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아이를 돌보며 성장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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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아이를 돌보며 성장한다는 것

아기 돌봄 서비스 ‘베이비시팅’

크고 작은 행사가 이어지는 연말연시. 학교 자선 기금 모금 파티나 부부 동반 모임으로 분주한 시기지만, 미국에서 아이를 둔 부모의 일상은 여유롭다. 10대 베이비시터를 고용해 자녀를 맡기고 모임에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아이들이 12~13세가 되면 아르바이트로 베이비시팅 일을 시작하는데, 동네마다 책임감 강하고 성실한 이웃집 10대들의 리스트가 공유된다. 아이를 돌보는 일이란 부모뿐 아니라 모두에게 가능한 것임을 이야기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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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는 한 가정에 크나큰 축복입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 개인만이 아닌, 가족이 함께 성장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빌리브매거진은 매월 1회에 걸쳐 아이와 함께 창의적이고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가는 다양한 발자취를 찾아아이와 함께하는 삶의 더 나은 방향을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13세 여중생들이아이 돌봄 서비스를 운영하며 겪는 우정과 사춘기 성장통을 다룬 소설 <베이비시터스 클럽Baby-Sitters Club>. 1986년 앤 M. 마틴Ann M. Martin이 집필해 전 세계적으로 1 9000만 부 이상의 판매를 기록하며 미국 10, 특히 초·중학교 여학생들의 필독서가 되었다. 그리고 2020, 넷플릭스에서 드라마 시리즈로 방영 되는 등 지금까지 그 인기가 식을줄 모른다. 여기서 문득 의문이 든다. “10대들이 아이를 돌보며 돈을 버는 일이 합법적인가?” “미성년자에게 아이를 맡기는 것이 과연 안전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예스. 주마다 베이비시터의 최소 연령을 포함한 아동 노동법이 서로 다르지만, 연방 차원에서 미국 노동부는 13세 이하 아이들이 합법적으로 아이를 돌볼 수 있다고 명시한다. 그러니 그보다 연령이 높은 중·고등학생이 아이를 돌보는 것은 당연하다.


부모 대신 아이를 돌보는 일인 베이비시팅은 미국 문화권에서 10대들이 용돈을 벌며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아르바이트로 꼽힌다. 연구 기관인 퓨 리서치 센터Pew Research Center에 따르면 ‘10대의 약 60%가 베이비시팅을 경험했다고 하니 아이 돌봄 서비스는 청소년 시절 한번쯤 접해보는 일이라 하겠다. 학업과 이웃집 아이를 돌보는 일을 병행한다는 것이 우리 정서상 쉽게 이해되진 않지만, 미국의 10대에게 경제적 독립은 학업 그 이상의 가치다. 부모로부터 독립해 스스로의 힘으로 자립하기 위한 첫걸음이자, 동시에 자긍심과 자존감을 높이는 일이기 때문이다. 누군가 나를 믿고 아이를 맡긴다는 것은 책임감, 신뢰와도 직결된다. 주어진 시간 동안 가이드라인에 따라 아이를 보살피는 행위는 일종의 인생 수업과도 같다.






2020년 넷플릭스에서 방영한 베이비시터 클럽”. 1990 HBO에서 방영한 동명의 TV 시리즈 리부트편. / ©Netflix



미국 전역에서는 각 동네마다 의젓하고 책임감 강한이웃집 청소년연락처가 담긴 베이비시터 리스트를 공유한다. 아이를 집에 두고 외출할 일이 잦은 연말연시, 또는 여름방학이면아이 잘 본다는 믿음직한 10대를 찾기 위한 부모들의 문의로동네 단톡방이 분주하다. 2025 1집리크루터ZipRecruiter 기준 10대 베이비시터의 임금은 시간당 평균 15~22달러. 성인 베이비시터보다 30% 정도 저렴한 비용으로 아이를 맡길 수 있어 경제적 부담이 적은 것도 한 몫 한다.


한편에서는 미성년자가 미성년을 돌보는 일에 우려를 표하는 이들이 있다. 10대는 위급 상황에서 성인보다 판단 능력이 떨어진다거나, 10대들의 틱톡이나 유튜브 영상 시청에 자칫 어린아이들이 무분별하게 노출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우려를 불식시키고자 다양한 기관에서 10대의 아이 돌봄 서비스를 체계적으로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YMCA, 미국 적십자사에서는 11~14세를 대상으로 아이를 돌보는 일에 대한 기본 상식부터 심폐소생술 같은 응급처치술을 아우르는 세이프 시터 클래스Safe Sitter Classes’를 통해 10대의 아이 돌봄 서비스를 전문화한다. 소아과 의사가 개발한 이 청소년 개발 프로그램은 어린아이를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청소년이 알아야 할 모든 내용을 포함한다. 공립 중학교에서는 여름방학에 자체적으로 방과 후 베이비시팅 수업을 개설하기도 한다. 수업을 마치면 CPR 자격증 또는 베이비시팅 수료증을 수여하는데, 또래보다 좀 더 높은 고용 비용을 요구할 수 있는 기준이 된다.



“10대들은 아이에게 훌륭한 미술 선생님이자 온몸으로 놀아주는 체육 선생님, 원하는 대로 맘껏 보드게임을 함께 하는 게임 친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독립적인 아이들의 성장을 지지하는 단체 렛 그로Let Grow는 베이비시팅이 청소년의 정서에 미치는 영향을 다음과 같이 분석한다. “10대들은 활기차고 창의적이며 어린아이와 관계를 맺는 데 능숙합니다. 훌륭한 미술 선생님이자 온몸으로 놀아주는 체육 선생님, 원하는 대로 맘껏 보드게임을 함께 하는 게임 친구라고 할 수 있죠. 그리고 어린아이에게는 30대 부모 외에 10대와 교류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아울러 10대들에게 체크카드를 발급하는 US 뱅크 산하 그린라이트Greenlight의 블로그 기사는 이 분석을 뒷받침하는 논리를 펼친다. “미성년은 더 어린 미성년을 돌보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독립을 배우고, 부모들은 10대의 도움으로 육아의 고충을 덜어냅니다. 10대 시절 육아를 경험한 청소년은 성인이 되어 가정을 꾸리며 자연스레 10대 시절 베이비시팅 경험을 떠올리고요. 이는 조금 더 능숙하게 부모의 길로 들어서는 데 도움을 주게 됩니다.”


청소년 베이비시터는 미래를 위한 투자다. 이웃에 훌륭한 10대 베이비시터가 있다는 건 공동체에 큰 도움이 된다. 베이비시팅은 10대들이 책임감을 배우고 돈을 벌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문득 학교와 학원에 갇혀 공부에만 온 시간을 쏟고 있는 우리의 10대들이 떠오른다. 일찍이 경제적 자립을 지지하는 문화, 일상에서 자연스레 이웃의 아이와 어울리며 돌보는 삶에서 배우는 경험의 가치는 성적이나 돈, 그 이상의 것이 아닐까. 특정인에게 전가하지 않고 온 마을이 나누는 책임과 연대의 육아가 확장된다면 가족을 구성하는 일이 우리의 삶 속에서 조금은 덜 부담스러운 일일 수도 있겠다.



Text | Nari Park

Photos | Netflix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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