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3명이 일군 친환경 공동체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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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공동주택, 친환경, 커뮤니티, 코워킹

대학생 3명이 일군 친환경 공동체 마을

댄싱 래빗 에코빌리지

Text | Young Eun Heo
Photos | Dancing Rabbit Ecovillage

미국 미조리주. 녹음이 우거지고 강이 흐르는 곳에 댄싱 래빗 에코빌리지가 자리 잡고 있다. 친환경 삶을 추구하는 마을 사람들은 태양열과 풍력으로 에너지를 얻고, 자연에서 난 재료로 집을 지으며, 마을 공동 농장에서 농작물을 재배하고 나눠 먹는다. 작은 일까지 나누는 공동체 생활을 위해 마을 사람들은 서로를 존중하는 태도도 잊지 않는다.








1993년 미국 캘리포니아의 대학생 3명은 자본주의 법칙에 얽매이지 않은 친환경 마을을 꿈꿨다. 이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 매주 3~4번씩 회의를 하고 돈을 모았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의 이상을 실현할 수 있는 장소, 미국 미조리주의 한 목초지를 발견했다. 그동안 모은 돈으로 땅을 구매한 대학생들은 댄싱 래빗 에코빌리지Dancing Rabbit Ecovillage’라는 이름의 공동체 마을을 세운다.



최근 삶의 철학과 지향점이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 사는 공동체 마을에 대한 관심이 다시 일고 있다. 공동체 마을의 존재가 막 알려지기 시작한 2000년대 초반에는 산업화로 인해 발생한 문제, 예를 들면 공동체 해산과 그에 따른 인간 소외 등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공동체 마을이 소개되었다. 하지만 기후변화와 환경 파괴가 더 심각한 문제로 대두된 지금은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한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앞서 소개한, 미국 미조리주의 댄싱 래빗 에코빌리지는 친환경적인 삶을 1차 목표로 둔 공동체 마을이다. 약간 급진적으로 느껴지는 이 마을의 생활 방식은 필요한 에너지를 태양열과 풍력을 이용해 자체적으로 얻는 것에서 시작한다. 에너지 낭비는 환경에 나쁜 영향을 미치므로 백열등 대신 소형 형광등을 사용하고, 전기난로보다는 로켓 난로를 사용하는 등 일상생활에서 에너지 절약을 실천한다.



댄싱 래빗 에코빌리지가 친환경 라이프스타일을 실천하는 또 다른 방법은 건축이다. 마을에 사는 래빗(공동체 구성원)들은 자신이 살 집을 직접 지을 수 있다. 대부분 친환경적 방법으로 짓는데, 전통적 방법에 따라 밀짚, 모래, 진흙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설계에 따라 목재 구조로 짓기도 하고, 돌이나 재활용 콘크리트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수년간 다져진 댄싱 래빗 에코빌리지의 친환경 집 설계법은 매년 봄과 가을에 워크숍을 열 정도로 배우려는 사람이 많다.








댄싱 래빗 에코빌리지의 친환경 집이 흥미로운 이유는 집주인의 취향을 반영해 다채롭다는 점이다. 기계의 도움 없이 바닥부터 지붕까지 사람이 손수 짓기 때문에 집이 크지 않아 대부분 원룸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집주인은 그 작은 공간을 최대한 아름답게 꾸미고자 한다. 나무를 잘라 벽을 장식하거나, 유리창 대신 버리는 유리병 혹은 유리 조각을 활용해 집 안에 색을 입힌다. 때로는 외벽에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내부 구조 역시 집주인 마음대로 꾸밀 수 있다. 댄싱 래빗 에코빌리지에서는 자원 절약을 위해 부엌, 화장실, 세탁실 등을 공용 공간으로 사용하는데, 집주인이 원하면 자신의 집에도 만들 수 있다. 기본적인 규칙은 지키되 그 안에서 자율성을 갖는 댄싱 래빗 에코빌리지의 라이프스타일은 이 마을이 20년 넘게 유지될 수 있었던 비결이자 이곳을 찾아온 많은 방문자들이 만족스러웠다’라는 평가를 한 이유이기도 하다.








개인과 공동체의 균형을 맞추는 댄싱 래빗 에코빌리지는 다양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마을에는 1인 가구부터 부모와 자녀로 이루어진 4인 가구까지 여러 형태의 가족이 존재한다. 남녀노소 모든 구성원은 평등을 바탕으로 각자의 삶을 존중하고 함께 사는 삶을 누린다. 서로에게 차별적인 발언을 해서는 안 되며, 전체 회의에서는 솔직한 의견이 자유롭게 오간다.








이와 함께 댄싱 래빗 에코빌리지가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공유 경제로 마을을 운영한다는 점이다. 마을 구성원들은 공동 농장에서 재배한 농작물로 함께 음식을 해 먹는다. 각 개인의 수입은 보장되지만 농작물 판매와 워크숍 및 체험 프로그램으로 얻은 수입은 마을의 공동 자산으로 관리해 마을 운영 및 생필품 구매에 사용한다. 댄싱 래빗 에코빌리지의 1년 생활비는 1인당 1,000만 원 정도인데, 이처럼 생활비가 적게 드는 이유는 자급자족하는 생활 방식도 있지만 마을 안에서 대안 화폐가 통용되기 때문이다. 덕분에 댄싱 래빗 에코빌리지는 외부 물가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사람은 스스로 자신의 집, 거리, 공동체를

설계해야 하며 이러한 생활 패턴이 모여 공간이 구성돼야 한다.”

- 크리스토퍼 알렉산더, 건축가 -




건축가이자 건축설계 이론자인 크리스토퍼 알렉산더는 사람은 스스로 자신의 집, 거리, 공동체를 설계해야 하며 이러한 생활 패턴이 모여 공간이 구성돼야 한다며 네트워크를 강조했다. 이와 결을 함께하는 댄싱 래빗 에코빌리지는 마을 사람들이 사는 공간을 중심으로 1만 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는 등 주변 자연환경을 보존함으로써 사람과 자연을 연결하는 역할까지 한다. 사람들의 생각이 다양해짐에 따라 미래에는 라이프스타일이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 사는 공동체 국가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그렇다면 댄싱 래빗 에코빌리지는 우리에게 미래의 공동체 국가를 미리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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