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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네트워킹, 도시, 비대면

집이라는 사무실에서 일해보니

재택 근무의 오늘

Text | Angelina Gieun Lee

새로운 전염병으로 언제 어디서든 업무를 보는 시기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앞당겨졌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각국 정부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시행하거나 이동을 강력하게 제한하는 봉쇄 조치를 취함에 따라 기업체 상당수가 재택 및 원격 근무를 처음 시도해보게 된 것이다.


국내의 경우 고용노동부 2021년 고용 영향 평가 중 ‘코로나19 이후 일하는 방식 변화와 고용 영향’을 통해 코로나19 확산이 초래한 일하는 방식의 변화와 이에 따른 영향을 살펴볼 수 있다. 재택 및 원격 근무를 시행하는 기업의 비중은 코로나19 발생 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고, 시행하는 기업 55%는 전염병 확산 대응 차원에서 처음 실시한 것으로 나타난다. 또한 통계청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재택근무자 수가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8 7 9,000명에서 2021 112만 명으로 폭증했으며 증가세는 지속되고 있다.



한편 글로벌 IT 리서치 전문 회사 가트너Gartner는 전 세계적으로 재택 및 원격 근무하는 인력이 2019 17%에서 2021 32%로 증가했고 2022년에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지역 및 국가별로 살펴보면 2022년 재택 및 원격 근무 인력 비중은 미국이 53%로 가장 높았고 유럽 지역 중 영국이 52%, 독일 37%, 프랑스 33%로 확인되었다. 인도와 중국에서는 각각 30%, 28%를 나타냈다. 이와 별개로 가트너가 진행한 디지털 근로자 경험 조사(Digital Worker Experience Survey)에 따르면 팬데믹 이전인 2019년에는 회의 시간 중 대면 방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63%였던 반면 2021년 말 기준 33%로 축소되었다. 반면 재택 및 원격 근무에 필수로 자리 잡은 줌, 슬랙을 비롯한 협업 및 커뮤니케이션 툴 사용 비중은 2019 44% 증가해 2021년 말 기준 80%에 달한다.





영국 ‘The Economist’ 2022 3 12일자 기사 중. 제목 : 원격 근무는 모두에게 최악의 방식인지? 부제 :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사례가 차례로 제시되고 있다.



영국 ‘The Economist’ 2022 5 7일자 기사 중. 제목: 어디에서나 근무할 수 있다는 것이 비현실적인 이유. 부제 : 글로브 트로터의 라이프스타일은 운 좋은 소수에게만 가능하다.




비록 정부의 권고 사항을 따르는 형태로 시작되었으나 이를 계기로 다양한 근무 방식의 장점을 발견하고 가능성을 엿보게 되었다. 하지만 과연 재택 및 원격 근무 방식이 대세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불필요한 이동, 회의, 보고의 생략으로 업무 성과와 효율성이 개선되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분명히 존재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사무 공간 임대 및 운영 비용 절감과 임직원의 생산성과 업무 효율성 향상으로 인한 실적 개선 효과를 확인했다.



이와 반대로 부정적 효과와 부작용도 드러났다. 여러 문제점이 발견되었으나 그중 가장 도드라지는 건 각자 다른 상황과 장소에서 업무를 진행하다 직면하는 의사소통과 관리의 어려움이다. <포브스> <워싱턴포스트> 등의 매체에 따르면 이로 인해 미국 내 기업 중 50%는 올해부터 직원들을 사무실로 복귀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미국 건물 관리 전문 기업 캐슬 시스템Kastle System 2022년 미국 10대 도시 내 사무실 사용이 팬데믹 이전 대비 50% 수준으로 회복했고 계속해서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단점과 부작용 때문에 움츠러드는 대신 절충안을 마련해 변화를 능동적으로 활용할 방법이 있지 않을까.




여러 문제점 중 가장 도드라지는 건 각자 다른 상황과 장소에서 직면하는 의사소통과 관리의 어려움이다.”




정확한 정보 전달과 원활한 의사소통은 업무를 포함한 모든 사회 활동의 기본 토대를 이룬다. 그러나 소통이란 자주 왜곡과 누락의 위험에 처한다. ‘언어의 한계가 곧 세계의 한계’라고 오스트리아 철학자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Ludwig Wittgenstein이 강조했듯이 개인이 구사할 수 있는 언어의 한계로 인해 인식, 사고력, 세계관에 한계가 생기는 데다 그 한계치가 각자 다르기까지 하다. 사무실에 출근한 대면 상황에서는 얼굴 표정, 몸짓, 언어 이외에 다른 감각의 인지 보완으로 오해와 왜곡의 소지가 줄어든다. 반면 다른 감각기관이 대부분 배제된 재택 및 원격 근무 환경에서는 오해와 왜곡이 더 자주 발생할 수 있다. 전화와 메신저, 메일뿐만 아니라 화상회의와 협업 툴 등을 다양하게 활용하더라도 대부분 말과 텍스트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시각, 촉각, 후각 등 여러 감각기관의 사용에 여전히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캐서린 크램튼Catherine Cramton 미국 조지 메이슨 대학교 경영대학 석좌교수는 팬데믹 기간 중 팀원들이 각자 다른 지역에서 업무를 보는 팀의 메일과 메시지를 분석한 결과 크게 다섯 가지 원인으로 오해와 갈등이 발생한다고 정리했다. 즉 서로 다른 맥락, 정보의 불균등한 배포, 우선순위에 대한 일관성 없는 해석, 정보 접근 속도의 개인 간 편차, 휴식을 포함한 ‘조용한’ 상태에 대한 인식 차 등이다. 이는 같은 시간과 장소에서 소통하지 않는 한 오해와 갈등은 불가피함을 시사한다. 그리고 국가, 문화, 인종 등이 다르면 이 문제는 더욱 심화될 수 있다.





VILLIV 매거진 202010월에 소개 된 보아노 프리즈몬타스의 조립식 사무실



VILLIV 매거진 20203월에 소개 된 제프리 파스칼의 ‘흐라페이포비아’




지금까지 다양한 업무 방식을 시도하며 그 가능성을 가늠해보았고 앞으로도 대안을 찾기 위한 여정은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이전보다 더 다양한 장소와 시간대에 업무를 한다는 점을 대전제로 할 필요가 있다. 아쉽게도 단점을 보완하거나 문제점을 한 번에 해결할 만병통치약 같은 방안은 존재하지 않는다. 편차가 있기에 고려해야 할 변수가 산업과 기업마다 다를 뿐 아니라 같은 기업이나 팀 내에서도 어떤 일을 맡는지에 따라 염두에 둬야 할 점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인터넷 접속 환경 등 기술적 요인, 물리적 환경, 가정 내 환경 등 개별적으로 마주한 상황도 다르고, 기업이 생각하는 적절한 업무 환경과 직원이 생각하는 최적의 업무 조건 간에도 간극이 있기 때문에 이전보다 셈법이 훨씬 더 복잡할 수밖에 없다.



다만 언어뿐 아니라 오감을 통합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정확한 의사소통과 정보 전달이 가능하다는 점을 재차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를 바탕으로 비대면 방식의 장점은 십분 살리되 단점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방향성을 잡는다면 내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더 효율적으로 일하며 만족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예전 방식으로 돌아가는 대신 새로운 대안이나 방식을 적절하게 활용해 선택지를 넓힐 수 있다면 일할 때도 이점이 있겠지만 각자의 삶을 더욱 풍성하게 꾸려갈 가능성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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