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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명의 젊은 아티스트가 그린 집

전시 [JUST WHAT IS IT...?]

Text | Kay. B
Photos | Cristea Roberts Gallery

집은 언제나 아늑하고 편안한 공간이 아니다. 누군가는 집을 쉽게 가질 수 없고 누군가는 집에서도 항상 불안을 느낀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집에 대해 깊이 사유해볼 수 있는 전시가 런던의 한 갤러리에서 열렸다. 캔버스에서 그들이 포착한 집의 모양을 하나씩 살펴보면서 전시가 집에 관해 던지는 질문에 그들처럼 답해보길 바란다.




Zsofia Schweger, At the Pub(Fitzroy Tavern in Fitzrovia, London), 2020




코로나19를 겪는 동안 전 세계적으로 집의 정의에 대해 묻는 시도가 많아졌다. 최근 런던의 현대미술 갤러리 크리스티아 로버츠 갤러리Cristea Roberts Gallery에서 기획한 전시 <JUST WHAT IS IT...?> 4명의 젊은 아티스트가 집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작품으로 응답했다.

 

이 전시 제목은 영국의 팝아트 작가 리처드 해밀턴의 콜라주 작품명 ‘Just what is it that makes todays homes so different, so appealing?’에서 가져왔다. '요즘의 집을 그렇게 제각각,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코로나19 시대에 접어들면서 집에 대한 개념이 굉장히 많이 바뀌었다. 누군가는 집에 갇혀서 일하고 자유롭게 여행을 다닐 수도 없게 되었다. 집에 머무는 생활이 잘 맞는 사람도 있겠지만 바이러스 확산이 심한 지역의 사람들은 더 큰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Polly Shindler, Large Ranch, 2020




미국 아티스트 폴리 신들러Polly Shindler가 그린 방은 우리가 흔히 예상하는 전형적인 형태의 공간이다. 하지만 그 안을 채운 가구와 다양한 생활용품, 예술 장식품은 형형색색의 색감과 디자인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폴리 신들러는 요즘의 집이 이전 시대보다 좀 더 고독해졌다는 점에 포커스를 맞추었다. 더불어 집을 무언가로부터 도망칠 수 있는 도피처로 바라보았다. “제가 그린 집은 일종의 열망이고 초현실적으로 의도된 모습이에요. 저는 어떤 공간에서 이상하게 느껴지는 지점을 좋아합니다.” 그가 공간에 둔 다양한 오브제에는 20세기 유명한 예술가들의 디자인이나 예술 작품을 그려 넣었다. 이는 폴리 신들러가 영향을 받는 모든 예술가가 고독한 방에서 열렬히 메시지를 던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환상적인 여행지 사진, 영향을 받고 싶은 위인의 사진을 일부러 자주 볼 수 있는 곳에 붙여놓는 행위와 같다고 해석해도 될까?





Karen Lederer, Henri, 2019




폴리 신들러와 비슷한 방식으로 캐런 레더러Karen Lederer도 거장들의 예술 작품을 자신의 작품 속에서 언급한다. 하지만 머그컵 위에 그린다거나 포스터 또는 책에 인쇄하는 방식, 말하자면 복제품으로써 이를 드러낸다. 캐런 레더러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인스타그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집 안을 찍은 소위 힙한사진이 떠오른다. 앙리 마티스의 이름이 적힌 컵, 주황빛의 이탈리아 아페리티프 와인 아페롤’, 애완동물, 스낵 등이 등장하는 그의 그림을 통해 집의 일상을 보여주며 힙스터들의 소비문화에 대해 말한다.

 

특히 SNS상에서 취향이나 문화에 대해 무방비 상태로 휩쓸리게 된 현상을 표현하고자 했다. “저는 종종 스튜디오나 집에 있는 물건을 그려요. 그 자체로 제 삶과 도시를 반영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제 작품에는 어항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는 록다운으로 갇혀 있는 사람들을 상징해요. 각자가 넓은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결국은 어항에 갇혀 있는 거죠.”

 



누군가에게 집은 막연히 편한 것도,

언제든 소유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반면 샬럿 키츠Charlotte Keates는 실제로 눈앞에 있는 장면이 아닌 상상력과 기억에 의존해 집을 그린다. 그가 작업을 시작하는 단초는 최근에 본 기억나는 공간이다. 얼핏 그의 그림을 보면 어디선가 본 듯한 집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그렇지 않다. 바닥이 없는 곳으로 이어진 계단, 닫을 수 없는 문, 허공으로 이어진 테라스 등은 점점 이곳이 집 내부인지 외부인지 가늠하기 힘들게 만든다.

 

끝으로 조피어 슈치베게르Zsofia Schweger는 헝가리 출신으로 청소년 시절 미국과 영국으로 이주한 경험을 작품으로 그렸다. 그는 16세 때부터 '집이란 무엇인가? 나는 어디에 있나?'라는 질문에 명확한 답을 내리지 못했다고 말한다. “저는 헝가리인으로 16세 때부터 미국에 살다가 지금은 영국에 살고 있어요. 제게 집은 유동적인 개념이죠. 집은 장소와 시간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삶 전반에 걸쳐 변화하죠.”





Zsofia Schweger, At the Studio(in Bow, London)

 



그의 작품에는 영국의 인테리어에 대한 탐구가 녹아 있다. 톤 다운된 컬러로 소파, 테이블, 창문 등 집 안에서 흔히 보이는 장면을 그린다. 지난 7년 동안 영국에서 느낀 소속감과 소외감을 이중적 느낌으로 묘사한 것이다. 특히 조피어 슈치베게르의 인테리어 연작을 살펴보면, 지하철과 술집을 코로나19 시대의 상징적인 장소로 그렸다. 팬데믹 상황에서 가장 위험하다고 여겨지는 이런 곳들이 문을 닫고 버려진 상태를 포착한 것이다.

4명의 아티스트는 우리가 너무나 익숙해서 제대로 보지 않았던 집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제시한다. 그들은 집에 대한 보편적 생각을 공유하면서도 코로나19 시대의 집, 이주한 지역에서의 집 등 소외된 의미의 집을 두루 살핀다. 그들의 작품을 보면서 때로 누군가에게 집은 막연히 편한 것도, 언제든 소유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한 번쯤 생각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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