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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도시, 라이프스타일, 반려동물

런던에서 동물과 함께 살아요

런던 이즈 정글

Text | Kay. B
Photos | Megan Eagles

4가구 중 1가구는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시대다. 포토그래퍼 메건 이글스는 런던에 살면서 동물과 함께 사는 사람들을 사진으로 기록했다. 농장에서 구출한 닭, 멋지게 비행하는 앵무새, 일과 삶을 공유하는 벌 떼까지 인간과 동물의 각별한 관계를 사진 한 장으로 오롯이 표현한다. 그의 사진 작품을 감상하며 경이롭고 따뜻한 우정을 느껴보길 바란다.








KB금융그룹 경영연구소의 ‘2021년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는 604만 가구로 전체의 29.7%를 차지했다. 4명 중 1명꼴로 반려동물과 함께 산다는 것. 이런 추이는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나타난다. 반려동물과 함께 살기 시작하면 집에서의 생활 모습이 확연히 달라진다. 반려동물의 생활 패턴에 따라 보살피는 시간이 늘고 함께 정서적 교류를 하며 대체로 삶에 긍정적 기운이 전해진다.




메건 이글스의 사진에서는 동물과 인간의

우정과 사랑을 본능적으로 직감할 수 있다.




저 멀리 영국 런던에서 반려동물과의 행복한 한때를 오랜 기간 기록해온 포토그래퍼가 있다. 메건 이글스Megan Eagles는 사진집 <런던은 정글이다(London is Jungle)>를 통해 사람과 반려동물 사이의 각별한 관계를 그의 방식으로 보여준다. 이번 프로젝트의 사진들은 대체로 따뜻하고 부드러운 색감과 분위기를 내며 피사체들의 친밀한 관계를 포착하는 데 집중했다.








영국 웨일스에서 자란 이글스는 15살 되던 해에 어머니가 쓰던 낡은 펜탁스 카메라를 들고 동네를 돌아다니길 좋아했다. 그는 마을의 예술 센터에 딸린 암실에서 사진을 인화하며 독학으로 사진에 입문했다. 이후 성인이 되어 시작한 패션 사진에 염증을 느낀 후 현실을 포착하는 다큐멘터리 장르에 눈을 떴다. 카메라 앞에 서는 게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포즈를 지시하는 일, 현장에서 주어진 빛과 찰나의 순간을 포착하는 일에서 그는 또 다른 사진의 매력을 느꼈다.



이글스는 이번 프로젝트를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 털북숭이 동물들과 놀 요량으로 카메라를 들고 동네에 나선 것이다. 내향적인 성격의 그는 낯선 사람과 대화를 시작할 수 있는 매개체로 동물을 선택했다. 이번 프로젝트 중에서도 몇 가지 인상적인 작품을 소개한다. 로레인과 암탉 스페키에게는 감동적인 사연이 있다. 로레인은 농장에서 다른 닭들에 의해 한쪽 눈을 심하게 다친 스페키를 구출했다. 로레인의 품에 편안하게 안겨 있는 스페키는 다행히 닭의 무리로 돌아가는 걸 원치 않았고 오히려 로레인의 자동차와 여행지의 호텔, 친절한 사람들이 있는 공간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








카린은 도심의 양봉가다. 런던 남동부 일대에서 양봉업을 하면서 벌과 돈독한 관계를 이어 나가고 있다. 이글스는 반려동물 이외에도 인간과 동물의 다양한 관계를 포착하기 위해 사진을 찍었다. 벌집을 열기 전에 연기로 벌들을 진정시키는 장면도 있다. 어떤 방식으로든 인간은 여러 동물과 관계를 맺으며 삶을 영위한다. 그 방식이 옳든 그르든 그 자체를 보여주는 것만으로 프로젝트가 지닌 메시지를 더 깊이 있게 만들어주었다. 이 외에도 도심 한가운데 공원에서 커다란 앵무새의 비행을 지켜보는 어린이, 분홍빛 침대 위를 점령한 앙증맞은 토끼들, 할아버지 가슴팍을 기어 다니는 꼬마 거북이까지 다양하다.








동물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일이 언제나 즐겁고 쉬운 것만은 아니었다. 이글스는 크고 무거운 카메라를 동물에게 가까이 가져가면 셔터 소리나 조명 때문에 종종 중요한 순간을 놓쳤고, 자신이 동물을 괴롭히는 건 아닌지 걱정되기도 했다. 특히 양봉가를 촬영할 때 벌들은 카메라에서 나오는 소음을 매우 싫어했다. 그는 묵직한 카메라를 들고 줄행랑을 쳐야 하는 상황도 맞닥뜨렸으나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인간과 동물의 가장 친밀한, 예측 불허한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애썼다. 그 결과 앵무새가 주인을 자랑스럽게 바라보며 멀리서 포효하는 모습, 주인의 품에서 한없이 고요하게 잠든 고양이 사진을 담을 수 있었다.



미국 심장학회지 발표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은 심장 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건강한 생활 습관을 갖게 된다고 한다. 인간의 입장에서 동물과 함께 사는 것은 심리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긍정적인 점이 많다. 하지만 우리는 동물의 입장에서도 이 관계가 긍정적인지 쉽사리 판단할 수 없다. 철학자 제시카 피어스는 인간이 애완동물을 마치 인간처럼 여길수록 동물을 기르는 것이 비윤리적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고 말했다. 동물의 삶과 인간의 삶이 원론적으로 다른 영역일지라도 이글스가 포착한 여러 장의 사진에서는 동물과 인간의 우정과 사랑을 본능적으로 직감할 수 있다. 그러니 인간은 반려동물을 최선의 방식으로 보살피고, 나아가 동물의 삶에 끊임없이 공감하고 고민해야 할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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