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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호텔, 노마드, 친환경, 로컬, 재생

풍경 수집을 위해 떠난 아이슬란드 로드 트립

디자인 칼럼니스트 김명연

Text | Myungyeon Kim
Photos | Hyoungjong Lee

1년에 한 번씩 로드 트립을 떠나 노매딕한 삶의 가치를 발견하는 디자인 칼럼니스트 김명연 부부. 그들이 지난 2월 아이슬란드를 한 바퀴 돌며 집 안에 들일 풍경을 수집해왔다. - 아이슬란드를 한 바퀴 돌며 화산과 빙하가 공존하는 세상의 대자연을 맛보았다. 뜨겁게 끓고 있는 지구의 검은 속살과 땅 위를 하얗게 덮어버린 눈이 대비되며 열기와 한기가 땅에서 만나 세상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장면을 만들어냈다. 그곳에서 우린 풍경을 수집하듯 여행했고, 그 풍경에 생생한 경험까지 담아 집 안 곳곳에 들여놓았다.




빙하가 녹아 떠내려온 검은 모래 해변 ‘다이아몬드 비치’


3시간 30분 동안 빙하에 올라 바라본 발아래 풍경



1년에 한 번씩 한 달 정도 떠나는 로드 트립은 우리 부부의 1년 치 농사 같은 것이다.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한 달에 몰아서 해보는데 로드 트립이 그 기회가 된다. 무엇보다 신나는 건 낯선 세상에서 일상을 살아보는 것이다. 더불어 매일 다른 풍경 속에서 눈을 뜨고 밥을 한다. 캠핑카를 타고 다닌 두 번의 호주 로드 트립에서는 광활한 세상의 원초적인 자연을 따라 각각 20여 개의 캠핑장에서 생활했다. 캠핑카를 세워놓고 캠핑 식탁과 의자를 펼치면 그곳이 집이었고, 사방을 둘러싼 자연이 일상의 배경이었다.
아이슬란드에서는 자연의 다채로움과 초현실적인 매력을 발견하며 다녔다. 도시나 마을은 알록달록 아기자기했고, 화산을 덮은 빙하 위에 올라서면 아무것도 없는 듯 온통 하얀 세상만 보이기도 했다. 밤이면 춤추는 듯한 하늘의 오로라를 보다 잠들기도 하고 하늘색 물 위로 코랄색으로 물든 하늘을 보며 눈을 뜨기도 했다.



영화 <인터스텔라>의 만Mann 행성 촬영지와 가까운 한 호텔 방 안에서 바라본 오로라



호주와 아이슬란드의 자연이 완전히 다른 것처럼 두 곳의 여행 방법도 달랐다. 아이슬란드에서는 캠핑카를 타고 다니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겨울에 문을 열지 않는 캠핑장도 많고 도로 상태도 제각각이라 사륜구동 SUV를 타고 다녔다. 따라서 자연 한가운데 자리를 펼치지 못하고 전망 좋은 숙소에 들어가 짐만 풀었을 뿐이다. 아이슬란드를 한 바퀴 돌며 14개 숙소에 머물렀고 바다가 약간 보이는 도심, 호수, 빙하, 화산과 이끼 지대, 온천, 바다, 비행기 활주로까지 각기 다른 풍경을 바라보며 지냈다. 숙소의 종류도 시골 마을의 작은 코티지부터 신식 아파트, 최고급 호텔까지 다양하게 골랐다. 낯선 세상에서의 모험은 너무 길어도 피곤한데, 딱 이 정도 경험이면 1년을 풍족하게 보낼 수 있었다.



낯선 세상에서의 모험은 너무 길어도 피곤한데, 딱 이 정도 경험이면 1년을 풍족하게 보낼 수 있었다.



로드 트립의 가장 큰 수확은 풍경을 얻는 것이다. 카메라에 담긴 것을 종이에 프린트해 실체화하면 쓰임새가 다양해진다. 가족의 대소사에 사용할 카드를 만드는 것부터 집 안 곳곳을 장식하고 때론 창밖 전망을 대체하기도 한다. 확실히 종이 위에 재현된 사진은 데이터 상태로 있을 때보다 더욱 얘깃거리가 많고 생생한 느낌이다.
아이슬란드 로드 트립을 다녀온 지 일주일쯤 되던 날, 주방 싱크대 앞에 사진 한 장이 걸렸다. 아이슬란드에서 보낸 시간 중 가장 인상적인 순간을 기록한 사진으로 5시간 동안의 빙하 하이킹 중 가이드를 따라 빙하에 오르는 내 뒷모습이 담겼다. 거리를 두고 뒤따르던 남편이 사진을 찍고 이것을 도화지만 한 크기로 뽑아 타일 벽에 붙였다. 그런데 원래 그 자리는 ‘창문 하나만 있으면 참 좋겠다’ 생각한 자리였다. 작년에 지금 사는 집으로 이사하기 위해 주방을 고치면서 창문이 없는 게 아쉬워 어느 사진작가가 촬영한 창밖 풍경 사진을 걸어놓고 싶기도 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에게 부탁해 마치 창턱처럼 움푹 파이게 해 액자 자리를 만들어달라고 했다. 비효율적인 아이디어라는 설득에 결국 매끈한 타일 벽면이 되었다.



경기도 하남의 주방으로 옮겨 온 아이슬란드 빙하와 그 위를 오르는 내 뒷모습



이렇게 주방에 창문을 바라게 된 데에는 단독주택에 살았던 신혼 시절의 추억이 깃들어 있다. 주방 싱크대 앞에 큰 창문이 있어 설거지하며 창밖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 가끔 그때를 그리며 싱크대 앞에 큰 창문을 내고 싶지만 아파트에 사는 이상 실현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냥 풍경 좋은 자리는 거실에 양보하고 식탁에 앉았을 때 보이는 거실 창밖 풍경에 만족하자 생각했는데, 이제 대안을 찾았다.

‘원하는 풍경을 내다볼 수 없다면 원하는 풍경을 집 안에 들여놓으면 된다’고 생각을 바꿨다. 그 결과 지금 우리 집에는 두 계절이 교차한다. 종이에 프린트된 거실 창 옆 풍경은 파란 빙하 동굴이거나 건물과 건물 사이로 바다와 설산이 보이는 한겨울인데, 실제 창밖은 뜨거운 여름의 문턱이다. 꽃꽂이하듯 사진으로 식탁 풍경을 바꾸기도 한다. 위스키를 한잔하며 느긋하게 시간을 보낼 때는 식탁 위로 오로라 사진을 붙여놓고, 알록달록한 레이캬비크 시내 모습이 보고 싶을 때는 교회 꼭대기 전망대에서 촬영한 사진을 붙여놓기도 한다. 간편식 냉면을 해 먹을 때는 빙하 동굴에서 찍은 얼음 사진을 올려놓고 그때를 상상하기도 한다.




아이슬란드 동부 에이일스타디르Egilsstaðir의 아침 풍경



곧 무너져 내릴 듯이 아슬아슬한 화산과 쇄설물, 이끼, 바다가 어우러진 풍경




우리의 생생한 경험과 시간이 담긴 이 사진들을 걸기 위해 집 안의 작은 벽면 하나를 철판으로 만들기도 했다. 사진을 붙이고 떼기 좋게 해서 지난 세 번의 로드 트립 사진에 올해 계획하고 있는 국내 로드 트립 사진이 더해지고, 또 그 이후의 로드 트립 사진이 더해져 언젠가 이 벽이 곧 우리의 살아 있는 역사가 되는 순간이 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계획한 것이다. 이처럼 사진은 우리의 일상을 풍성하게 해주는 에센스이다. 창문을 대신하기도 하고 꽃과 장식품을 대신하기도 하며, 사진으로 우리 가족의 아카이브도 만든다.




<디자인 칼럼니스트 김명연의 호주 로드 트립>

① 집은 일상의 베이스캠프

② 가장 완벽한 집



<디자인 칼럼니스트 김명연의 아이슬란드 로드 트립>

① 아이슬란드라는 집에 초대된 손님

② 풍경 수집을 위해 떠난 아이슬란드 로드 트립 (현재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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