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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네트워킹, 커뮤니티, 프리미엄

책과 와인 들고 만나는 미국 동네 반상회

동네 북클럽

Text | Nari Park
Photos | Flora

윗집 층간 소음이나 동네 집값 동향, 이웃에 관한 가십과 맛집 정보 대신 책에 대해 떠들어보는 건 어떨까. 팬데믹 기간 동안 폭발적으로 증가한 온라인 북클럽이 오프라인으로 확장해 지역사회를 잇고 있다. 인스타와 틱톡에는 ‘#북스타그램’, ‘북톡’ 관련 콘텐츠가 넘쳐나고, 지역사회 소식을 담은 플랫폼 ‘넥스트도어’에서는 반경 1~2마일 내 성행하는 독서 모임을 손쉽게 찾을 수 있다. 바로 책을 통해 나를 드러내고 이웃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자 하는 사교의 장이다.








“천국이 있다면 그것은 책으로 가득 찬 도서관일 것이다.” 대문호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말처럼 책으로 둘러싸인 곳에서 인간은 진정한 평화와 안식을 누린다. 지난 몇 년간 전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은 팬데믹 속에서 책은 사람들이 연대하게 만드는 수단이었다. 실제로 온라인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 페이스북 채팅Facebook Chat 등의 성장과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는 북클럽 모임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팬데믹 기간 중 독서 모임 사이트 북클럽즈Bookclubz의 온라인 독서 모임 증가율은 무려 26%에 이른다. “북클럽은 소셜 미디어 피드나 넷플릭스 드라마를 ‘폭식’하는 것보다 좀 더 보람된 일에 ‘머리’를 사용하도록 이끌며, 친구들과 소통하는 가장 건강한 방법이다.” 북클럽이 성행하는 이유에 대한 <포스트>지의 설명이다.




“우리 시대에 걸맞은 적당한 가벼움 속에서 독서 모임은 살아남았고, 이제는 젊은 세대가 원하는 방식으로 이웃과 친목하는 수단이 되었다.




정확한 수치를 얻기는 힘들지만 <뉴욕타임스>지는 최근 기사에서 약 5만 명의 미국인이 북클럽에 가입했다고 분석한다. 수백만 명의 회원을 둔 인기 사이트 굿리더스닷컴GoodReaders.com은 물론 틱톡TikTok, 넥스트도어Nextdoor, 크레이그리스트Craigslist까지 북클럽은 전혀 다른 성격의 온라인 사이트를 아우르는 ‘보편적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주제에 적합한 책을 선택해 읽고 모임에서 각자의 감상을 나누는 북클럽은 팬데믹 이후 사람들을 잇는 매개체로 자리 잡았다. 이는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대도시를 넘어 필자가 사는 미네소타주의 작은 마을도 예외는 아니다. 올봄 동네 주택가 몇 블록 반경 내 거주하는 이웃들 사이에 출범한 동네 북클럽이 그렇다. 그 중심에는 오랜 시간 지역사회 관계 관리자(regional manager of community relations)로 활동해온 산드라 맥거란Sandra McGurran이 있다. 자신의 집을 첫 모임 장소로 정해 첫 번째 북클럽을 개최한 이후 매달 셋째 수요일이면 어김없이 동네 북클럽이 열린다. 어린아이를 키우는 젊은 부부부터 자식이 출가한 중년 여성에 이르기까지 회원은 참으로 다양하다.



무한한 사랑’, ‘상처, 회복력, 치유에 관한 대화’, ‘배우고 싶은 것에 관한 책’ 등 모임에서는 여러 주제를 아우른다. 북클럽 회원들은 돌아가며 자신의 집에서 모임을 개최하는데 여기에는 반드시 단서가 붙는다. 주최자가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각자 와인과 음료, 간단한 스낵을 챙겨 가야 하는 것이다. 이웃의 뒤뜰과 테라스, 거실 한편에서 참석자들은 각자의 책을 소개하고 인상적인 대목이나 글귀를 공유한다. 각각의 책을 대변하는 키워드 3개를 꼽는 것은 필수다. 읽고 싶은 책을 서로 교환하고, 빌린 책을 반납하는 시간도 이어진다.










그림도 음식도 아닌 책을 중심으로 모이는 동네 북클럽은 이웃을 모임 그 이상의 자리로 이끈다. 오가며 마주치는 이웃의 반려견, 일상의 고단함을 녹여주는 와인과 디저트가 함께하는 공간에는 책을 매개로 한 각자의 삶에 관한 이야기가 녹아 있다. ‘배우고 싶은 것에 관한 책’으로 마이클 윌드겔의 [Wine People] [The Last Thing He Told Me], 원작  [The Blue Zones Secrets for Living Longer] 기반으로 한 넷플릭스의 장수 마을에 관한 다큐멘터리 시리즈 [Secrets of the Blue Zones] 소개가 이어졌다. 토론 과정에서 리뷰와 질문이 이어지는 가운데 누군가는 마음이 평온해지는 호흡법인 스퀘어 호흡법(square breathing)을 소개하고, 인도의 상처 치료제인 코코넛 오일을 제조하는 법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책이 없었다면 절대 하나로 뭉쳐질 수 없는 주민 10여 명이 책을 통해 서로의 고민과 생각을 나누는 북클럽은 마을의 필수 모임이다.



디지털 시대에도 여전히 고전적인 북클럽 모임이 성행하는 현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소셜 네트워크 레딧Reddit에는 수만 명의 ‘책벌레’가 북클럽에 모여 신간에 대해 토론하고, 엠마 왓슨과 리즈 위더스푼 같은 배우들, 소셜 미디어 인플루언서들은 자신의 계정에서 마치 패션이나 음식처럼 책을 소개한다. 틱톡 내에서 책을 거론하는 이른바 ‘북톡BookTok’ 관련 콘텐츠는 전년 대비 30.7% 증가했고, 인스타그램 내의 #bookstagram 해시태그9000만 개를 넘었다. MZ세대가 책을 소비하고 공유하는 하나의 방식으로 자리 잡았음을 알 수 있다. 북클럽즈 창립자 애나 포드Anna Ford는 말한다. “북클럽은 모두에게 다른 주제에 관해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우리 시대에 걸맞은 적당한 가벼움 속에서 독서 모임은 살아남았고, 이제는 젊은 세대가 원하는 방식으로 이웃과 친목하는 수단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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