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IV



CULTURE|재생, 친환경, 커뮤니티

한번 산 옷, 오래오래 입는 법

다시입다연구소

Text | Young-eun Heo
Photos | 다시입다연구소

21%. 옷장 속 안 입는 옷의 비율이다. 계절마다 입을 옷이 없다고 한탄하지만, 실상은 5벌 중 1벌은 몸에 걸쳐보지도 않은 채 버려진다는 이야기다. 다시입다연구소는 의류 교환이라는 방법을 통해 안 입는 옷에 제 역할을 되찾아주는 비영리 스타트업이다. 이들은 의류 교환으로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패스트 패션이 초래하는 환경문제도 해결한다.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형제, 자매 혹은 이웃끼리 안 입는 옷을 물려주는 문화가 흔했고, 작은 구멍이 나거나 소매 끝이 해지면 수선해서 입는 것이 당연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작은 흠집 하나만 생겨도 옷을 버리고, 사시사철 변하는 유행에 따라 옷을 사기 시작했다. 이런 소비 태도가 거대한 의류 쓰레기 산을 만든다는 사실은 각종 쓰레기 문제가 불거지면서 함께 밝혀졌다.



이러한 무분별한 소비문화를 반성하며 북유럽을 중심으로숍스캄Kӧpskam’ 운동이 등장했다. 숍스캄이란 소비의 부끄러움이라는 뜻을 가진 신조어다. 이 운동에 참여하는 이들은 유행을 따르기 위해 옷과 물건을 사는 걸 부끄러워하고, 구매한 옷과 물건을 최대한 오래 사용하며 지속 가능한 삶을 추구한다. 지구 살리는 일에 세대가 무슨 상관이 있겠느냐만, 숍스캄 운동은 20~30대 중심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늘어나는 옷의 수명만큼 지구의 시간도 늘어나고 있다.”




숍스캄 운동에서 영감받아 설립한 한국의 다시입다연구소는 새 옷을 사기보다 입던 옷을 교환하거나 수선해서 입자는 취지의 캠페인을 펼치는 비영리 스타트업이다. 주요 활동으로는 ‘21%파티'가 있다. 각자 안 입는 옷을 가져와 서로 교환하는 행사다. 이 행사는 의류 교환 문화를 경험하게 하고 널리 알리는 기회이기도 하지만, 더 큰 목적은 패션 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인식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21%파티장에는 참가자들이 가져온 옷이 쭉 걸려 있다. “처음에는 버리거나 중고 마켓에 파는 것이 귀찮아서 참여한 사람들도 있었어요. 그런데 이곳에 걸린 옷 상태를 보고 생각을 바꾸죠. 이젠 세탁은 물론이고 다림질까지 깨끗하게 해서 가져와요.” 다시입다연구소 정주연 대표는 21%파티에 참여하면서 사람들의 인식이 달라지는 게 보인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의류 교환이 어색한 사람이 많다. 이런 벽을 허물기 위해 다시입다연구소는 옷에 가격표 대신 태그를 붙인다. 태그에는 옷의 사연이 적혀 있다. 이 옷을 언제, 왜 샀고 몇 번 입었으며, 옷에게 남기는 마지막 메시지까지. 21%파티장에는 이 태그를 읽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때로는 자기 옷을 가져가는 사람을 기다렸다가 인사하는 사람도 있고, 소셜 미디어에 옷의 전 주인의 계정을 태그하여 옷을 잘 입고 있음을 인증하는 사람도 있다.



다시입다연구소의 의류 교환은 환경 캠페인을 넘어서 같은 가치관을 가진 개인들을 서로 연결해주는 역할도 한다. 21%파티는 지속 가능한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모여 더 나은 방법을 논의하고 연대 의식을 강화하는 장이 된다. 그리고 의류 교환 문화와 패스트 패션 문제를 또 다른 개인과 지역사회에 퍼뜨리는 데 도움을 준다. 다시입다연구소는 21%파티가 전국으로 확산되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는데, 4월에는 전국 주간을 개최해 서울 외 지역에서도 21%파티를 열 계획이다.










다시입다연구소는 21%랩을 통해 수선법을 교육해 옷의 수명을 늘리는 방법도 알린다. 다시입다연구소가 추구하는 지속 가능성은 리사이클, 업사이클이 아니라 재사용(reuse)이다. 한번 산 옷을 최대한 오래 입는 것이 패션 산업이 초래한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원초적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옷 한 벌을 만드는 데 엄청난 양의 물이 사용되고 탄소가 배출된다는 건 이미 수많은 기사를 통해 알려졌다. 그래서 다시입다연구소는 이렇게 말한다. “가장 지속 가능한 옷은 당신 옷장 속에 있는 옷입니다.



다시입다연구소는 제도적으로 의류 폐기물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앞장서고 있다. 개인의 노력만큼 기업, 단체의 노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기에 다시입다연구소는 한국도 프랑스처럼 패션 기업 의류 재고 폐기 금지법이 제정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정주연 대표는 앞으로 순환 패션 사회로 가는 건 기정사실이라고 말한다. 다만 늦게 도달하느냐, 빠르게 도달하느냐의 문제일 뿐이다. “한국인은 알면 누구보다 빠르게 변화하고 실천하는 국민성이 있어요. 우리가 인식 변화를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예요. 21%파티에 참여하는 사람 대부분이 MZ세대다. 그들은 자기가 안 입는 옷을 다른 사람의 옷과 교환해서 입고, 삐뚤어도 자기가 직접 수선해서 입는 과정을 즐긴다. 의류 교환이 한 번의 특별한 경험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는 것이다. 늘어나는 옷의 수명만큼 지구의 시간도 늘어나고 있다.




RELATED POSTS

PREVIOUS

집이란 어떤 마음가짐
더 셀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