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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라이프스타일, 프리미엄, 힙스터

즐거우면 비싸도 괜찮아

펀플레이션

Text | Young-eun Heo

작년 10월 <월스트리트저널>은 즐거운 경험을 위해서 아낌없이 돈을 쓰는 현재의 소비 트렌드를 ‘펀플레이션’이라는 용어로 소개했다. 실제로 전 세계적으로 여가 활동비가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보다 훨씬 증가한 여가 비용은 사람들의 지갑을 닫게 만드는 동시에 여가 생활의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즐거움을 위한 비용이 비싸졌다.” 지난해 10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여가 비용이 증가하는 현재의 사회현상을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그리고 이를 펀fun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펀플레이션funflation’이라는 용어로 명명했다. 자본주의사회에서 여가 활동에 돈이 드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이 비용이 증가했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월스트리트저널>은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인 2019년과 코로나19가 진행 중이던 2022, 코로나가 종식된 2023년의 여가 비용을 비교했다. 그 결과 콘서트, 스포츠 관람, 놀이공원, 여행, 외식 등 미국인이 즐기는 여가 활동의 모든 비용이 최소 6%, 최대 20% 이상 상승했다는 걸 발견했다. 심지어 2019년과 비교했을 때는 상승 폭이 더 컸다.




여가 활동의 주목적은 다채로운 경험을 통해 삶에 활력을 주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코로나19 이후 물가 상승을 감안해도 여가 비용의 상승은 생각지도 못한 수치를 기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조사에 따르면 여가 비용의 상승은 식료품 같은 생활필수품의 가격 상승보다 훨씬 높았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여가 활동에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표적 예가 콘서트다. 테일러 스위프트, 비욘세, 해리 스타일스, 에드 시런 등 세계적 인기를 얻고 있는 뮤지션의 공연 티켓 가격은 코로나19 전보다 10% 이상 상승했다. 그럼에도 이들 공연 모두 매진 사태를 기록했다. 세계 최대 공연 수익을 올린 테일러 스위프트의 콘서트 티켓 암표는 1,000달러가 넘게 거래될 정도다.








펀플레이션은 단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역시 동일한 현상을 겪고 있다. 펀플레이션에 관한 최근 국내 일간지 기사를 보면, 국내에서도 콘서트와 뮤지컬 비용이 상승했으며 많은 사람이 즐기는 스포츠와 영화 관람료가 올랐다고 한다. 특히 청소년이 즐기는 PC방과 노래방 이용료가 올라 전반적으로 여가 활동비가 상승했음을 알 수 있다. 펀플레이션 여파로 여가와 관련된 산업의 비용이 오르면서 이를 설명하는 신조어가 탄생하고 있다. 스트리밍 서비스와 인플레이션을 결합한 스트림플레이션streamflation’도 그중 하나다. 이 용어는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유튜브 같은 OTT 플랫폼과 스트리밍 서비스 비용이 상승한 현상을 의미한다.



현 상황을 분석한 여러 매체는 코로나19 기간에 억눌렸던 타인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즐거움을 나누고자 하는 마음이 폭발하면서 펀플레이션이 나타났다고 주장한다. 미국 경제 전문 방송 CNBC사람들은 팬데믹을 겪으면서 한 공간에 모여 단합하는 것에 대한 갈망을 느꼈으며, 경제력이 있는 사람들은 그 갈망을 해소하기 위해 높은 비용을 기꺼이 지출하고 있다라고 보도한다. 펀플레이션은 일종의 보복 심리 효과인 것이다.



펀플레이션을 자연스러운 결과로 볼 수도 있지만 이후의 변화는 단순히 수긍하고 넘어갈 문제가 아닌 듯하다. 경제적 스트레스를 경제적 자극으로 푸는 건 문제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펀플레이션을 소개하는 기사에서 일부 미국인이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의 60%가 앞으로 콘서트 같은 엔터테인먼트에 쓸 비용을 줄이겠다고 답했으며, 37%는 여가 비용의 상승을 감당할 수 없다고 답했다. 이와 달리 20%는 앞으로도 좋아하는 엔터테인먼트를 즐기기 위해서라면 비용 상승을 감당할 수 있다고 했다.








이 설문 조사 결과는 펀플레이션으로 인해 문화적 격차가 생기고, 사람들의 여가 활동이 달라질 수 있음을 내포한다. 점점 어려워지는 경제 사정으로 여가 활동에 많은 비용을 쓰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 사람들은 여가 활동의 횟수를 줄이거나 비용이 적게 드는 활동으로 대체할 수도 있다. 혹은 소소하게 썼던 비용을 모아 여행 같은 고비용의 여가 활동에 집중할 수도 있다. 이처럼 펀플레이션은 사람들의 여가 생활을 변화시킬 것이다. 한편 펀플레이션으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여가 비용을 낮추기보다 전반적인 물가 상승부터 잡고, 소외계층에 문화비를 지원하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여가 생활에 돈이 드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무엇보다 여가 활동의 주목적은 다채로운 경험을 통해 삶에 활력을 주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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