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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디자인 의자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 전시

Text | Nari Park
Photos | Vitra Design Museum, Bettina Matthiessen

20세기 가구가 21세기 라이프스타일을 디자인하는 시대다. 바우하우스 교수였던 마르셀 브로이어의 바실리 체어와 스위스 모듈 시스템 USM의 인기가 치솟고, 르코르뷔지에 소파는 이미테이션도 불사하고 구매할 만큼 대중적 관심을 얻고 있다.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은 여성 디자이너들의 아이코닉 의자를 통해 오늘날의 집과 라이프스타일을 돌아보는 기획 전시를 마련했다.




photo: Bettina Matthiessen VG Bild-Kunst, Bonn 2021 for the design by Matali Crasset



 

핀 율, 한스 베그네르, 르코르뷔지에···. 오늘날 디자인사에 하나의 팬덤을 형성하는 디자이너 가운데 여성 디자이너를 찾기가 쉽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집과 가구, 라이프스타일의 중추적 역할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남성 그 이상이다. ‘스스로 생활하며 느끼는 불편함, 생활하며 깨닫는 디자인적 가치를 제품에 녹여낼 수 있다는 점에서 여성 디자이너의 가구에는 디자인 요소 그 이상의 정서가 담긴다. 그럼에도왜 여성 디자이너의 가구는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나?’라는 질문 앞에 마주한 전시가 있다.





©Vitra Design Museum, photo: Mark Niedermann

 



스위스 바젤의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Vitra DesignMuseum이 본관 5주년 기념으로 준비한 은 우리 시대 여성 디자이너들의 아이코닉 가구 컬렉션을 모은 자리다. 여성의 시선으로 바라본 집, 그 공간 속에 긴 시간 자리하며 사랑받아온 소품을 선별했다. “여성 디자이너의 작품에 대한 인지도, 대중적 담론의 목소리를 높이는 데 목적이 있다는 것이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 측 설명이다. 20세기 미국의 전설적인 디자이너 부부 레이Ray와 찰스 임스Charles Eames와의 협업으로 유명한 비트라는 여성과 남성 두 개체가 만나 이루는 삶의 하모니에 집중하는 것은 물론, 집이란 공간의 의미, 라이프스타일에 관해서도 다양한 생각거리를 던진다.

 



이번 전시는 여성 디자이너의 작품에 대한 인지도,

대중적 담론의 목소리를 높이는 데 목적이 있다.”

-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 -

 



컬렉션은 집을 채우는 다양한 가구 가운데 의자에 집중했다. ‘또 다른 인체라 불리는 의자는 20세기 들어 다양한 기술, 소재와 만나 비약적 발전을 거듭한 대표적인 가구다. 1951년 핀란드 디자이너 마이야리사 코물라이넨Maija-Liisa Komulainen이 제작한 라운지 체어의 절제된 메탈 프레임은 오늘날의 것과 비교해도 전혀 뒤처지지 않을 만큼 현대적이다. 발걸이를 포함한 일체의 디테일을 제외한 심플한 라인은 몸을 누이는 인체 라인 자체에 집중한 것이다. 20세기 일본의 실용주의 가구 디자이너를 대표하는 다나베 레이코의 미니멀한 스툴은 단순한 디자인으로 다양한 기능을 하는 오늘날의 라이프스타일과 닮아 있다. 1961년 티크 우드로 제작한 육각 형태의 스툴은 의자, 테이블은 물론, 하나의 설치 작품이 되기도 하고 형태를 자유롭게 뉘어 수납함으로도 사용 가능하다. 요즘 젊은 층에서 폭발적 인기를 얻고 있는 모듈 시스템을 1960년대 아시아 여성 디자이너가 선보였다는 점은 시대를 초월해 가구의 기본 조건이 실용성에 있음을 시사한다.





©Vitra Design Museum, photo: Bettina Matthiessen



©SHINCHOSHA




주거 공간에서 의자는 기능성은 물론 오브제로서도 공간을 장악한다. 삼각 형태의 높낮이 조절이 가능한 팔걸이가 부착된 마탈리 크라세Matali Crasset의 라운지 체어익스텐션 드 제네로지테Extension de Générosité’, 오늘날 네덜란드 디자인 신을 대표하는 디자이너로 성장한 리사 에르텔Lisa Ertel의 기하학적 의자듄 체어Dune Chair’가 대표적이다. 일찍이 마탈리 크라세는 의자 팔걸이에 집중해 완벽하게 아름다우면서도 기능성을 극대화한 제품을 제작했다. “가구 디자이너가 아니라 전체 공간을 암시하는 라이프스타일 크리에이터로 불리길 희망한다는 그녀는 집이란 공간에서 완벽한 휴식과 일탈을 선물하는 의자를 고민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투박한 나뭇결이 고스란히 드러난, 몬드리안의 추상화를 입체적으로 구현한 듯한 리사 에르텔의 의자는 아름다운 조형물을 가까이 두고홈 갤러리를 즐기는 오늘날의 라이프스타일을 압축한 듯한 작품이다.




photo: Ezio Prandini VG Bild-Kunst, Bonn 2021



©Vitra Design Museum, photo: Bettina Matthiessen

 



의자가 인스타그램을 위한 공간의 소품으로 등장하는 요즘, 한 세기를 관통한 여성 디자이너들은 묻는다. “일상으로부터 도피처가 되어줄 완벽한 의자를 만났느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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