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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도시, 라이프스타일, 코리빙

건강이 중요해진 미래의 집

IKEA Space10

Text | Young-eun Heo
Photos | Marissa Patrice Leitman, Joyce Huis, Louis Hansel, Clam

하루가 멀다 하고 뉴스에서는 각종 사회문제가 보도되고 있다. 기후변화, 출산율 저하 등 새로 마주한 문제들은 인류의 존속마저 위협할 정도다. IKEA 주거문화 연구소 스페이스10은 변화하는 세상에 맞춰 집의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전 세계의 사례를 조사해 미래의 건강한 가정의 모습을 예측한 ‘2023 건강한 집’ 보고서를 발표했다.





Marissa Patrice Leitman




집은 다양한 목적을 지닌 장소다. 우리가 쉬고 놀고 먹고 자고 배우고 식사하는 등 삶의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하고 사회화를 배우는 곳이다. 하지만 집이 우리 삶에서 중요한 공간으로 인식되는 이유는 신체적, 정신적, 영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집은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지원하는 곳이다.



그런데 현대의 집은 그 역할과 의미가 더 복잡해지고 있다. 이전에는 없던 사회문제가 등장하면서 집의 역할을 재정의할 필요성이 생긴 것이다. 특히 최근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기후변화, 출산율 저하, 고령 인구 증가, 관계의 단절, 의료비 급증 등은 우리의 건강한 삶을 위협하는데, 이는 우리의 안식처인 집에도 영향을 미친다. 가까이 체감하는 변화로는 기후변화로 급등한 가정의 냉·난방비다. 또 산불과 홍수 등 유례없는 자연재해로 많은 사람이 보금자리를 잃었다. 갑자기 등장한 새로운 전염병은 집의 소중함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으나 한편으로는 집을 고립되고 외로운 장소로 만들어버렸다.




올해 보고서에서는 집을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지지하는 공간이자 공동체의 건강을 증진하는 공간으로 바라본다.




이처럼 집은 사회 변화와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역할을 달리한다. 그렇다면 과연 미래의 집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IKEA 주거문화 연구소 ‘스페이스10 Space10’은 2023년에도 미래의 집을 예측한 보고서를 제작했다. 올해는 다각도로 집을 바라보고 조사했는데 그중 ‘건강한 집(The Healthy Home)’ 보고서에서는 집을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지지하는 공간이자 공동체의 건강을 증진하는 공간으로 바라본다.



‘건강한 집’ 보고서는 미래의 집이 어떻게 위험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고, 몸과 마음을 회복시키며 삶의 성장을 돕는 장소가 되는지를 20개국의 실질적인 사례를 통해 설명하고 정리한다. 그리고 보호, 회복, 가능성이라는 세 가지 주제를 통해 건강한 가정을 만들기 위한 기술과 노력을 소개함으로써 우리가 꿈꾸는 건강한 집이 결코 먼 이야기가 아님을 보여준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래의 집은 보호 역할이 중요해진다. 현재 우리는 기후변화로 야기된 문제와 대기·소음 공해로 피해를 보고 있다. 게다가 기술이 일상에 가까이 다가오면서 집에서 개인 정보를 침해당하는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이제 집의 보호 기능은 기후변화로 인한 잠재적 피해를 막고, 사생활을 보호받을 수 있도록 강화될 것이다. 이것이 실현되려면 기술의 힘이 중요하다. 지금보다 발달한 건축자재와 기술을 활용해 집을 튼튼하게 짓고, 가정용 제품을 보완해 가정 내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을 줄여야 한다. 또 사생활이 보호되도록 윤리적이고 따뜻한 감성이 담긴 기술을 가정 내에 적용해야 할 것이다.





Clam



Louis Hansel




집은 일상생활에 필요한 에너지를 보충하는 곳이기도 하다. 따라서 미래의 집은 외부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완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최근 수면의 질이 낮아 괴로움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기에 숙면을 취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함께 집 안에서 회복에 가장 필수적인 공간은 주방이다. ‘건강한 집’ 보고서에서 주방은 영양 보충을 충족시키는 공간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깨끗한 식재료와 건강한 요리를 탐구하는 장소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주방의 접근성을 강조한다. 영양에 직결된 장소인 만큼 장애인도 편하게 요리할 수 있는 환경으로 재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염병도 간과해서는 안 되는 위험 요소로 떠오르면서 집의 위생 관리가 중요해졌다. 그래서 미래의 집은 외부 독소로부터 우리를 보호하고, 동시에 가정에서 발생한 생물학적 폐기물을 안전하게 제거해야 하는 의무도 부여받게 되었다. 이처럼 가정 내 위생 관리는 발전한 기술이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가정 구성원의 행동 조정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사람들의 인식 개선이 먼저다.





Joyce Huis




‘건강한 집’ 보고서는 집에 대해 공동체를 결집하는 공간으로서의 가능성도 엿본다. 안정적이고 유연한 집은 인간을 사회적 존재로 성장시키는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 현재 세계는 출생률 저하와 고령화 같은 인구 문제를 겪고 있다. 그리고 세대 차이로 인한 갈등과 1인 가구 및 노인층의 외로움 등으로 점점 가정의 의미가 축소되고 있다. 하지만 ‘건강한 집’ 보고서는 놀이, 운동, 배움 등 집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활동은 신체적, 정신적 성장에 큰 도움이 되므로 모든 연령대에 필요하다고 말한다. 또한 사회의 기본 요소로서 가정은 공동체가 서로를 돌보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고 덧붙인다. 즉 집이란 인간의 생애 전 단계에 걸쳐 성장과 진화를 격려하는 공간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에 최근 여러 단체가 지역 문화에 뿌리를 둔 여가 활동을 전파하고 있다. 이런 활동은 사회 구성원의 스트레스 해소는 물론 공동체 형성에 큰 도움이 된다.





Marissa Patrice Leitman




한편 ‘건강한 집’ 보고서는 고령화에 따른 집의 변화를 촉구한다. 시니어 대표 단체 AARP에 따르면 미국 내 50세 이상 인구의 77%는 지금 사는 집에서 떠날 생각이 없다고 한다. 즉 고령층일수록 이사가 어려우며 이는 집의 노후 문제와 연결된다. 그래서 ‘건강한 집’ 보고서는 건축가와 디자이너에게 집을 유연하게 설계하고, 쉽게 개조할 수 있는 가구로 디자인할 것을 추천한다. 유연한 집과 가구는 거주자의 생애 주기에 맞춰 변경할 수 있어 집 수명을 늘릴 수 있으며, 거동이 불편한 노인에게도 편안한 집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보고서 제작에 참여한 한 연구원은 “건강한 집이란 신체에 미치는 영향뿐만 아니라 집을 건축하는 방식도 포함한다”며 건강에 관한 관점을 넓혀야 함을 알렸다.



스페이스10의 전략가 이반 코롤레프Ivan Korolev는 “미래에는 휴식, 영양, 소속감, 개인 성장 같은 건강의 핵심 요소가 생활 방식에 점점 더 통합될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미래의 집은 건강한 삶을 지원하고 각 개인을 연결하는 공간이 될 것이다. 미래의 건강한 집을 위해 여러 전문가가 할 일이 정해졌다. 보호와 회복을 위한 기술을 개발하고, 변화하는 삶의 주기에 맞춰 공간을 설계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미래의 집은 끊임없이 진화해 마침내 건강하게 더 잘 살고 싶은 우리의 마음을 충족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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