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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네트워킹, 다양성, 라이프스타일, 힙스터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해법, 리추얼

리추얼 관리 앱 ‘챌린저스’, ‘마이루틴’ 외

Text | Young Eun Heo
Photos | whitecube Inc, Nike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매일 원고지 20매 분량의 글을 쓰고, 영화감독 데이비드 린치는 오전과 오후에 20분씩 명상한다. 규칙적으로 행하는 의식을 뜻하는 리추얼은 성공한 사람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미래를 위한 희생보다 오늘의 행복을 추구하는 MZ세대는 작고 사소한 일을 꾸준히 실천하며 하루하루를 채워간다.









욜로, 플렉스 번 사는 인생 멋지게 살아보자고 외쳤던 MZ세대가 코로나19 이후 달라졌다. 경쟁을 부추기고, 스펙을 강요하며, 한 치 앞도 모르는 사회에 지쳐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진지하게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는 리추얼이라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불러왔다. 2020년부터 서서히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던 리추얼은 이제 현시대를 대표하는 라이프스타일로 정착 듯하다. 자아 성장을 목표로 리추얼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플랫폼 밑미의 손하빈 공동 대표는 한 인터뷰에서 “리추얼은 유행이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해법”이라고 정의했다.



사회적 성공보다 개인적 성장에 초점을 맞춘 리추얼 라이프에서는 목표가 거창하지 않아도 괜찮다. 아침에 일어나서 물 한 잔 마시기, 30분간 책 읽기, 영양제 챙겨 먹기와 같이 적은 노력으로도 이룰 수 있는 일이 적합하다. 즉 리추얼에서는 ‘무엇을 행하는가’보다 ‘규칙적으로 한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 하지만 뭔가를 매일 꾸준히 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기에 MZ세대는 디지털 기술의 도움을 받는다. 미션을 완료하면 인증 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공유하거나, 앱에 기록 실천율을 확인하고 보상받는 것이.








리추얼에 대한 MZ세대의 관심을 증명하듯 앱 스토어에는 다양한 자기 관리 앱이 등록되어 있다. 이들 앱의 공통점은 주제별 루틴 리스트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각 앱은 사용자 등록한 리추얼을 분석한 후 내용에 따라 습관, 운동, 자산, 취미, 학습, 업무 등으로 분류 그에 해당하는 루틴 리스트를 제공한다. 막상 어떤 행동을 등록해야 할지 모르는 초보자가 조금 더 쉽게 루틴을 설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리추얼에서는 ‘무엇을 행하는가’보다 ‘규칙적으로 한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




이와 함께 확실한 보상을 제공한다는 점도 자기 관리 앱의 공통된 특징이다. 사실 리추얼은 강제성이 없으므로 웬만해선 목표 달성하기 어렵다. 그래서 자기 관리 앱은 게이미피케이션 원리를 적용 끝까지 루틴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대표적 사례로 앱 ‘챌린저스는 챌린지마다 1만 원에서 20만 원 사이의 참가비를 자유롭게 내도록 하고 목표를 100% 달성하면 참가비 환급과 함께 상금을 제공한다. 하지만 달성률이 85% 이하면 벌금이 부과된다. 이처럼 챌린저스는 확실한 보상과 벌을 이용해 사용자가 루틴을 실천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관계자에 따르면 챌린저스 사용자의 89%가 목표를 달성하고 10명 중 7명이 상금을 받는다고 한다. 또 다른 ‘마이루틴은 사용자의 달성률을 높이기 위해 루틴 개수를 관리한다. 무리한 계획은 중도 포기의 가장 큰 원인이 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이루틴은 데이터 분석과 사용자 인터뷰를 통한 통계를 바탕으로 사용자가 루틴 개수를 조절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루틴을 잠시 는 휴가 기간을 설정할 수 있도록 했다.








자기 관리 앱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사용자끼리 느슨한 연대를 맺을 수 있게 환경을 조성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같은 목표를 가진 사용자들이 모여 일정 기간 동안 루틴을 실천하는 그룹 챌린지를 실행하거나, 서로의 루틴과 달성률을 공유하는 소셜 서비스를 제공한다. ‘따로 또 같이’에 익숙한 MZ세대는 거부감 없이 이에 참여하며 자극받거나 서로를 응원한다. 그 예로 앱 ‘그로우에는 ‘감사일기’라는 메뉴가 있는데, 이는 루틴을 실천하는 과정과 소감을 기록해서 공유하고 싶은 MZ세대의 니즈를 반영한 것이.



디지털 문화 익숙한 MZ세대에게 자기 관리 앱은 단순한 루틴 관리 도구가 아니다. 그들은 자신의 성장을 기록하는 일기장이자 타인과 관계 맺는 소통의 장으로 활용. 한 조사에 따르면 자기 관리 앱 사용자의 80% 이상이 MZ세대이며, 그중 대부분이 리추얼을 위해 매월 6만 원 이상을 사용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이 결과만으로도 MZ세대가 누구보다 리추얼에 진심이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하루하루를 단단하게 채워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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