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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culture, essay, 큐레이션

당신의 공간을 위한 플레이리스트

플레이리스트 가이드북 저자 박정용 에세이

Text | 박정용
Photos | 박정용

홍대 앞 공연장 ‘벨로주’ 대표이자 플레이리스트 가이드북 의 저자 박정용이 세 가지 공간을 위한 플레이리스트를 보내왔다. 혼자 있는 공간, 음악조차 필요 없는 멋진 자연의 공간, 여럿이 함께 모인 공간 등 음악 애호가인 그가 세심하게 고른 세 가지 플레이리스트에서 음악과 공간이 어떻게 조화하는지 제대로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음악을 듣고 찾으며 고르는 일을 업으로  있다꿈같은 일처럼 들리지만 당연하게도 직업으로서의 안정성은 취약하다다만 악과 음반 매력에 빠져  지난 수십 년의 세월이 휘발되지 않고 쌓이는 일이라는 점은 다른 무엇과 비교할  없는 장점이다그런 나에게 공간은 언제나 음악과 먼저 연결된다나이를 먹어서가 아니라 음악을 깊이 좋아하게 될수록 공간과 음악의 매칭이 얼마나 중요한지 체감하며 살고 있다물론 함께인지 혼자인지, 어느 공간인지에 따라 음악은 바뀐다아래는 '공간과 플레이리스트'라는 주제를 떠올릴  생각났던, 음악이 주인이   공간과 플레이리스트들이다.

 



혼자 듣는  음악들과 홀로 보내는

 공간의 시간들은 결국 많은 사람과 부대끼며

보낼 수 있는 힘이 된다.”

 



생각해보면 결국 집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음악을 듣는주된 일상을 회사에서  사람을 제외하면 아마도 많은 사람이 그럴 것이다아내 출근하고 중학생 딸도 등교(하거나 '온클' 접속)하고   보내는 평일 오전의 대부분 사진  방에 머문다. 30 아파트에 입주하면서 처음부터  하나를 부탁했고 다행히 가족 허락해주었다감사한 일이다오디오와 음반과 책상만 존재하는 공간이고창밖에는 아파트 단지  작은 정원이 보인다이곳에서 음악을 듣고 책을 읽으며 페이스북을 하고 넷플릭스를 본다 기운으로 출근을 한다음악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누구라도 이런 공간은 형편이 닿는다면 옵션이 아닌 반드시 선택해야  요건이 아닐까혼자 듣는  음악들과 홀로 보내는  공간의 시간들은 결국 많은 사람과 부대끼며 보낼 수 있는 힘이 된다.

 

Lifeboat - Penguin Cafe Orchestra

Crazy He Calls Me - Conor Albert. Alice Auer

Comedown – Joesef

En La Orilla Del Mundo - Charlie Haden

Some Day My Prince Will Come - Miles Davis

She Was TooGood To Me - Chet Baker

 – 백현진

코타르 증후군 - 김오키

Ballad Of The Sad Young Men - Keith Jarrett

Spigel im Spiegel - 이유화









때로 음악은 장비도 음질도 음원도 중요하지 않은 공간에 놓인다가장 최근의 경험은 친한 후배의 동인천 작은 다세대주택 옥탑이었다음악 글을 쓰는 후배여서 제대로  오디오가 세팅된 방이 있었지만옥탑에 놓인 불편한 편의점 의자에 기대앉아 하염없이 뚫린 풍경을 바라보며 5 원짜리 블루투스 스피커로 듣는 감흥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 그건 어떤 오디오나 인테리어조명, 무엇과도 비교할  없는 자연음과 자연광자연풍, 그리고 비슷해 보이지만 매일매일 다른 석양의 힘이다 풍경  공간은 어떤 장비나 인테리어가 주지 못하는 음악의 본질을 느끼게 만든다소비뇽 블랑 한잔과 함께 좋겠지만 1 원에  캔짜리 맥주라도 충분하다문득 음악도 필요 없지 않나 싶지만그래도 음악은  감흥을 온몸에 기억하게 만든다. 이럴 때 음악은 자연을  위대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San Francisco Street - Sun Rai

Duas da Tarde – Silva

Santa Maria De Feira - Devendra Banhart

Sabor A Mi- Mateo Stoneman

See The Sky About To Rain - Neil Young

Sambolero - Luiz Bonfa

Para Machuchar Meu Coraca - Stan Getz & Joao Gilberto

Rosa Morena - Antonio Carlos Jobim

고요한 저녁 – 장필순

By This River - Brian Eno








13 전부터 홍대 앞에서 벨로주라는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지금은 공연장으로 알려지만 처음에는 수만 장의 음반에 둘러싸 음악을 틀고 들으며 이야기와 음식을 나누는 공간이었다1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많은 사람 그때의 공간을 그리워한다이곳에서 많은 사람 다시 듣고 싶은 음악을 골랐다그러니까 혼자가 아니라 같이 듣고 싶은 음악이다어쩌면 나는  음악을 함께 듣기 위해서  일을 시작했고 여전히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Brunch With Suki - Mark Barrott

Recto Verso – Paradis

Music - Benny Sings

風の街 - Hi-Fi Set

Leave The Door Open - Bruno Mars, Anderson .Paak

Cruisin' tothe Parque (feat. Y La Bamba) - Durand Jones & The Indications

Drive(Feat. 죠지) – 김현철

You're My Love - Kenny Rogers

Looking Up To You - Michael Wycoff

The Promise Of Love – Delegation

 

박정용 | 홍대 앞에서 벨로주라는 공간을 13년째 운영하고 있다온스테이지 기획·제작,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라이브 클럽데이 기획 등 인디 음악과 홍대 앞을 중심으로 한 여러 가지 일을 하지만언제나 가장 큰 관심은좋아하는 음반을 어떻게 싸게 살 것인가인 음반 마니아최근 플레이리스트 가이드북 <뮤직 포 이너 피스Music for Inner Peace>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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