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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네트워킹, 다양성, 코워킹

비즈로 만든 부엌에서 반짝이는 집안일

아티스트 리자 루

Text | Anna Gye
Photos |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Lehmann Maupin

세상은 변했지만 여전히 집안일은 측정하기 어렵고 당연하게 취급받는다. 휘트니 뮤지엄은 아티스트 리자 루의 설치 작품을 10년 만에 다시 전시 중이다. 반짝이는 비즈를 엮어 실제 크기의 부엌으로 만든 설치 작품은 아무리 해도 티 나지 않는 가사 노동의 가치를 살피고 사소한 것을 위대한 일로 변화시키는 시선에 대해 말한다.





Liza Lou, Kitchen, 1991-1996. Courtesy the artist and Lehmann Maupin, New York, Hong Kong, Seoul, and London / Photograph by Tom Powel




코로나19로 여성 노동 시간 늘었다. 바로 집안일 때문이다. 지난 3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유럽연합(EU)이 발표한 ‘2021 평등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은 가사 노동과 직장 업무 등 모든 면에서 더 많은 부담을 지게 됐다. 여성이 보육에 쓴 시간은 한 주 평균 62시간인 반면 남성은 36시간이고, 여성 가사 노동 시간은 주 평균 23시간인 반면 남성은 15시간이다. 국내 상황은 더 심각하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여성의 하루 가사 노동 시간은 2시간 26, 남성은 41분으로 약 3.6배 차이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여성 가사 노동 시간은 더욱 증가했고 재택근무 중임에도 자녀 돌보기를 여성이 전적으로 책임진다.





Liza Lou, Kitchen (detail), 1991-1996. Courtesy the artist and Lehmann Maupin, New York, Hong Kong, Seoul, and London / Photograph by Tom Powel




코로나19 사태를 겪는 동안 전 세계적으로 집을 주목하는 전시 많았지만 매일 반복되는 집안일에 주목한 경우는 없었다. 집은 누군가의 희생을 강요하는 곳이 아니라 고통과 행복을 함께 나누는 공동체다. 전통적 관념에 따라 임의로 역할을 부여하보다 각자 원하는 것, 잘하는 것을 고려해 분담하는 것이 현명하다. '어느 쪽이 일을 더 많이 하느냐'는 논쟁보다 가족이 함께 감당한다는 생각, 아무리 사소한 집안일이라도 소중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가족 모두가 공감하는 것이 먼저다. 휘트니 뮤지엄 큐레이터 제니 골드스Jennie Goldstein은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여성 가사 노동의 가치를 살피고 사회적 화두로 제시하기 위해 전시 <Making Knowing: Craft in Art, 19502019>를 통해 아티스트 리자 루Liza Lou의 설치 작품 ‘키친Kitchen을 소개했다.




평화롭고 행복한 집이 누군가에게 치열한 전쟁터 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었어요.




10년 전 리자 루 단독 전시를 열었는데, 때의 작품 휘트니 뮤지엄 영구 소장품이 되어 수장고에 보관되어 있었다. “이 작품은 여성의 가사 노동, 성차별, 고정관념을 지적할 뿐만 아니라 공예라는 노동 집약적 행위로 예술을 표현함으로써 도도한 예술 세계를 비판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무엇보다 코로나19로 모든 것이 불안한 시기, 평화롭고 행복한 나의 집이 누군가에게 치열한 전쟁터이자 냉정한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었어요. 집을 가꾸는 데 신경 쓰느라 정작 집에서 일어나는 현실 간과하고 있이죠.



코로나19늘어난 재택근무, 홈스쿨링 등은 가사 노동을 증가시켰다. 가족 외 관계가 단절되면서 생겨난 외로움과 고독에 대한 공감과 위로는 넘쳤지만, 가족 안에서 일어나는 갈등과 새로운 관계에 대한 고민은 소외되었다. 기능을 위한 집보다 필요한 것은 기능적인 가족이 아닐까. 아티스트 리자 루는 아무리 시대가 달라져도 결국은 여성이 가사 노동을 하게 될 것이라는 숙명론적 결말을 제시하며 키친 발표한 1996 지금 상황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Installation view of Making Knowing: Craft in Art, 1950-2019. From left to right: Simone Leigh, Cupboard VIII, 2018; Liza Lou, Kitchen, 1991-96 / Photograph by Ron Amstutz




수도꼭지 아래 반짝이는 물이 흐르고 1990대에 쓰였을 법한 그릇이 쌓여 있다. 화려한 컬러의 비즈로 감싼 레이스 감자칩, 버드와이저 맥주, 타이드 세제 등 미국 중산층 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상품들이 눈에 띈다. 설치 작품 ‘키친’은 리자 루가 20살 되던 해, 시카고 예술대학을 중퇴하고 찾아간 어머니 집 부엌에서 아이디어를 얻작품이다. 무려 5년간 혼자 핀셋으로 일일이 비즈를 붙여가며 실제 사이즈(168)와 완전히 똑같은 어머니 집 부엌을 완성했다.





Liza Lou. Courtesy the artist and Lehmann Maupin, New York, Hong Kong, Seoul, and London / Photograph by Mick Haggerty




“시카고 예술대학에서 비즈 작품을 처음 선보였을 때 교수님이 이건 예술 작품이 아니라고 말한 게 기억나요. 지금도 비즈는 순수 예술가들이 쉽게 받아들이지 는 소재라고 봐요. 그래서 비즈가 좋았어요. 권력과 위계에서 벗어나는 방법이자 노동이라는 예술을 첨가할 수 있거든요. 전시하면서 그들이 저를 아티스트라고 부를 때 일종의 쾌감을 느꼈.” 작품에서 비즈는 다양한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우선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의 노동 강도를 대변하고, 시각적 경이로움을 선사한. 과하게 장식된 비즈는 사소하게 취급받는 여성 가사 노동을 아름다움으로 끌어올리는 매개이자 여성스러움에 대한 뿌리 깊은 고정관념에 맞서는 상징이다.





Liza Lou, Backyard, 1996-1999. Courtesy the artist and Lehmann Maupin, New York, Hong Kong, Seoul, and London




2016에 선보인 The Waves 남아프리카 여성들이 각자 스타일로 비즈를 이용해 만든 1,000 개의 행주를 전시장에 가득 펼쳐놓은 작품이다. 행주에 흙이 묻어 거뭇거뭇해진 모습은 아프리카 여성들의 현실을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리자 루의 작업을 관통하는 것은 비즈 공예이고, 사소하고 일상적이지만 세상이 알아야 하는 것, 먼 미래를 위해 변해야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비즈로 예술 작품을 만든다는 것이 전 세계 여성들을 하나의 연결 고리 묶고 공예, 노동, 일상의 고군분투를 다룬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작업하면서 전에는 몰랐던 작품의 무게를 느끼고 있어요.리자 루는 여성 가사 노동을 가치 있게 다루지만, 이것이 다른 젠더를 향하는 화살이 되거나 성평등을 강조하는 예시로 사용되는 걸 원하지 않는다. 그가 여성 자신이 하는 일 자부심을 가지고 원하는 것을 찾아가기를 강조한다. 또한 여성이 더 많은 자유를 누리고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더욱 존중받기를 희망한다. 어느 누구에게나 집이 편안한 안식처가 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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