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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도시, 라이프스타일, 로컬, 리테일, 친환경

집안일에 대한 오래된 예찬

편집매장 레이버 & 웨이트

Text | Nari Park
Photos | Labour & Wait

일상에 필요한 생활용품을 모아 판매하는 리빙 브랜드 숍이 익숙한 시대. 레이버 & 웨이트는 22년 전 런던 쇼디치 지역에 문을 열어 가사 노동의 즐거움을 예찬한 유럽 초기의 라이프스타일 편집매장이다. ‘일하고 기다려라’라는 슬로건을 바탕으로 빨래와 청소, 요리, 가드닝 같은 가사 노동의 숭고함을 예찬하며 ‘롱런’ 중이다.








지금으로부터 20년도 더 지난 2000, 트렌드세터들이 밀집해 있는 런던 동부 쇼디치 중심가에 문을 연 레이버 & 웨이트Labour and Wait는 당시 힙하고 세련된 이스트런던을 대변하는 상징적인 매장이었다. 심플한 블랙 & 화이트 타이포그래피가 돋보이는 간판 아래 베이커리 숍이나 커피 전문점을 닮은 세련된 매장 외관은 길을 걷던 이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남다른 오라가 있. 생활용품을 선별하는 레이버 & 웨이트만의 탁월한 큐레이션 감각클래식한 아이템과 장인들이 만든 핸드메이드 제품에 열광하는 유럽인들 사이에 알려지면서 런던 여행 시 반드시 들러야 하는 매장으로 각인되.










‘시간이 흘러도 사용할 수 있는 기능적이고 실용적인 생활 도구’를 판매한다는 모토 아래 설립 레이버 & 웨이트는 강산이 두 번 변한다는 긴 시간이 지난 후에도 처음 모습 그대로 변치않 메시지를 전한다. 매장 이름은 스코틀랜드 목사이자 시인인 조지 맥도George Macdonald 1886년 설교 중 “노동과 기다림을 배우자”라는 문구에서 착안했다. 여백이 어나는 정갈한 매장 안 가사 노동에 필요한 소품로 가득하다. 오랜 시간 남성복 디자이너로 활동했던 레이철 모런Rachel Moran, 사이 킨스Simon Watkins는 전 세계를 여행하며 ‘여전히 전통 방식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장인 브랜드’를 선별. 제품을 사용하기보다는 집 에 진열해두고 싶을 만큼 기능이 좋은 것은 물론 형태적으로도 아름다운 제품이 대부분이다.










가죽을 덧댄 손잡이와 미끈한 헤드가 더없이 유려한 100 된 미국 브랜드 피카드Picard의 망치, 수납공간이 유려하게 나누어진 트러스코Trusco의 철공구 상자, 방문을 고정하는 핸드메이드 목재 도어 door wedge, 곡선의 미학을 보여주는 디자이너 소리 야나기의 스테인스 주전자, 유해 물질이 검출되지 않는 오스트리아 친환경 브랜드 리스Riess의 법랑 냄비 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파리채와 망치, 감자 는 브러시 하나에도 장인 노고가 깃든 아름다운 공산품이다. 은 찬장 깊숙이, 싱크대 안쪽에 감춰 보관하던, 썩 아름답지 않 청소와 살림 도구 밖으로 꺼내 힘들고 고된 가사 노동을 기분 좋은 노동로 치환한다. 집 구석구석을 쓸고 닦고, 공구 꺼내 뚝딱뚝딱 고치고 다듬는 행위 보다 행복한 일이 되도록 이끄는 셈이다. 홈페이지에는 판매 제품 기사 형태로 소개해 성냥 한 개, 브레드 나이프 같은 생활 속 사물에 스토리텔링을 더한다.




(이곳에서는) 노동의 삶 속에서 우리의 영혼을 채찍질하는 물건을 판매한다.”




레이버 & 웨이트는 단순히 아름다운 살림 도구를 판매하는 세련된 편집매장에서 끝나지 않는다. 곳에서 지난 20년간 판매 출간물을 보면 도구는 수단일 뿐 우리 삶을 가꾸는 진정한 연장은 삶을 대하는 마음에 있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도구에 관련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The Story of Tools', 술병과 수집의 미학을 담은 'Bottle and Bottle Collecting'을 예로 들 수 있. 또 브랜드의 정서적 토양인 이스트런던에 관한 로컬 커뮤니티에 집중한다. 레이버 & 웨이트가 지향하는 ‘아름다운 노동과 가사’의 토양인 런던 동쪽, 지역 커뮤니티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홍보가 대표적이다.








우리 삶에서 변하지 않는 것들에 집중한 레이버 & 웨이트의 큐레이션은 시대를 관통한다. 유행처럼 일시적으로 소비되는 디자인 제품이 아니라, 시간과 함께 길들여는 삶의 반려 물건에 우리의 삶이 투영된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우리의 가사 노동 속에 그 같은 사물이 몇 가지나 . <뉴요커>지 기자 사디 스테인Sadie Stein의 말은 지금 나의 공간을 돌아보게 만든다. “레이버 & 웨이트의 물건을 탐색하는 동안 단지 우리가 필요한 것을 주문하는 행위에서 벗어나 오랜만에 나의 삶을 돌아보고 재생시킬 수 있는 향수를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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