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IV



CULTURE|도시, 라이프스타일

영원히 변치 않는 집을 찾아서

책 <작은 집 이야기>

Text | Young eun Heo
Photos | 시공주니어

산업화로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던 1940년대 미국의 상황을 담담하게 그린 동화책 <작은 집 이야기>는 변치 않는 것의 소중함과 지난날의 향수를 전한다. 2021년이 되었음에도 여전히 도시는 무분별하게 개발되고, 그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그래서일까? <작은 집 이야기>는 출간된 지 78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많은 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어릴 적 읽은 동화책 중에서 인상 깊게 남은 책이 한 권 있다. 제목은 기억나지 않고 내용만 생각난다. 시골이 갑자기 도시로 개발되면서 그곳의 작은 집 한 채가 폐가가 되는데, 결국 집이 과거의 시골로 옮겨지면서 해피 엔딩으로 끝났다. 성인이 된 지금도 고층 빌딩 사이에 낀 작은 집의 초라한 모습과 트럭에 실려 시골길을 달리던 작은 집의 마지막 모습이 또렷하게 기억난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이 책의 장면들이 시시때때로 살아났다. 아내와의 추억이 가득한 집을 팔지 않고 오히려 수천 개의 풍선을 집에 달아 남아메리카로 모험을 떠나는 애니메이션 영화 <UP>을 볼 때는 진심으로 반가웠다. 감독이 나와 같은 동화책을 보고 영감을 받았을 것이라 생각했다. 땅값이 비싼 서울에서 폐가를 발견했을 때도 이 책이 떠올랐다. 간혹 여행을 떠날 때는 이 책에서처럼 집째로 이동하고 싶다는 엉뚱한 상상을 했다. 이런 경험이 쌓이면서 제목도 모르는 이 동화책이 내가 집이라는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의외로 많은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후 책 제목을 찾으려고 노력했으나 생각 외로 어려웠다. 그런데 우연한 기회로 알게 되었다. 서점의 그림책 코너를 서성이다가 버지니아 리 버튼이 쓴 <작은 집 이야기>를 집어 들었는데 바로 그것이 내 추억의 동화책이었다. 1943년에 출간했다는 사실에 놀라고, 이 책이 여전히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는다는 사실에 두 번 놀랐다. 현대사회가 앓고 있는 문제점을 담담한 어조로 전달하는 <작은 집 이야기>는 전달하는 메시지의 우수성, 그림과 타이포그래피의 조화 등을 인정받아 1943년 콜더컷 상을 수상한 그림책의 고전이다.



책 내용은 내가 기억하던 그대로였다. 한 가족이 작은 집을 지었다. 작은 집은 가족의 포근한 보금자리가 되었고, 사계절의 아름다움과 밤하늘의 달과 별을 흠뻑 느끼는 나날을 보냈다. 그런데 갑자기 시골이 도시로 개발되면서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이 사라지고 고층 빌딩과 아파트, 자동차와 사람들로 가득 차게 되었다. 살던 가족마저 떠난 작은 집은 달과 별도 보이지 않는 도시에서 폐가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작은 집을 지은 사람의 손녀의 손녀가 작은 집의 존재를 알아챈다. 집의 가치를 안 손녀는 집을 통째로 커다란 차에 실어 시골로 옮기고 그곳에서 생활을 꾸려간다. 작은 집은 예전처럼 들판에서 자연을 만끽하고 밤하늘의 달과 별을 보는 날을 보낸다.








1940년대를 배경으로 한 동화책 속 상황과 2021년 현재의 상황이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이 씁쓸하다. 그리고 내 어릴 적 집들이 떠올랐다. 운 좋게도 나는 서울에서 태어나 수도권에서 살아온 덕분에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살아온 지역을 멀리 벗어난 적이 없다. 그래서 <작은 집 이야기>의 작은 집처럼 그리워할 시골이 없다. 대신 어릴 적 살던 집과 동네가 내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시골과도 같은 존재다. 아파트와 빌라가 빼곡한 풍경이긴 하지만 그곳에서 쌓인 추억은 성인이 된 나를 단단하게 지탱해준다.




어릴 적 동네의 급격한 변화가 반갑지 않은 이유는

현대사회의 문제점이 얽히고설켜 나타난 결과임을 알기 때문이다.”




더 고마운 사실은 지금 사는 동네와 유년 시절에 살던 동네가 차로 10분 거리밖에 되지 않아 그 시절이 그리울 때면 언제든지 갈 수 있다는 점이다. 간혹 어릴 때 살던 동네를 지나갈 때가 있는데, 내가 유년 시절과 청소년기를 보낸 집이 변치 않고 그대로 있다. 그런데도 <작은 집 이야기>에 공감한 이유는 집을 둘러싼 주변 환경이 급속하게 변했기 때문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는데, 지금은 1~2년 사이에 너무 쉽게 바뀐다. 엄마와 손잡고 가던 목욕탕은 문을 닫은 지 오래고, 친구들과 과자를 사 먹던 슈퍼는 셀 수 없을 정도로 주인과 업종이 달라졌다. 종종 놀러 가던 친구네 집은 3개월 만에 신축 빌라로 바뀌었다. 몇십 년 전 풍경이 지금까지 있기를 바라는 건 욕심이지만 그럼에도 이 변화가 반갑지 않은 이유는 무분별한 재개발과 집을 돈으로 보는 현상, 경제 불황 등 현대사회의 문제점이 복합적으로 얽히고설켜 나타난 결과임을 알기 때문이다.








냉혹한 세상과 낯선 풍경 속에 우뚝 서 있는 내 어릴 적 집을 보면 이제 반가움보다 쓸쓸함이 앞선다. 운 좋게 살아남은 이 집도 언젠가는 사라질 것이고 내 추억의 공간은 이 세상에서 영영 사라질 것이다. 지금은 내 집도 아니지만 없어진다고 생각하니 왠지 아쉽고 속상하다. <작은 집 이야기>의 작은 집처럼 대형 트럭에 내 어릴 적 집을 싣고 저 멀리 떠난다면 멜랑콜리한 기분을 달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며 현재의 나의 집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RELATED POSTS

PREVIOUS

집이란 어떤 마음가짐
더 셀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