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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노마드, 다양성, 로컬

당신의 집은 ‘좋은 동네’에 있나요?

장강명의 [아무튼, 현수동], 김모아의 [꽁트 도톤느]

Text | Kakyung Baek
Photos | 장강명, 허남훈

당신은 지금 사는 동네를 아끼고 좋아하는가? 장강명 작가의 말을 빌리면, 자기 동네를 사랑스럽게 만드는 사람은 자기 삶도 가꾸는 중이라고 한다. 좋은 동네는 그곳에 사는 사람을 돕기 마련이다. 지금 살고 있는 동네에 대해 잘 몰랐던 사람이라면 두 권의 에세이를 통해 동네에 관심을 가지게 될지도 모른다.





ⓒ허남훈




좋은 동네는 그곳에 사는 사람을 돕는다. 특별한 이유 없이도 산책이 즐거워지고 동네에 사는 아이들은 좋은 이웃을 만날 일이 늘어난다. 언제든 반갑게 인사하며 간단히 안부를 물을 수 있는 작은 가게가 생기고 서로를 챙기는 따뜻한 인연이 많아진다. 누구나 꿈꾸지만 막상 찾기는 어려운 그런 좋은 동네가 있다.



여전히 많은 사람이 ‘내 집’에 관심을 집중하는 시대다. 나의 개성을 살린 멋진 공간도 중요하지만 내 집이 있는 동네도 개인의 손길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좋은 동네를 만드는 법은 무궁무진한데 그중 어떤 것을 어떻게 실천해야 할지 막막하다면 두 작가의 방식을 따라 해보는 건 어떨까? 장강명과 김모아 작가는 최근 펴낸 에세이에, 내가 사는 동네에 관심을 갖고 빠져들고 마침내 사랑하게 되는 과정을 기록했다.





장강명 작가가 현수동의 배경이 된 동네들을 탐방하며 기록한 사진(2011) / 장강명




첫 번째 소개할 에세이는 장강명 작가의 [아무튼, 현수동]이다. 작가는 소설, 에세이, 논픽션을 오가며 새로운 사회와 사상에 대한 상상력을 집필의 원동력으로 삼아왔다. 그런 그가 책 한 권에 걸쳐 소개하는 현수동은 사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동네다. 당황스러움 반, 호기심 반으로 책장을 하나씩 넘기다 보면 알게 된다. 현수동은 작가가 소설의 공간으로 상상한 배경이자 ‘좋은 동네’라고 여기는 하나의 모델이라는 것을 말이다. 이 책에는 현수동을 상상할 때 밑바탕이 된 실존하는 동네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한가득 들어 있다.




“자기 동네를 사랑하는 사람은 자기 삶을 사랑하고, 자기 동네를 사랑스럽게 만드는 사람은 자기 삶도 가.




현수동은 가상의 동네이지만 비교적 구체적인 좌표가 있다. 대략 서울 지하철 6호선 광흥창역 일대로, 작가는 실제로 이곳에 살며 30대 중반을 보냈다. 그는 현석동에 살면서 밤섬의 역사, 골목골목에 있는 표지판과 표석에 담긴 정보를 찾아내고, 민담의 배경이 되는 장소를 찾아가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남겼다. 특히 광흥창역 일대에 관한 설화들은 장소와 시대 등 아귀가 안 맞기도 하지만, 오히려 작가는 이를 더 흥미롭게 여겼다고 한다.



작가는 책 말미에 독자들에게 살고 싶은 동네를 구체적으로 상상해보라고 권한다. 자기 동네를 사랑하는 사람은 자기 삶을 사랑하고, 자기 동네를 사랑스럽게 만드는 사람은 자기 삶도 가꾸는 중이기 때문이다. 내가 살고 싶은 동네를 머릿속으로 그려보고 그에 근접한 동네를 경험하면 지금 나의 동네에 필요한 것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작가의 경우처럼 동네에 얽힌 설화, 역사 등을 헤아리며 동네 이곳저곳을 샅샅이 찾아다니는 행위에서부터 시작된다.








번째는 김모아 작가의 책 [Conte D'Automne 꽁트 도톤느]. 작가는 1년간 제주에 살며 계절별로 4권의 에세이를 썼는데 이번 신간이 네 번째, 가을 이야기다. 시작과 끝, 삶과 죽음 등 언젠가 끝날 것이라는 인식은 지금, 여기를 더 열렬히 느끼게 만든다. 김모아 작가는 1, 그중에서도 짧디짧은 가을 동안 제주 한경면 청수리에서의 삶을 온전히 기록했다. 작가가 주변의 사소한 모습 하나까지 멋진 사진과 글로 포착해낼 수 있었던 것도 끝이 있었기에 가능했을지 모른다.



김모아 작가는 연인인 영상 감독 허남훈과 함께 제주를 온전히 즐기고 알아가기 위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예를 들면 서귀포자연휴양림에서 캠핑하며 그 지역에 자생하는 식물과 동물을 마주하거나 동네 친구들과 차와 음식을 나누고,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주인과 안부를 묻고 정을 나누는 식이다. 동네를 사랑하는 마음은 오래 머물 집이 있는 사람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님을 이 에세이를 통해 느낄 수 있다. 오히려 한곳에 정착하지 않는 마음이 동네에 대한 관심에 불을 당길 수도 있다.



한편 김모아 작가의 글을 읽다 보면 언젠가 꿈꾸는 동네에서 여행자도 거주자도 아닌 애매한 모습으로 살아도 괜찮겠다는 마음이 든다. 다만 어디를 가든 머무는 마을을 아끼고 사랑하는 태도만 있다면 그처럼 하루를 충만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두 권의 에세이는 사면이 벽으로 둘러싸인 집을 벗어나 내가 머무는 마을과 지역을 한 번 더 살펴보고 그곳에서 또 다른 행복을 찾아 나설 수 있는 길을 보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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