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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도시, 재생

1유로짜리 집의 가능성

1유로 집 프로젝트

Text | Anna Gye
Photos | CNN Travel, Wikipedia

원거리 근무가 가능해지고 심리적으로 여유로운 나라에 살고 싶은 사람들이 늘면서 다시 1유로 집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나도 한 번쯤 외국에서 살아볼까?’ 란 생각으로 접근한다면 실망할 것이 분명하다. 1유로 집은 새로운 삶과 기회, 모험과 도전을 즐기는 사람들 위한 보금자리다.





Photo by Megan Soule on Unsplash




지난 8, 이탈리아 로마와 가까운 시골 마을 마엔자Maenza 1유로 집 프로젝트 리스트에 등장했다. 사진에 등장한 100여 채의 석조 건물은 빈집이라 할 수 없을 만큼 깨끗했고 멋진 뷰를 가지고 있었다. 클라우디오 스펠두티Claudio Sperduti 시장은투자는 거절합니다. 이웃을 원합니다.’라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마엔자는 버려진 마을이 아닙니다. 젊은 사람들도 많이 살고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엔자를 프로젝트에 참여시킨 이유는 부동산 투자자들에게 잠식되어 버린 1유로 프로젝트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죠. 지금 이탈리아 마을은 상품화되고 있어요.”



이탈리아는 2016년부터 텅 빈 시골 마을을 회복하기 위해 외국인들에게 빈집을 1유로로 파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러나 의도와 달리 집을 살 수 있는 달콤한 기회로 홍보되면서 부동산 투자자들이 낡은 집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의 출발은 (건물)’이 아닌 사람(관계)’를 맺는 일이었어요.  이 아닌 변화가 목적이었죠.”










표면적으로 보자면 1유로 집 프로젝트는 높은 수리 비용과 세금 때문에 골머리를 앓던 집주인과 한 번쯤 이탈리아에서 살아보고 싶은 로망을 가진 외국인의 슬기로운 거래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근본은 시골 마을에 남아 있는 전통 유산을 지키면서 노쇠해진 마을을 동시대적으로 변화시키는 데 있다. 외국인들에 의한 역발상 효과, 다양성을 포용한 새로운 공동체 탄생. 이에 따라 클라우디오 스펠두티 시장은 마엔자를 리스트에 삽입시키면서 주거 용도 외 상업 시설을 만들고자 하는 이들에게 우선권을 주기로 했다. 원하는 건물 형태가 있다면 직접 찾아주는 방식도 도입했다. 사람들을 하게 만들던 1유로 금액도 벗어나 1유로부터 시작하는 경매 입찰 방식을 시도했다. 사실 1유로는 상징적인 금액일 뿐이다. 개조와 복구 비용은 물론, 개조 전  1000~5000유로(140 ~ 680만 원) 정도 보증금도 미리 내야 한다. 이런 현실을 사람들에게 명확하게 알리기 위해 세금, 공증, 허가 등 모든 절차를 투명하게 온라인으로 공개하기로 했다.




1유로 집의 본질은 저렴한 집

아니라 새로운 삶에 있다.




더불어 1유로 집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1유로 프로젝트의 본질을 알리는 데 나서고 있다. 영국 런던에서 17년 살다 이탈리아 무소멜리Mussomeli 마을의 1유로 집을 산 대니 매쿠빈Danny McCubbin 1유로 집의 방점은 저렴한 집이 아니라 새로운 삶에 있다고 말한다. 여행자가 아닌 생활자의 시선으로 낯선 문화를 경험하고 사람들을 만나는, 또 지금과는 다른 삶을 택하는 길이라고. 그는 안정된 직장을 포기하고 새로운 인생을 찾아 이탈리아에 정착했다. “저에겐 저렴한 집보다 마을을 되살리겠다는 긍정적 활동이 매력적이었어요. 집보다 삶을 떠올린 것이죠.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는 외국인들, 마을을 지키는 주민들과 함께 무엇이든 시작해 볼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대니 매쿠빈은 공용 주방 더 굿 키친을 설립했다. 제이미 올리버와 함께한 지역사회 프로젝트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 크라우드 펀딩으로 자금을 모아 만든 더 굿 키친은 전 세계 셰프들의 요리를 배우는 스튜디오이자 마을 주민들에게 무료로 음식을 제공하는 장소다. “얼마 전에는 마을 할머니의 레시피를 따라 토마토 스파게티를 함께 만들어 나누어 먹는 시간을 가졌어요. 거동이 불편한 이들을 위한 음식 배달도 시작했죠. 매일 일어나는 이야기를 인스타그램에 기록하는데, 전 세계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찾아와요. 1유로로 얻은 예상치 못한 수확이죠.” 그는 미국 텍사스에서 온 젊은 부부는 1유로 집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숙박 업소를 만들어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레스토랑, 상가, 숙박 업소 등으로 개조한 1유로 집은 또 다른 사람을 이끄는 관문이 된다.



프랑스인 모르간 기욤 Morgane Guihot은 씨엔엔 트래블 에디션 인터뷰에서 1유로 집은 이 아니라 마을에서 산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집은 얼마든지 고칠 수 있지만, 마을 사람들은 그렇지 않아요. 두 눈으로 집을 보는 것 뿐만 아니라 마을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대화를 나누어야 합니다. 최소 1년 이상 시간과 노력을 들여 여러 마을을 찾아다니고 어떤 환경에서 살 수 있을지, 어떤 공간이 어울릴지 구체적으로 계획하는 것이 중요하죠.” 파키스탄 사업가 모하메드 람잔Muhammad Ramzan은 자녀 교육을 위해 이탈리아 이민을 생각하며 1유로 집 문을 두드렸다. 집을 구매하면 이탈리아 거주 비자 신청을 할 수 있다. 그는 집이 아닌 가능성을 1유로에 구입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펜더믹 이후 원거리 근무가 가능해지고 심리적으로 여유로운 나라에 살고 싶은 사람들이 늘면서 다시 1유로 집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나도 한 번쯤 외국에서 살아볼까?’란 생각으로 1유로 집에 접근한다면 실망할 것이 분명하다. 1유로 집은 꿈꾸는 낭만과 거리가 멀다. 모험과 도전을 즐기는 사람들을 위한 보금자리다. 이탈리아 정부도 경제적 관점으로 프로젝트를 해석하는 것을 경계하고 새로운 삶을 꿈꾸는 사람들을 환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시칠리아 캄마라타Cammarata는 무료 주택을 제공하고 젊은 커플이 이곳에서 아이를 낳으면 1,000유로 보너스를 제공한다. 얼마 전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칸티노Cantiano 마을은 아티스트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로 했다. 변화를 꿈꾸고 있는 클라우디오 스펠두티 시장은 이렇게 말한다. “이런 노력들은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어느 나라에서나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노령화, 탈도시화, 인구 감소 등을 극복하기 위한 실험입니다. 1유로 집은 삶 이상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장소가 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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