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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culure, 재생, 다양성

가장 아름다웠던 집을 위한 초상화

홈 포트레이트

Text | Nari Park
Photos | Leisa Collins

그동안 살아온 집의 모습을 어떤 방식으로 기록하고 있는지? 지금 미국에서는 삶의 일부를 함께했던 집을 그림으로 남기는 ‘홈 포트레이트’가 주목받고 있다. 초기 럭셔리 부동산 시장에서 VIP 고객 선물로 각광받던 것이 최근 들어 엣시Etsy(www.etsy.com) 같은 글로벌 전자상거래 사이트에서 집 사진을 토대로 그림을 그려주는 거래가 증가하며 하나의 유행으로 자리 잡고 있다.



Leisa Collins,Edg-Clif and a Family Tradition’



 

2층짜리 목조 주택 앞 주차 오래된 승용차, 앞마당 가득 아름드리나무와 푸른 잔디가 깔린 집···. 맑은 수채화로 담은 이 서정적인 풍경화는 그림 속 집에서 보낸 누군가의 삶이 얼마나 평화롭고 아늑했을 짐작하게 한다. 마당에서 우두커니 주인을 기다리는 강아지, 앞마당 앞으로 펼쳐진 푸른 호수와 초원 등 집 크기와 형태, 주변 사물은 조금씩 다르지만 각각의 집은 저마다 근사한 모습으로 자리한다. 하나의 인물 사진을 보는 듯한 포트레이트Home Portrait’ 지난 몇 년 새 아트 마켓의 고유 장르로 자리 잡으며 대중적인 이목을 끌고 있다.

 

흔히 아키텍처럴 아티스트architectural artist 또는 홈 페인터home painter로 불리는 집을 그리는 작가 고급 부동산 시장에서 VIP 고객을 위한 선물용으로 그림을 그렸다. 부동산 에이전트 집을 매매한 고객을 위해 그 집을 그림으로 남겨 답례품으로 제공. 홈 포트레이트 인기에 대해 <뉴욕타임>는 다음과 같이 분석한다. “사진과 달리 그림 집에서의 가장 아름다운 기억을 재편집할 수 있다. 실제 존재하지 않는 세부 사항을 더해 한 의 완벽한 사적 기억을 완성한다는 점에서 충분히 매력적이다.” 자신의 집을 그림으로 남기고 싶은 심리에 대해 트렌드 전문가 데이날손 존슨Daynalsom Johnson 이렇게 설명한다. “’집 초상화는 사람들에게 오래된 추억을 일깨우 역할을 한다. 첫 아파트, 어린 시절의 집을 그려달라는 의뢰가 가장 많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사진과 달리 그림 집에서의

가장 아름다운 기억을 재편집할 수 있다.”



 

최대한 의뢰인 마음에 드는 집을 그리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통용된다. 홈 포트레이트 전문 아티스트 리첼 플레크Richelle Flecke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림을 의뢰한 주인에게 집 셔터 색상을 바꾸고 나무와 식물을 추가해달라는 주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특정 풍경에 대한 요구도 이어진다. 새하얀 눈으로 뒤덮인 집이나 모든 식물이 꽃을 피운 상태로 그려달라는 식이다. 계절뿐 아니라 집의 각도를 바꾸거나 반려견과 아이들, 캠핑카를 넣어달라는 요구도 빈번하다. 그 과정 속에 자신이 살았던 집에서 보낸 순간과 특정 장소에 얽힌 기억, 시간과 풍경에 대해 추억하고 정리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Leisa Collins,The California Bungalow’

 



미국 플로리다주에 레이사 콜린스Leisa Collins는 홈 포트레이트 분야 대표하는 아티스트다. 최근 출간한 에는 작가가 미국 50개 주를 여행하며 수채화로 남긴 250여 채의 다양한 주택이 담겨 있다. 애리조나의 시멘트 건물, 야자수가 울창 캘리포니아의 3층짜리 대저택, 흰눈으로 뒤덮인 콜로라도 지 등 다양하다. 세밀화가 연상될 만큼 정교하게 채색한 집들은 그 공간을 채웠던 누군가의 라이프스타일을 짐작케 한다. 그중에서 레이사 콜린스가 가장 의미 있는 홈 포트레이트3을 꼽았다.

 

캘리포니아 방갈로는 가장 유명한 미국 건축양식 중 하나다. 큰 현관, 현지 석재와 목재로 지은 건축 스타일은 캘리포니아 기후와 잘 어우러진다. 이런 형태의 집은 미국 중산층을 상징하 나아가 미국의 성장을 이야기하는 지표이기도 하다.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까지 남부 지역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미국의 다른 주요 시보다 더 많은 단독주택이 LA에 지어졌고, 인구의 94%가 이 주거지에 살았다. 중산층 구매자의 예산에 맞는 주택이 필요던 중 캘리포니아 방갈로는 신규 거주자들에게 완벽한 선택이었다. 기존 방갈로는 1층 또는 1.5의 낮은 층고로 설계됐지만, 큰 규모의 방갈로 리조트 타운에 퍼지면서 캘리포니아의 새로운 럭셔리 하우스 지표 되고 있다.








수채화로 그린 미국의 다양한 집을 감상하는 동안 서울의 집을 상상해본다. 지금 우리의 집을 화폭에 담는다면 어떤 모습일까. 성냥갑 같은 획일적인 아파트나 다세대주택일지라도 그 자체로 충분히 의미 있지 않을까. 식탁 위 상차림, 거실 한편의 디자인 가구를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정물화 같은 삶의 단면도 좋지만, 가끔은 멀리서 우리가 사는 집의 외관을 바라보는 시선의 전환이 필요하다. 삶을 멀찍이 관망하는 자세, 지금 살고 있는 집의 초상화를 통해 삶의 태도와 이상적인 공간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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