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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다양성, 재생, 프리미엄

이케아 레트로 열풍

빌리포세일, 바르네뷔 외

Text | Anna Gye
Photos | IKEA, Barnebys, Billyforsale

한때 ‘이케아 디자인 같다’는 말이 ‘복제품 같다’는 말로 통한 적이 있었다. 이케아의 저가 정책에 격분한 가구 산업계는 이케아 디자인에 대해 끊임없이 표절 논란을 일으켰고, 디자이너들은 원가 절감을 위한 디자인이라며 홀대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누구도 공격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이케아 레트로 제품을 수집하며 추억을 되새김질하면서 즐거워하고, 디자이너들은 그들의 아카이브에서 상업 디자인이 갖춰야 할 경쟁력과 효율성을 배운다.




아티스트 해리 스테이트Harry Stayt의 어린 시절 놀이터는 이케아 매장이었다. 11살 생일날 부모님 손을 잡고 처음 방문한 그곳에는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 미트볼이 있었고, 독립된 방을 간절히 원하는 소녀들을 꿈꾸게 만드는 가구와 물건이 있었다. 매장에 갈 때마다 나만의 방에 어울리는 가구를 점찍어두고 조금씩 돈을 모았다. 누구나 구매할 수 있는 저렴한 가격에 디자인과 실용성을 모두 갖춘 가구를 판매한다는 이케아의 원칙은 상상을 현실로 만들었다. 18살 되던 해에 약 100파운드의 금액으로 꿈꾸던 방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소위 이케아 세대다. “우리 부모님은 물론 제 또래 친구들은 누구나 이케아에 대한 기억이 있을 거예요. 레트로 가구를 수집하게 된 것도 어린 시절 기억을 떠올리기 위해서였어요.








창업주 잉바르 캄프라드는 카탈로그 제작에도 공을 들였다. 카탈로그에는 항상 집 안 풍경이 등장하는데, 살고 싶은 집을 실현 가능한 모습으로 보여주고자 한 것이었다. “카탈로그에 있는 거실 사진을 가장 좋아했어요. 사진 속 물건 종류뿐 아니라 형태, 배치, 컬러 등을 통해 당시 삶의 모습뿐 아니라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집에 대한 의미와 가치까지 짐작할 수 있었죠. 이상과 미학이 아닌 현실과 맞닿아 있는 소비 욕망을 파악하는 재미가 있었어요.” 그녀는 본격으로 이케아 레트로 아카이브를 만들기로 결심하면서 이케아 디자인에 대한 아이러니를 경험했다. 당시 너무 독특해서 외면당하거나 팔리지 않아 단종되었던 디자인이 재평가되고, 수백 배 가격으로 구입하려는 디자인 마니아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그녀는 웹사이트 빌리포세일을 열고 자신의 수집품을 판매하고 있다.










한때 ‘이케아 디자인 같다’는 말이 ‘복제품 같다’는 말로 통한 적이 있었다. 이케아의 저가 정책에 격분한 가구 산업계는 이케아 디자인에 대해 끊임없이 표절 논란을 일으켰고, 디자이너들은 원가 절감을 위한 디자인이라며 홀대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누구도 공격하지 않는다. 디자인 트렌드를 제시하거나 디자이너를 앞세우지 않지만 디자인, 기능, 품질, 지속 가능성, 낮은 가격이라는 다섯 가지 요소를 충족하는 데모크래틱 디자인 철학 아래 생활에 밀착된 이유 있는 디자인을 선보이는 브랜드라는 것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이케아 레트로 제품을 수집하며 추억을 되새김질하면서 즐거워하고, 디자이너들은 그들의 아카이브에서 상업 디자인이 갖춰야 할 경쟁력과 효율성을 배운다.








스웨덴 경매 회사 바르네뷔Barneby 3년 전부터 이케아 레트로 제품이 경매 시장에 등장했고 디자인 컬렉터를 중심으로 몸값이 치솟으면서 현재 수백 배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고 밝혔다. 주요 품목은 이케아가 거대 공룡이 되기 전, 1990년대 이전 생산 제품이다. 가장 수요가 높은 것은 1950~1970년대 모델로, 스칸디나비아 미드센추리 디자인으로 구분한다. 당시 기능에 충실한 허세 없는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은 유럽 전체를 휩쓸었고 이케아 디자인에도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2022 11, 바르네뷔는 1959년 이케아 디자이너 벵트 루다Bengt Ruda가 디자인한 카벨리Cavelli 암체어를 1 6725달러에 거래했다. 당시 가격은 24달러( 3만 원)였다.




이케아 레트로 제품의 가치를 타임리스 디자인이 아니라 가구에 담긴 시대정신에서 찾는다.




하지만 디자인 가구 거래 웹사이트 퍼스트딥스닷컴 내 매거진 편집장 앤서니 바질레이 프라운드Anthony Barzilay Freund는 이케아 레트로 제품의 가치를 타임리스 디자인이 아니라 가구에 담긴 시대정신에서 찾는다. 경제.문화 권력의 세대교체, 기존 관습과 관행에서 벗어나려는 태도 등을 발견할 수 있는 레트로 제품은 역사적.인문학적 아이콘으로서 가치를 지닌다고 말한다. “이케아는 고정관념과 관습을 무너뜨렸어요. 과거 세대와 달리, 슈퍼마켓에서 음식을 구입하듯 가구를 사고 집을 취향대로 변화시키는 젊은 세대를 상징하죠. 시대마다 집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추구했어요.



그는 대중에서 외면당하는 실패작일수록 더욱 큰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없어서 못 파는 베르너 팬톤Verner Panton의 ‘빌베르트 체어Vilbert Chair, 토르드 비에르클룬드Tord Björklund의 ‘스카이 셰이즈Skye Chaise, 카린 모브링Karin Mobring의 ‘아미랄 암체어스Amiral Armchairs, 일리스 룬드그렌Gillis Lundgren의 ‘임팔라 체어Impala Chair’ 등이 있다. 당시 창업주 잉바르 캄프라드는 임팔라 체어가 너무 비현실적이라 팔리지 않는 것 같다고 고민했다고 한다. 당시 36달러( 4 5,000)였던 이 상품은 현재 7,500달러( 940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








해리 스테이트 또한 사람들이 레트로 제품을 찾는 이유는 비단 디자인 요소 때문은 아니라고 말한다. 오히려 쓸모없어 보이는 물건, 여전히 아리송한 제품일수록 사람들이 더욱 좋아하고 구입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이케아라서 상품화되고 판매될 수 있었던 제품 말이다. 1973년 일리스 룬드그렌이 디자인한 타이트Tajt 소파는 데님으로 가구를 만들어보자는 도전 정신으로 시작했다. 데님 쿠션 3개를 펼치면 이불이 되고 쿠션을 묶으면 소파가 되는데, 당시 이렇게 못생기고 투박한 제품을 왜 만들었느냐고 한껏 질타를 받았다. “이 모델을 구하는 데 가장 시간이 많이 걸렸어요. 조롱당한 제품일수록 소장하는 사람이 적으니 가격이 높아질 수밖에 없죠. 사람들이 ‘이상한 이케아 제품’을 선호하는 또 하나의 이유예요.



디자인이든 문화적 가치든, 또는 수요와 공급에 따른 현상이든 사람들이 이케아 레트로 제품을 구입하고 싶어 한다는 것은 그만큼 이케아가 시대를 넘어 대중의 인식 속에 뿌리 깊게 박힌, 강한 사회적 영향력을 가진 브랜드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케아는 시대와 세대를 넘나드는 언어이자 우리 모두의 집이다. 이케아가 추구하는 ‘모든 사람을 위한 디자인’이란 이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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