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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도시, 로컬, 비대면, 코리빙

마이크로 반경의 삶에 집중하다

넥스트도어

Text | Nari Park
Photos | Nextdoor

소셜 미디어의 넥스트 플랫폼으로 꼽히는 것은 무엇일까? 비즈니스 수단으로 통용되며 개성을 잃고 있는 인스타그램, 페이스북과 달리 ‘우리 동네 이야기’를 실시간 내밀하게 공유하는 하이퍼로컬 플랫폼은 분명 대안이라 할 만하다. 미국의 넥스트도어는 도난 물품과 잃어버린 반려견을 찾는 글부터 집 안 수리, 과외 교사 추천 등을 공유하며 삶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어젯밤, 뒷마당 텃밭에 심 브로콜리 야생 동물 습격어요. 어떻게 해야 남은 채소 지킬 수 있을까요?” “조금 전 수상한 남자가 저희 집 현관 벨을 누르고 사라졌어요. CCTV 영상을 공유하니 동네 주민들 모두 조심하세요!” “눈 치우는 기계를 사려고 하는데 어떤 제품이 좋지 추천 부탁합니다.” 미국 최대의 하이퍼로컬 커뮤니티 ‘넥스트도어Nextdoor에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글의 대다수는 우리 일상과 밀접한 내용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페이스북 특정 커뮤니티나 개인 블로그에 생활 속 불편함을 올리던 미국인들 이제 가족과 친구에게 도움을 청하듯 자연스레 스마트폰에 저장된 넥스트도어 플리케이션을 열어 시시콜콜한 일상을 공유한다. 로컬보다 훨씬 좁은 범위를 다루는 ‘하이퍼로컬hyper-local, 내 주변 반경 5km 삶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은 요즘이다.








2011년 설립 넥스트도어는 코로나 시대를 맞아 지난 2년간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캐나다, 영국, 스웨덴, 독일 등 총 11개 국가 28만 개 도시에서 왕성하게 사용하는 이 지역 기반 플랫폼은 지난해 일일 활성 사용자 수 전년 대비 50% 증가했다. 미국 내에서는 모바일 앱 시장의 약 80%를 차지할 만큼 삶에서 넥스트도어에 대한 의존도는 절대이라 할 만하다. 그렇다 보니 미국인 사이에서는 “넥스트도어에 물어봐(Ask for help on Nextdoor)”라는 말이 자연스러울 정도다. 이런 여세를 몰아 지난 11월 미국 뉴욕 증시에 화려하게 데뷔한 넥스트도어는 미래 지역 커뮤니티의 선구자로서 화려한 신고식을 마쳤다.








넥스트도어를 사용해본 사람이라면 이것이 얼마나 유용한 커뮤니티 툴인지 알 수 있다. 여전히 주택이 보편적인 주거 형태 동네 커뮤니티, 즉 이웃(neighbourhood)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외국에서는 해결사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사 경우나 집 수리, 치안에 관한 문제에서라면 피드백 꽤 훌륭하다. 우편번호를 입력하고 이메일만 등록하면 주거 지역 일대의 넥스트도어 사용자들과 자유롭게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편리한 시스템도 장점이다. 동네 주민들에게 가게를 홍보할 수 있는 ‘Businesses, 지역 할인 정보를 담은 ‘Local Deals, 분실 물건이나 반려견 정보를 긴급하게 공유하는 ‘Lost & Found, 코로나 백신 접종이 가능한 장소를 모은 ‘Vaccine Map’ 등 삶에 유용한 실질적 카테고리로 가득하다.








실제로 넥스트도어에는 동네에서 운전하다 마주한 사슴 가족, 산책길에 발견한 늪지대의 어린 악어, 허공을 비상하는 독수리 떼나 거리에 출몰한 여우 사진이 수시로 피드에 올라온다. What a great photo!와 같은 댓글이 이어지고, 일상에서 마주한 이웃의 사적 경험은 그 동네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에피소드로 퍼져나간다. 동네에서 맛있는 아시 식당을 문의하거나, 여름방학 동안 아이를 맡길 베이비시터를 구하고, 아이의 동네 친구를 만들어주기 위해 ‘개 미팅’을 제안하는 엄마들은 넥스트도어를 통해 삶의 고민을 해결.




우리는 다시 로컬, 내 주변의

마이크로 반경의 삶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궁극적으로 넥스트도어의 인기가 메시지는 우리가 다시 로컬, 내 주변 마이크로 반경의 삶에 집중하기 시작했음을 시사한다. 인터넷이 ‘글로벌’이라는 이름으로 광활한 지구촌을 ‘하나의 세상’으로 엮어내 흐름, 그 반대편에 인터넷을 통해 일상의 반경을 단단하게 엮어내는 시대가 찾아왔음을 말이다. 실제로 데믹을 맞아 넥스트도어는 고립된 이웃들을 연대하는 강력한 매개체로 작용했다.



격리 중인 사용자에게 도움을 주는 'Help Map', 코로나 백신 인증 열풍과 잔여분을 확보한 약국 정보를 실시간 공유하며 신용과 안전, 이웃과의 즉각적인 연결에 강점을 보여왔다. 미국 3가구 중 1가구가 사용할 만큼 폭발적인 인기가 이를 증명한다. 한국형 넥스트도어로 손꼽히는 당근마켓, 네이버의 ‘이웃톡’ 서비스를 통해 우리는 하이퍼로컬 커뮤니티의 미래를 기대할 수 있을까. 단순한 중고 물품 거래 도구에서 나아가 동네를 경험하고 소비하는 생활이 일상화될 때 생활 밀착형 온라인 커뮤니티도 발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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