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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커뮤니티, 코워킹, 재생

사회적 거리를 벌림으로써 다가온 새로운 삶의 풍경

사회적 거리두기

Text | Nari Park

3월 12일 세계보건기구가 코로나19를 팬데믹 현상으로 정의하고 세계가 바이러스와의 전쟁에 몸살을 앓고 있다. 강도 높은 예방 정책으로 꼽는 ‘사회적 거리두기(물리적 거리두기)’ 캠페인은 바이러스가 첫 발병한 지 3개월 만에 세계인의 삶 깊숙이 자리 잡았다. 이 수칙은 얼굴을 맞대고 교감을 중시하던 인류의 전통적 삶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손님들이 노란 라인 안에 서서 주문하도록 안내선을 그려 넣은 런던 맥도날드 매장, 계산대로부터 2m씩 간격을 두고 손님들이 늘어선 미국과 유럽의 마트들. 밀폐된 공간에 다른 사람과 함께 탑승하지 않으려고 아파트 승강기 대신 계단을 이용하고, 산책하다 마주친 이웃들은 원대형으로 물러서 멀찍이 선 채 안부를 묻는다. 네덜란드 정부는 다른 이들과 1.5m 거리를 유지하라는 전 국민 단체 문자메시지를 발송한 지 오래다.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많은 나라의 삶이 철저하게 무너졌다. 물리적으로 우리가 좋아하는 이들, 영감의 장소들과 거리를 둔 채 재정적 어려움과 실직을 경험하게 됐다.” 미국 온라인 미디어 <복스Vox>의 분석은 슬프게도 2020년 3월 세계의 현주소를 압축한다.




“공중 보건 전문가들이 미국인들에게 서로 멀어지도록 촉구함에 따라 비디오 기술이 새로운 문화적 중요성으로 떠오를 것이다.”

- 미국 온라인 미디어 <복스> 기사 중 -




서로 ‘가까이 하지 말라’는 사회적 거리두기는 절대적으로 온라인에 의존하는 삶의 변화를 가져왔다. 미국의 대표적 피트니스 체인 라이프 타임Life Time은 3월 16일 무기한 영업 중지를 결정한 직후 전 세계 회원을 대상으로 무료 피트니스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카디오와 요가, 덤벨 세션 등 오프라인 강의 내용을 고스란히 오픈하며 홈 피트니스 기구 판매 사이트를 연결했다. 실제로 오디오 기반의 피트니스 프로그램 앱 앱티브Aaptiv의 기구 없이 시행하는 운동 프로그램 이용량은 전주 대비 50%, 버추얼 워크아웃 클래스 제공 사이트 데일리 번Daily Burn의 회원 가입은 전주 대비 268%나 증가했다. 홈 트레이닝은 집 밖 출입이 힘들고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건강한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절박한 선택’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세계 대부분의 도시에서 휴교령이 내려지자 뉴욕에서는 구글 클래스룸을 통해 공립학교 온라인 수업을 진행 중이며, 교육 출판사 스콜라스틱스Scholastics는 4월 말까지 자사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한다. 매일 홈스쿨링 일정과 연관 액티비티를 제공하는 이 사이트를 통해 아이들은 컴퓨터 앞에서 숫자와 언어, 세상 이치를 배운다.

문화·예술 분야의 디지털화도 다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첼리스트 요요마는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라이브 콘서트 파일을 올려 ‘코로나 바이러스 최전선에서 헌신하는 의료진을 위한 연주’를 선보였다. 아트 바젤 홍콩은 오프라인 페어를 취소하며 사상 초유의 온라인 페어를 열었는데, 첫날 엄청난 인파가 몰려 서버가 25분간 다운되는가 하면 개막 당일에만 100만 달러가 넘는 작품을 판매하는 성과를 올렸다. 관객들 또한 온라인 영화관으로 몰려든 지 오래다. 미디어업체 월Wurl에 따르면 3월 14~15일 주말 이틀간 전 세계인의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 시간은 20% 이상 늘었고, 코로나19 피해가 큰 이탈리아에서는 주간 넷플릭스 앱 설치가 57%나 증가했다. “집에 갇힌 사람들은 운동을 필요로 한다. 홈 피트니스 같은 온라인에 의거한 운동은 건강을 영위하고 싶은 이들의 필수적 선택이다.” 미국의 유명 건강 정보 사이트 데일리 번 대표 블레이크 시드베리Blake Sedberry의 말이다.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집은 잠자고 샤워하고 간단히 커피를 마시는 휴식처 정도였다면 코로나 바이러스 발생 이후 사무실, 학교, 놀이터, 영화관, 헬스장 등 24시간 인간의 모든 생활이 가능한 전천후 공간으로 변신했습니다.”

- 베키 브라켄, 홈 인테리어 전문 에디터 -




사회적 거리두기 현상은 삶에 필요한 모든 것을 온라인으로 주문해 받아보는 새로운 풍경을 만들고 있다. IKEA, 룰루레몬, 폴스미스, 더콘란샵, 앤아더스토리즈 등 세계적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들은 오프라인 매장 영업을 무기한 종료하고 온라인 쇼핑과 배송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대표적인 것이 식당 음식을 배달 주문하는 광경으로, 미국의 대표적인 딜리버리업체 우버 이츠Uber Eats, 도어대시DoorDash 등이 코로나19 사태 기간에 배달 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 대표적이다. 스타벅스는 매장 내 테이블과 의자를 모두 철거하고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만 커피 등 음료를 판매한다. 온라인 배송 공룡 업체 아마존의 배송 기간은 프라임 서비스라 할지라도 평균 5일 이상, 제품에 따라서는 한 달 정도 소요되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마존 측은 ‘필수적인 물품을 우선 배송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음식과 약이 대표적이다. 블루레이, 책, 케이블, 커피 메이커, 의류 등은 주문 후 받기까지 족히 몇 주가 소요되는 상황에 대해 소비자들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삶을 결정하는 필수적인 요소란 것이 때에 따라 누군가에게는 책이나 인테리어 소품이 될 수도 있다’고 말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은 집을 기능적인 공간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아늑한 집(cosy home)’과 ‘잘 정비된 사무 공간(well-designed workspace)’으로 구조를 변경하려는 움직임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들의 공격적인 프로모션이 쏟아지고 있다. 홈 인테리어 전문 에디터 베키 브라켄Becky Bracken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집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가 순식간에 변화했다고 분석한다.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집은 잠자고 샤워하고 간단히 커피를 마시는 휴식처 정도였다면 코로나 바이러스 발생 이후 사무실, 학교, 놀이터, 영화관, 헬스장 등 24시간 인간의 모든 생활이 가능한 전천후 공간으로 변신했습니다.”

삶의 매 순간 타인과의 물리적 거리를 염두에 두는 사회적 거리두기는 타인을 ‘잠재적 바이러스’로 보는 혐오의 시선을 낳기도 한다. 이에 대한 최근 <타임>지의 논평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 바이러스의 지구적 확산을 비난하면서 이를 막기 위한 유일한 방책은 지구화를 차단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그와 정반대죠. 전염병의 진정한 해독제는 분리가 아닌 협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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