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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라이프스타일, 홈데코, 힙스터

집, 핑크로 물들다

바비코어 인테리어

Text | Young-eun Heo
Photos | Airbnb

2023년 여름, 세계가 핑크로 물들었다. 영화 <바비> 개봉을 앞두고 바비를 대표하는 핑크 컬러가 패션을 넘어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때로는 촌스럽고, 때로는 너무 여성스러워 기피했던 핑크 컬러가 자연스럽게 일상에 녹아들면서 활기와 색다른 즐거움을 주고 있다. 눈이 시릴 정도로 강렬한 마젠타 핑크가 집 안으로까지 들어온 이유는 무엇일까.





©Airbnb




찰랑거리는 금발 머리와 늘씬한 몸매가 떠오르는 바비 인형은 장난감이자 패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바비 인형이 태어난 1950년대부터 지금까지 어린이에게는 친구였고, 어른에게는 어린 시절 추억의 아이템이었다. 종종 바비를 주인공으로 한 2차 창작물이 제작되었는데 올여름에 개봉한 영화 <바비>도 그중 하나다.



영화 <바비>의 개봉은 바비코어Barbiecore라는 트렌드를 불러왔다. 바비코어란 바비Barbie와 핵심을 뜻하는 코어core의 합성어로, 바비 인형 스타일이 라이프스타일의 중심이 된 현상을 말한다. 작년에 영화 <바비> 마케팅을 펼치면서 바비 인형이 입었던 1980년대 패션과 쨍한 마젠타 컬러가 소셜 미디어를 중심으로 퍼져나갔다. 인스타그램과 틱톡에서는 바비 스타일 패션과 인테리어가 인기를 얻기 시작했고, 핀터레스트에서는 작년 5월부터 올해 5월까지 바비 스타일 인테리어에 관한 검색량이 1135% 증가했다.





©Airbnb




바비코어에 먼저 반응한 건 패션계였다. 발렌티노 같은 럭셔리 브랜드는 물론 디자이너 브랜드와 SPA 브랜드 등 모든 패션 브랜드가 다채로운 톤의 핑크 컬러 옷과 액세서리를 출시했다. 덕분에 많은 사람이 부담 없이 핑크 패션에 도전하고 있다. 바비 스타일은 리빙·인테리어 분야까지 퍼져나가 이제 바비코어는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트렌드가 되었다.



바비코어의 핵심은 바비 핑크라 불리는, 눈이 시릴 정도로 쨍한 핑크 컬러다. 이전에는 강렬하고 너무 여성스럽다는 인식 때문에 잘 사용하지 않던 색이지만, 바비코어에서는 심심한 스타일에 포인트를 주고 개성을 드러내는 색이다. 유행에 힘입어 인테리어 분야에서는 집 전체를 바비 핑크 컬러로 도배하는 경우도 등장했다. 이처럼 바비코어의 힘이 강해진 이유를 단순히 영화 마케팅에서 찾기엔 부족하다. 실제로 국내외 여러 매체에서는 바비코어가 등장한 이유를 사회현상과 연결 지으며 핑크 컬러에 대한 높은 관심은 당연한 결과라고 말한다.



바비코어가 등장한 이유 중 하나는 팬데믹이다. 기나긴 팬데믹이 끝나면서 그동안 움츠렸던 기운을 바비 핑크와 같이 화려하고 강렬한 색상으로 표출하기 시작한 것이다. 팬톤이 2023년 올해의 컬러를 바비 핑크보다 살짝 어둡지만 생동감 있는 ‘비바 마젠타’로 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또 화려한 색과 물건으로 가득 채운 맥시멀리즘이 유행하는 이유와도 상통한다. 덕분에 과감한 인테리어에 도전하는 사람이 늘어났고, 자연스럽게 바비 핑크와 네온같이 화려한 색을 적극적으로 인테리어에 사용하고, 1980년대 분위기의 가구와 그래픽 패턴을 공간에 적용하게 되었다.




타인의 시선을 인식하지 않고 자기 취향을 마음껏 인테리어에 반영하는 사람이 늘어났다.




사회적 격리로 인해 집 꾸미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인테리어 트렌드를 따르기보다는 자신의 취향대로 집을 꾸미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이 강해졌다. 그러다 보니 타인의 시선을 인식하지 않고 자기 취향을 마음껏 인테리어에 반영하는 사람이 늘어났다. 이전에는 집 전체에 핑크 컬러를 적용한다는 건 생각지도 못했고, 유행과 정반대인 바비 스타일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쉽게 드러내지 못했다. 하지만 바비코어가 등장한 이후 전 세계의 핑크 러버lover & 바비 러버들이 당당하게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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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비코어는 바비의 인기가 가장 높았던 1980년대 스타일도 포함한다. 이처럼 바비코어는 색감과 함께 레트로가 바탕이 되기 때문에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한다. 바비의 집인 드림 하우스Dream House 1970~1980년대에 어린 시절을 보낸 세대에게는 정말 꿈의 집이었다. 그때의 어린이가 어른이 된 지금, 바비코어 스타일로 꿈속의 드림 하우스를 구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데 바비코어가 유행이라고 해도 막상 내 집에 선뜻 적용하기는 망설여진다. 기존 인테리어와의 조화도 생각해야 하고, 핑크 컬러를 매치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인테리어 디자이너 앨리슨 리더Alison Leeder는 작은 것부터 천천히 바꿔보라고 조언한다. 꽃병이나 쿠션, 러그처럼 작은 소품부터 핑크 컬러로 바꾸면 기존 인테리어에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집 안에 활기를 주고 싶다면 핑크 컬러 그림을 벽에 거는 것도 좋다. 트렌드 분석가 아이손 존슨Ison Johnson은 “핑크 컬러 장식품을 유행 타지 않는 가구와 배치하면 재미있으면서 세련된 공간을 연출할 수 있다”라고 바비코어 인테리어 팁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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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실, 주방, 침실 등 한 공간 전체에 핑크 컬러를 적용하고 싶다면 인디 핑크와 같이 부드러운 톤의 핑크 컬러를 주요 색으로 사용하는 것이 좋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앨리슨 리더는 바비코어 인테리어도 다양하게 변형할 수 있다고 말한다. “내추럴 톤 공간에 핑크 톤을 다양하게 배치하면 미묘한 색 변화로 사랑스러운 분위기를 낼 수 있습니다. 핑크와 그린을 매치하는 것도 좋아요. 핑크와 그린은 천상의 조화를 이루거든요.” 이처럼 핑크 컬러를 중심으로 다채로운 색과 패턴을 활용한다면 바비코어를 더욱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하퍼스 바자>는 바비코어 인테리어에 대해 “강렬하면서도 세련되고 우아하지만 심각하지 않은 것이 바비코어의 본질이다”라고 소개했다. 어쩌면 바비코어는 현재 유행하는 스타일을 지칭한다기보다는 팬데믹을 이겨낸 우리의 희망을 담은 사회현상이자 핑크 컬러에 관한 오해와 편견을 깨뜨리는 새로운 가치관의 탄생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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