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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라이프스타일, 리테일, 힙스터

이제 우리는 에스프레소 바로 간다

에스프레소 바

Text | Sanghee Oh
Photos | 오우야·드로우·바이러닉 에스프레소 바

이탈리아에서 살았거나 여행을 다녀온 사람이라면 그곳의 커피 문화를 경험했을 것이다. 특히 사람들이 자유롭게 서서 에스프레소 한 잔을 입에 털어넣고 가는 광경. 지난해부터 국내에도 그 흐름이 감지됐다. 서서 마시거나 한 잔을 마시는데 30초도 걸리지 않아도 무방한, 커피의 맛에 집중한 에스프레소 바 문화의 태동에 대하여.








국내에서 에스프레소 바가 대중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건 청담동의 리사르, 용산의 바마셀, 합정과 종로, 해방촌에 지점을 둔 오우야 에스프레소 바, 그리고 지난 7월 오픈한바이러닉 에스프레소 바 등이 생기면서부터다. 여기에 궁극의 커피 원액으로 불리는 에스프레소를 통해 온전한 커피 맛을 찾는소비자들이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여러 커피 관계자들이 이야기하는 국내 에스프레소 바의 성장 이유도 비슷하다. 커피 문화가 성숙하면서 본연의 커피 맛을 찾기 시작하는 사람이 많아진 것이라는 해석이다.




커피 문화가 성숙하면서 본연의 커피 맛을

찾기 시작하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해석이다.




최근 에스프레소 바로 문을 연 곳들은 공간이 협소하거나 좌석이 많지 않고, 심지어 스탠딩으로 마시는 등 기존의 카페 공간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다. 에스프레소 한 잔 가격이 일반 아메리카노 가격보다 저렴하고 양도 적어 여러 종류의 에스프레소를 두세 잔씩 마시며 즐기는 사람도 많아졌다. 새로운 커피 문화와 취향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드로우 에스프레소 바의 차재웅 대표는 “지금 국내의 커피 문화는 디저트, 브런치, 베이커리 카페 혹은 에스프레소 바 등 소비자가 취향에 따라 즐기는 문화가 형성되기 시작한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결국 에스프레소 바의 등장은 ‘다시’ 온전한 커피 맛에 집중하는 움직임이기도 하다.





드로우 에스프레소 바 매장 내부




물론 현재 주목받고 있는 에스프레소 바들은 단순히 해외의 에스프레소 문화를 들여오거나 해외에 나가기 힘든 상황을 반영한 유행은 아니다. 이들 에스프레소 바는 무엇보다 국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커피 입맛을 고민했다. 이에 맞춘 음료 개발 혹은 디저트와의 페어링으로 한국 소비자에게 맞는 입맛과 메뉴를 구성한 것이다. 오우야 에스프레소 바의 김성빈 대표는 “일반 대중이 좋아하는 산미 없는 원두를 위주로, 젊은 층이 좋아하도록 달콤한 맛을 더한 에스프레소 메뉴로 구성했다”고 설명한다. 핸드 드립이나 스페셜티 커피를 즐기는 소비자가 늘면서 산미 혹은 색다른 블렌딩을 추구하는 소비자도 많아졌지만, 기본적으로 구수하고 묵직한 에스프레소를 좋아하는 한국 소비자의 특성을 반영한 것이다. 이는 에스프레소 맛에 대한 진입장벽을 한층 낮추는 역할도 한다. 드로우 에스프레소 바의 대표 메뉴인 ‘피에노(Caffe Pieno)’는 에스프레소에 크림, 코코아 파우더를 더해 대중적인 맛으로 선보이며, 지난 8월 상수역 인근에 오픈한 바이러닉 에스프레소 바에서는 에스프레소에 곁들이는 디저트인 푸딩의 시럽까지 에스프레소 베이스에 따라 다르게 낸다.







바이러닉 에스프레소 바의 오병기 대표는 무엇보다 에스프레소 바의 문화와 경험에 주목한다. 이는 다른 에스프레소 바도 비슷하다그동안 우리가 간과해온 진정한 커피 맛의 매력을 공유하고, 자연스럽게 공간에서 스몰토크를 할 수 있는 문화에 주목하는 것이다. ‘혼커(혼자 커피 마시는 것)’를 해도 어색하지 않지만 공간 혹은 (bar)’라는 형태의 특성상 방문자와 바리스타가 가까이 앉아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고 친밀감을 쌓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일부러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이런 커뮤니케이션의 변화는 다른 카페에서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




“다방이 그랬듯 교류와 대화가 이루어지는,

감도 높은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 오병기, 바이러닉 에스프레소 바 대표 –




최근에 생기는 에스프레소 바는 브랜딩부터 디자인, 음악, 서비스의 감도가 매우 높다. 오우야 에스프레소 바의 경우, 합정점에는 젊고 트렌디함을, 해방촌점에는 빈티지와 자유로움을, 종로에는 낭만과 추억을 담은 공간을 선보이는가 하면, 드로우 에스프레소 바는 그레이를 주된 컬러로 하고 올리브 컬러를 포인트로 삼아 브랜딩을 전개했다. 여기에 자연 채광을 받으면 무채색의 매장 공간에 우드 테이블이 어우러지게 배치했다. 바이러닉 에스프레소 바의 경우 흑백사진을 전문으로 하는 바이러닉 스튜디오의 세컨드 브랜드답게 블랙과 화이트로 구성된 매장부터 에스프레소 전에 내놓는 입가심용 탄산수, 음악까지 세심하게 신경 썼다.








에스프레소 바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다. 맛이든 분위기든 공간이든 커피에 관한 것 만큼은 진심인 국내 소비자에게는 커피 맛과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선택지가 한층 넓어진 셈이다. 동시에 이제 국내의 커피 문화는 다양성을 수용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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