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IV

CULTURE|도시, 라이프스타일, 로컬

골목 문화를 사랑하는 작은 두부 가게

서울두부생활

Text | Han-a Mun
Photos | nokoproject

높은 아파트와 빌딩으로 둘러싸이기 시작한 3호선 삼송역. 큰 도로 사이, 조금 떨어진 골목에 두부를 팔지 않는 두부 가게가 있다. 매일 문을 열지는 않지만 야근하는 직장인을 위해 밤에 불을 밝히고, 매일 아침 정성껏 만든 두부를 손님에게 선물하며, 가끔 이웃 상점과 재미난 일을 벌이는 수상한 두부 가게, 서울두부생활이다.








2020 5월에 문을 연 서울두부생활은 푸드 스타일리스트와 비주얼 디렉터로 각자 일해왔던 부부 초이Choi와 우우드Wooood가 함께하는 프로젝트 그룹 ‘노코프로젝트’의 첫 번째 시도다. 서울두부생활은 매일 아침 두부와 생두유를 만든다. 응고제로 천연 간수를 사용하다 보니 농축된 간수를 쓰는 것보다 만드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적은 수량밖에 만들 수 없다. 두부를 만들다 생긴 생비지로는 ‘베뤼비지쿠키’를 굽고, 직접 기획하고 디자인한 굿즈 판매한다. ‘커피콩도 콩이고 두부콩도 콩’이라는 초이의 뜻대로, 좋은 로스팅 원두를 소개하고 커피를 파는 셀렉트 카페로도 운영고 있다.










두부를 만들게 된 것은 3대째 손두부 음식점을 운영하는 초이의 영향이 컸. 초이와 우우드는 첫 번째 프로젝트를 준비하며 어릴 적 동네마다 있던 두부 가게를 떠올렸다. 그렇다면 요즘은 왜 동네에서 두부팔지 않는 걸까? 서울두부생활은 밥상에서 늘 조연 역할이었던 두부를 주인공으로 만든 공간이다. 평범한 식재료인 두부에 재미와 스타일을 더해 알리고 싶었다. 콩마다 다른 맛이 나고, 날씨에 따라 식감이 다른 두부의 다양한 맛을 보여주기 위해 모두부는 판매하지 않고 소포장 손님들에게 조금씩 나눠.




하루가 다르게 풍경이 바뀌는 도시에서도 골목 문화가 조금 더 이어지길 바란다.




서울두부생활이 들어선 공간은 40년 넘게 이발소로 운영하던 곳이다. 서울에서 프로젝트를 준비하다가 고양 삼송동 근처로 이사 오게 된 이들이 동네 산책을 하다 문이 닫혀 있던 이곳을 우연히 발견하고 한눈에 반했다. 마침 상표출원이 완료되어 서울두부생활은 이름과 달리 고양시에 자리 잡게 되었다. 몇 달에 걸쳐 집주인 할머니를 설득해 계약을 성사시키고, 최대한 예전 느낌을 살려 3개월간 직접 공간을 꾸몄다.








서울두부생활을 이야기하려면 이웃을 빠뜨릴 수 없다. 고양 삼송동은 작은 골목 곳곳에 예전의 정취가 남아 있는 곳이. 아직까지 이전 지역명인 ‘삼송리’로 부르는 주민도 많다. 서울두부생활의 이웃들은 추운 겨울에 공사를 하던 부부에게 손수 만든 음식을 가져다주기도 하고, 두부를 안 팔고 어떻게 돈을 버냐며 일부러 쓴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는 어르신도 많다. 가게에 더 어울릴 것 같다며 오래 사용 라디오를 선뜻 선물해주기도 한다. 초이와 우우드는 분위기뿐만 아니라 정겨운 이웃 덕분에 동네 느낌이 물씬 나는 이 골목을 좋아한다.










동네 골목에 자리를 잡는다는 것은 수익 창출 면에서 큰 단점일 수 있다. 서울두부생활은 생산부터 포장, 판매까지 모두 직접 할 수밖에 없는 작은 가게의 어려움을 실감했고, 이웃 상점들의 고충을 이해하고 살피게 되었다. 그렇게 한 골목에서 각자 가게를 운영하 이웃들은 경험과 고민을 함께 나누며 서로에게 힘이 되어. 서울두부생활은 특기를 살려 <두부생활매거진>을 통해 두부 요리 레시피와 이웃 가게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다른 가게들의 기획과 패키지 디자인을 돕거나 컬래버레이션한다. 오는 5월 서울두부생활 2주년을 맞아 더욱 확장된 형태의 두 번째 프로젝트 론칭을 준비하고 있다.








초이와 우우드에게 서울두부생활의 의미는 말 그대로 ‘생활’이다. 가까운 이웃부터 해외에서까지 응원을 보내주는 많은 들에게 건강과 즐거움을 동시에 전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골목 문화를 사랑하는 동네의 작은 가게로서, 하루가 다르게 풍경이 바뀌는 도시에서도 골목 문화가 조금 더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상점으로 가득한 골목이 아니라 동네 어르신들이 이용하는 앞마당과 뒤뜰이 있는 골목, 매일 출퇴근길에 이웃과 인사 나눌 수 있는 골목이었으면 한다. 서울두부생활은 앞으로도 동네 산책길에 들러 반가운 인사를 전할 수 있는 편한 이웃으로 남을 것이다.




RELATED POSTS

PREVIOUS

집이란 어떤 마음가짐
더 셀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