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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다양성, 큐레이션, 홈데코, 힙스터

공간을 빛나게 하는 뮤직 인테리어

뮤직 마케팅 회사 ‘스펙터 뮤직’

Text | Anna Gye
Photos | Spectre Music

프랑스 출신의 음악 프로듀서이자 DJ 막시밀리앙 니엡스는 2010년, 음악과 공간 사이에 인테리어, 브랜딩을 삽입, 사운드 브랜딩이란 새로운 개념을 추구하는 뮤직 마케팅업체 스펙터 뮤직을 설립했다. 스펙터 뮤직은 레스토랑, 호텔, 패션 등 상업 브랜드를 대상으로 브랜드의 철학과 기호에 맞춘 사운드를 제작하고 공간을 기억하게 만드는 음악을 제안한다.








다양한 감각 중 특히 청각은 기억을 머릿속에 각인시켜 추억과 그리움으로 만드는 탁월한 능력을 가졌다.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 멜로디가 나를 어느 공간으로 훌쩍 데려가 그때 느낀 감정이 고스란히 떠오르게 하는 경우가 있지 않나. 심리학자 대니얼 레비틴Daniel Levitin "음악은 유대감, 신뢰, 친밀감을 불러일으키는 호르몬인 옥시토신과 세로토닌을 촉발한다”라고 했고, 신경심리학자 허브 플래터Herve Plater는 “음악을 들을 때 뇌의 여러 부분 중에서 주로 학습 및 암기와 관련된 부분이 활성화된다”고 했다.








음악 프로듀서이자 DJ 막시밀리앙 니엡스Maximilien Niepce는 음악과 공간의 상관관계를 일찍부터 알았다. 2010년 그는 음악과 공간의 관계에 인테리어, 브랜딩을 삽입, 사운드 브랜딩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추구하는 뮤직 마케팅업체 스펙터 뮤직Spectre Music을 설립했다. “브랜드마다 로고가 필요하듯 음악 어휘 또한 필요합니다. 우리의 주요 임무는 정체성이 담긴 음악을 만드는 것입니다. 브랜드의 시각적 속성과 핵심 정신을 음악 언어로 번역하고, 다양한 장소나 시나리오에 맞는 음악 콘셉트와 재생 목록을 만들죠.



이들이 소개하는 서비스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렇다. 브랜드의 시각에 맞춘 플레이리스트를 만들고 자체 프로그램을 통해 24시간 재생할 수 있는 ‘뮤직 프로듀싱’, 브랜드 DNA가 될 효과음 또는 멜로디를 제안하는 ‘소닉 아이덴티티’, 청각이라는 감각을 이용해 브랜드 스토리를 전달하는 ‘소셜 액티비티’ 등이다. 세상에 덜 알려진 음악을 찾고 매력적인 곡을 큐레이션하는 것을 넘어 광고 시그널처럼 브랜드를 직관적으로 떠올리게 하는 사운드를 직접 제작한다.




“음악은 나눔이자 가치이고 웰빙이자 연결이다. 보이지 않는 건축물이자 빈 공간을 채우는 인테리어다




“첫 번째 과정이자 가장 중요한 일은 브랜드를 파악하는 것이죠. 클라이언트를 직접 찾아가 그곳에서 24시간 이상 머물면서 공간 분위기를 느껴봅니다. 저희가 원하는 것은 클라이언트의 ‘목소리’가 아니라 사람들의 ‘반응’입니다. 사람들의 표정을 보죠. 그뿐만 아니라 사소해 보이지만 결정적 단서가 되는 매장 위치, 일일 교통량, 인테리어 스타일, 금기 사항, 문화 및 기술 환경 등 수백 가지 정보를 수집합니다. 보통 이 작업이 한 달 넘게 이뤄져요. 그런 다음 음악 영역을 정하고, 샘플로 일주일 재생 목록을 만듭니다.








갤러리 라파예트 백화점, 페르노리카, 메종 오브제, 오르소 호텔 그룹, 클라란스 스파, 스포티파이 등이 스펙터 뮤직의 방향성에 공감했다. 스펙터 뮤직은 자체 개발한 프로그램과 장치를 통해 각 브랜드 공간에 음악을 전달하는데, 음악은 시간, 계절, 마케팅 전략에 따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된다. AI(인공지능)를 기반으로 한 스트리밍 플랫폼 서비스를 활용하는 곳도 있어요. 하지만 이런 프로그램은 사용자의 성향이나 취향, 사용 패턴 등에 따라 음악을 제안하는 식이라 개인화에 특화되어 있고 사용자의 선택이 기준이 되지요. 상업 브랜드 공간은 이와 다른 메커니즘을 적용해야 합니다. ‘비슷한 것’을 추천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것’과 ‘나은 것’을 제안해야 하죠. AI는 감각의 결을 구분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음악 전문가가 AI의 조력자로 함께 리스트를 구축하는 것이죠.










브랜드와 어울리는 음악이란 멜로디 자체만을 뜻하지 않는다. 음악의 길이, 템포, 볼륨 등을 모두 반영한다. 예를 들어 마트의 경우 아침에는 주로 경쾌한 팝으로 쇼핑을 유도하고 세일을 할 때는 템포가 빠른 댄스곡을 트는데 음악 비트가 감정과 행동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커피숍의 경우 매장에서 들리는 말소리와 비슷한 음량으로 너무 시끄럽지도, 조용하지도 않아야 한다. 백색 소음이 제거된 고요한 음악은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무지 매장의 경우 각 나라의 민속 음악을 택했다. 세월이 흘러도 잊히지 않는 민속 음악은 무인양품의 모토와도 일맥상통하며 안정감을 준다. 음악에 따라 조도도 조절한다. “그래서 제가 하는 작업은 기술이 아니라 공예이자 심리학이라고 봅니다. 음악으로 장소를 밝히고, 연결을 쌓고, 기억을 증진시키는 감정을 만드는 일이죠. 음악으로 몰입을 유도하는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어요.








대표 막시밀리앙 니엡스는 요즘 청각을 이용해 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오디오 뉴스레터, 웹사이트 및 소셜 미디어 내 사운드 디자인, 브랜드 공간을 찾지 않아도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인터넷 방송국 등이다. 홈페이지 첫 페이지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다. “음악은 나눔이자 가치이고 웰빙이자 연결이다. 보이지 않는 건축물이자 빈 공간을 채우는 인테리어다.” 이처럼 우리는 하루 종일 알게 모르게 음악의 영향을 받는다. 귀를 열고 소리에 집중하지 않아도 우리 몸은 소리에 자연스럽게 반응한다. 소리는 공간, 시간, 브랜드에 대한 인식뿐만 아니라 감정과 행동에 영향을 준다. 12년 전에 비해 점점 더 많은 브랜드가 사운드의 힘을 이해하고 있어 다행이지만 여전히 아쉬운 점은 늘 마지막 단계에 참여한다는 것이에요. 음향 경험은 브랜드 시작부터 고려하고 설계해야 하며 공간 인테리어만큼 음향 장비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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