에도 ‘내 집’ 같은 애착감을 불어넣는 것이 가능할까? 2004년 완공된 이레 전 세계 저예산 하우징 솔루션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떠오른 칸타 몬로이는 ‘그렇다’고 답한다.




알레한드로 아라베나 Alejandro Aravena는 도시 빈민층을 위한 공공 주택 프로젝트 ‘킨타 몬로이’로 2016년 칠레 출신으로는 최초의 프리츠커상을 받았다. 2003년 칠레 정부는 그가 이끄는 건축 사무소 엘리멘탈 Elemental에 저소득층 100가구를 위한 공공 주택을 지어 달라고 요청했다. 결정된 부지는 칠레 북부의 20만 명이 사는 도시 이키케 Iquique 중심부의 5,000m²의 땅. 주어진 예산은 한 가구당 토지 비용과 설비, 건물을 모두 합해 7,500달러 선이었다.








엘리멘탈은 리서치 단계에서 거주자들의 직장이나 학교, 대중교통과 의료 기관이 모두 가까운 도시 중심부에 입지를 둘 것을 강조했다. 이는 거주자들의 생활 반경을 고려하지 않은 이전 도심 외곽 공공 주택들의 실패 사례를 눈여겨봤기 때문이다.




엘리멘탈은 리서치 단계에서 거주자들의 직장이나 학교, 대중교통과 의료 기관이 모두 가까운 도시 중심부에 입지를 둘 것을 강조했다. 이는 거주자들의 생활 반경을 고려하지 않은 이전 도심 외곽 공공 주택들의 실패 사례를 눈여겨봤기 때문이다. 도심의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대부분의 거주자는 여차하면 보급받은 주택을 되팔아서 도심의 슬럼으로 이사를 하였고 도시 빈곤층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실수요자들의 맥락을 읽지 못한 채 ‘중산층’을 표방하는 건물 자체를 짓는 데만 급급해했던 것. 이를 간파한 엘리멘탈은 예산의 70%는 부지를 매입하는데 쓰고 남은 30%를 인프라 구축과 건물을 올리는 데 할애하기로 했다. 일반적으로 이 비율은 정확히 반대다.








예산의 30%만으로 칠레 정부의 요청 사항인 ‘중산층형 주택’을 충족시키기 위해 엘리멘탈은 ‘반쪽짜리 집’이라는 아이디어를 내놨다. 각 세대가 서로 맞닿아있는 연립 주택 형태에 세대의 절반은 추후 확장해나가도록 텅 비워둔, 반만 완성된 집이다. 벽지나 바닥 등의 마감은 생략한 채 탄탄한 골조와 기본적인 수도과 배수, 전기 시설을 갖췄다. 즉 당장 들어와 생활하는 데는 무리가 없지만 그 이상의 디자인은 거주자들 몫으로 남겨둬 형편이 허락하는 대로 남은 절반만큼을 천천히 확장해나갈 수 있는 개념이다. 허물어진 벽이나 비가 새는 천장을 손보는 게 일상이던 도심 빈민들에게 필요한 시설을 직접 채워나가는 것은 결코 어렵거나 새로운 일이 아니었다. 최종적으로 완성된 킨타 몬로이의 가구당 면적은 원래의 예산으로 지었을 법한 초소형 주택보다 2 배 이상 넓었다.









기본 설비만을 갖춘 채 미완성의 완성을 선언한 집은 수도와 배수 시설은 있지만, 따로 문을 달지 않아 방 개념 없이 탁 트인 공간이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의 구조도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었다. 이러한 모듈식 공간까지만 완성되면 거주자들이 이사를 왔고 각자가 감당할 수 있는 비용과 속도 그리고 원하는 스타일에 맞게 커스토마이징을 해나갔다. 하나도 같은 것 없는 마감재,페인트 색깔은 물론 저마다의 에너지와 스토리가 담겼다. 완공 1년 후 주택 시장에서 킨타 몬로이의 평가 가치는 2만 달러를 넘어섰다. 유사한 입지 조건의 연립 주택의2.6배에 달하는 금액이었다. 하지만 거주자들은 자신에게 맞춤옷처럼 꼭 맞는 그 집을 팔기보다 지속해서 머물기를 원했다.

집을 천천히 완성해가는 방식은 불충분한 미완성의 상태라기보다 잠재력과 가능성을 남겨둔 공간으로 받아들여졌고 필연적으로 집의 가치는 올라갔다. 기본적으로 좋은 입지와 널찍한 면적의 주택인 데다가 공들여 가꾼 결과 집의 부동산적 가치가 상승한 것은 물론 거주자들의 자부심과 공동체로서의 소속감 또한 두터워진 것이다. 이는 특히 거주자의 대다수인 저소득층 가구에 국가의 보조 사업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킨타 몬로이는 우리가 건축이라는 도구로 비-건축적인 질문에 답하는 방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 ‘가난을 극복하는 방법’과 같은 질문 말입니다.”




이키케를 시작으로 칠레 각지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일궈낸 킨타 몬로이는 이후 남미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공공 주택 프로젝트에 적용됐고, 2010년 지진과 쓰나미로 폐허가 된 칠레 콘스티투시온의 도시 설계를 성공적으로 이끌기도 했다. “킨타 몬로이는 우리가 건축이라는 도구로 비-건축적인 질문에 답하는 방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 ‘가난을 극복하는 방법’과 같은 질문 말입니다.” 알레한드로 아라베나는 말한다. 저소득층을 지원하는 정부 사업에 가장 필요했던 것은, 거주 공간에 입주자들을 진정으로 ‘정착’ 시키는 것은 결국 개개인의 잠재력을 펼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일지 모른다. 기본적인 골조를 갖춘 최소한의 공간에 내일이 기다려지는 상상력이 더해질 때, 누군가의 최고의 ‘집’이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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