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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시대의 아이 교육에 대하여

문화 교육 기관 ‘쾨르쾨르’

인공지능이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만들고, 글을 쓰는 시대가 왔다. 이런 거대한 전환기에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얼마나 많이 아느냐보다, 그 지식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자기만의 언어로 표현하느냐가 더 중요해졌다. 이에 음악학자 클레르 위니키는 아이의 감각을 깨우고 스스로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여정을 돕는 예술 공간을 만들고, 더욱 인간다워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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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는 한 가정에 크나큰 축복입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 개인만이 아닌 가족이 함께 성장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빌리브매거진은 매월 1회에 걸쳐 아이와 함께 창의적이고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가는 다양한 발자취를 찾아아이와 함께하는 삶의 더 나은 방향을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기계가 정보를 분석하고 논리를 처리하는 시대, 인간은 그 너머를 상상해야 한다. 해석하고, 조합하고, 질문하고, 때로는 엉뚱하게 비틀어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래서 5차 산업혁명 시대의 교육은 단순한 기능 습득을 넘어 예술적 감각과 표현력, 공감과 협업 능력을 기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아이들은 놀이와 예술, 대화 속에서 몸으로 세계를 익히며 감각을 확장하고, 그렇게 스스로 질문하며 성장해야 한다.


파리 9구의 조용한 주택가 사이에 자리한 작은 공간, 쾨르쾨르Chœur Cœur. 겉으로는 음악과 예술 수업을 하는 학교, 어린이 서점이 함께 있는 복합 문화 공간처럼 보이지만 문을 열고 들어서면 그 이상의 공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어로마음의 합창단으로 해석되는 이곳은 음악과 신체 표현, 아동문학을 통해 감성과 창의성, 공감 능력을 키우는 학교다. 이곳은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음악학자이며, 저널리스트이자 아동문학 작가인 클레르 위니키Claire Wyniecki의 결핍과 의문에서 시작되었다.


클레르 위니키는 오랜 시간 음악원에서 엘리트 교육을 받았지만, 그 안에서 예술이 자신의 언어가 되는 경험을 하지 못했다. “저는 전형적인 음악원 출신이에요. 학교에서 스트레스를 다루는 법도 배웠고, 문화적 교양도 쌓았어요. 하지만너만의 목소리를 들어봐라고 말해준 사람은 없었어요. 저를 자유롭게 움직이게 해준 교육도 없었고요. 앞으로는 예술가가 되려는 아이뿐 아니라 모든 아이가 스스로 생각하고 말하고 움직이도록 이끄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지식과 정보를 찾고 기억하는 일은 인공지능이 더 잘해요.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그 지식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나만의 생각으로 풀어낼 수 있는 힘이죠. 더욱 인간적인 사람이 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해요.”










왜 예술을 통해 표현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예술은 아이들에게 자기 자신을 발견하고 표현하는 가장 자연스러운 도구이기 때문이죠. 흔히 예술은 특별한 재능이 있어야만 할 수 있는 영역이라 생각하지만,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노래하고 움직이고 상상해요. 예술은 정답이 없기 때문에 아이들이 틀릴까봐 걱정하지 않고, 자기 식으로 표현할 수 있는 좋은 언어가 되고, 아이의 감정·기분·생각을 자연스럽게 밖으로 끄집어낼 수 있게 해줘요. 지금처럼 많은 어른들이 대중 앞에서 말하는 걸 어려워하는 시대에, 어릴 때부터 자신의 감각과 감정을 스스로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감각과 감정을 스스로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은 실제 수업에서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표현이란 결국나를 이해하고, 타인에게 내 말을 전하는 일’, 즉 소통이 우선이죠. 수업에서는 구조적인 훈련과 자유로운 표현, 이 두 가지를 병행해요. 우선 아이들이 자신을 표현할 수 있도록 기본기를 다져요. 조용히 집중하는 태도, 바른 자세, 무대 위에서의 몸가짐, 또렷한 발음 같은 거죠. 모두 소통을 위한 준비예요. 몸을 억지로 고정시키는 게 아니라, 마음을 열고 타인을 받아들일 수 있는 태도를 만드는 거죠. 다음엔 표현의 문을 엽니다. 어휘를 넓히고, 즉흥적으로 움직이거나 소리를 내보는 시간도 꼭 마련해요. 해방감을 갖는 데 그치지 않고,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연습이 되죠. 합창이든 춤이든 함께 움직이는 순간이 오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느껴요. ‘나는 나지만, 동시에 우리가 될 수 있구나.’ 이 감각은 어릴 때 반드시 경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0세용 프로그램도 운영한다고 들었어요.

모든 아이는 저마다 예술적인 감각을 갖고 있어요. 그걸 조금이라도 일찍 스스로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했죠. 뮤지컬, 힙합, 음악 기반 스토리텔링, 요가, 연극, 댄스 같은 프로그램을 누구나 출생 직후부터 접할 수 있게 했어요. 0세부터 10세까지 아이들이 몸을 움직이고, 소리를 따라 하며, 이야기를 품고 자라나는 작은 실험실인 셈이죠.


아이마다 기질이 참 다르잖아요. 수업에서 그런 차이를 반영하나요?

아이의 기질에 맞춰 조율해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워낙 어리다 보니 어떤 틀에 맞추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거든요. 오히려 성격과 특성보다 어디에서, 어느 순간 편안함을 느끼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출발해요. 안정감을 주는 쪽으로 이끌 때도 있고, 괜찮아 보이면 살짝 도전해보게도 해요. 저는 아이가 말을 잘하거나 눈에 띄게 표현하는 걸 원하는 게 아니에요. 중요한 건 자기만의 방식으로 수업을 즐기고, 그 안에서 마음에 남는 감각 하나라도 얻어 가는 거예요.


수업을 하다 보면 처음엔 말이 없던 아이가 서서히 변해가는 모습도 볼 수 있겠네요.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을까요?

그럼요. 1년 정도 지켜보면 아이들이 얼마나 달라지는지 보여요. 조용하고 내성적인 아이도 어느 순간 자기만의 방식으로 변화를 만들어내요. 예술을 가르치는 사람은 아이에게 가족도 담임선생님도 아닌, 열려 있으면서도 권위를 가진 어른으로 남게 되죠. 저도 어릴 때 그런 경험이 있어요. 연세 많은 바이올린 선생님이 계셨는데, 항상 비단 드레스를 입고 새 장식 모자를 쓰고 다니셨어요. “항상 좋은 모습을 하고 있어야 해요라고 하신 말씀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해요. 그건 무대 의상에 대한 말이 아니라, 인사하는 태도나 웃는 방식, 말투처럼자신을 어떻게 드러낼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저에게는 그 말이 오래 남았고, 지금의 저를 만든 중요한 요소 중 하나예요.














쾨르쾨르 프로그램은 장르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음악, 뮤지컬, 힙합, 신체극, 연극, 요가 등 아이들이 몸과 목소리로 세계를 느끼는 모든 방식은 곧 예술이 된다. 침묵하는 법, 집중하는 태도, 바른 자세, 무대 위에서의 태도, 말할 때 또렷하게 발음하는 법 등 기본기를 다진 다음 표현의 문을 연다. 단순히 해방감을 주는 게 아니라,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시간이다. 이는 자신의 목소리를 찾고 타인을 받아들이는 소통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길로 이끈다.


이 철학은 공간의 구조와 색에도 스며든다. 건축가 헬렌 라콩브Hélène Lacombe와 함께 디자인한 공간은 교실과 서점의 경계를 허물고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시선을 이끈다. 빨간 유리 천창, 파란 타일, 공중에 떠 있는 선반은 감각을 깨우는 요소다. 방음과 단열, 친환경 자재까지 더해 공간 자체가 교육의 일부가 된다. 한쪽 벽면에는 다양한 어린이책이 줄지어 있다. 동료 모르간 르 마르샹Morgane Le Marchand과 함께 고른 책들은 유머와 상상력으로 가득하다. 개성 있는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는 청소년 소설, 감각적인 그림책, 레트로풍 만화책까지. 아이들은 책장을 넘기며 다양한 감정과 세계를 만난다. 공간 곳곳에는 브랜드 프루 프루 모자 , 피셔프라이스 빈티지 장난감 등이 놀잇감처럼 놓여 있다. 교실 밖에서도 감각과 놀이가 이어지기를 바라는 철학이 반영된 구성이다. 이곳의 목적은 아이들을잘하게만드는 데 있지 않다. 스스로잘할 수 있다고 믿게 만드는 데 있다. “자신의 감각을 믿어도 괜찮다고, 아이들에게 그렇게 말해주고 싶어요. 저는 그게 예술 교육의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그녀의 말처럼, 이 조용한 공간은 아이 한 명 한 명에게 너의 소리를 들어보라고 속삭인다.


다양한 예술가들이 함께 수업을 진행하는데, 각기 다른 스타일 속에서 일관성은 어떻게 유지하나요?

수업마다 일정한 틀이 있어요. 전통적인 기준과 이론, 즉 정확한 자세나 기본기를 바탕으로 즉흥성과 탐색, 이야기 요소를 더해요. 이야기는 동화일 수도 있고 다큐멘터리나 구술 형식일 수도 있죠. 또 말투도 중요해요. 단호하지만 따뜻한 태도, 이것이 쾨르쾨르의 교육 언어예요. 공간의 미학적 일관성도 아이들에게 안정감을 주고요. 가끔은 한 선생님이 다른 수업에 깜짝 등장하기도 해요. 아이들이 익숙한 틀에서 잠시 벗어나도록 작은 자극을 주는 거예요. 무엇보다 모든 수업이 결국 하나로 모여 공연이라는 형태로 연결돼요. 다양한 예술 언어가 만나고, 서로 다른 감각들이 하나의 흐름 안에서 어우러지는 시간이죠.


요즘 교육 분야에서 자주 입에 오르는 주제가자유와 규율의 균형입니다. 이 두 요소를 어떻게 조화롭게 풀어가나요?

제 생각은 분명해요. 자유가 곧 방임은 아니고, 엄격이 억압일 필요도 없다는 것이죠. 둘이 공존할 때 교육은 비로소 힘을 발휘한다고 믿어요. 이건 학교뿐 아니라 가정교육 전반에 적용되는 원칙이에요. 이곳에서 이루어지는 수업은 자유와 엄격의 균형을 위해 아주 정밀하게 준비해요. 아이들은 어릴수록 집중력이 쉽게 흐트러지기 때문에 수업의 리듬을 세심하게 조율하죠. 악보를 읽거나 노래를 부르는 전통적인 학습 시간 사이에, 즉흥적인 표현이나 말로 주고받는 상호작용을 끼워 넣어요. 이렇게 하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표현하면서도, 동시에 무언가를 배우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요. 이렇게 자유로움을 느끼면 규칙을 이야기해요. 단순히 주입시키지 않고, 왜 이 규칙을 지켜야 하는지 설명해줘요. 예술은 하고 싶은 대로만 하는 게 아닙니다. 집중과 침묵, 존중 같은 태도에서 더 깊은 표현이 나와요. 유아 음악 수업에서는 다양한 악기 중 하나를 고르게 하지 않아요. 요즘은 자율성을 존중한다며 그렇게 하는 경우도 많지만, 저는 조금 다르게 생각해요. 오히려 아이들에게 약간의 제약을 주고, 같은 악기 하나로만 수업을 진행해요. 그 안에서 더 깊이 몰입하고 감각이 열리는 걸 볼 수 있거든요. 선택의 자유보다는 하나에 집중하는 경험이 훨씬 풍부한 감정을 만들어냅니다.



디지털 기기보다 사람을 먼저 느끼는 힘, 그건 어릴 때부터 몸으로 익혀야 해요.”



아이들이 특히 좋아하는 책이나 활동이 있나요?

재미있는 책은 언제나 수업의 중심이에요. 단순한 웃음보다는 세련되고 여운 있는 유머가 담긴 책을 많이 골라요. 유머 감각은 어릴 때부터 길러야 할 소중한 능력이라고 생각해요. 잘 만든 웃긴 이야기는 깊은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경우도 많고요. 부모와 아이가 함께 웃는 순간은 서로를 더 잘 이해하게 되는 시간이기도 해요. 그래서 저희는 수업에서 웃는 시간을 아주 소중하게 생각해요.


집에서도 가볍게 시작할 수 있는 표현 교육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요즘은 부모가 아이에게 직접 노래를 불러주는 경우가 드물죠. 짧은 동요나 손동작 놀이를 몇 가지 익혀서 하루에 한두 번 아이와 함께 불러보세요. 그 노래를 장난처럼 바꿔보는 것도 좋아요. 박자를 바꾸거나 목소리를 다르게 내보기도 하고요. 중요한 건이상해 보일까하는 생각을 잠시 내려놓는 거예요. 부모가 먼저 자유로워지는 게 훨씬 중요하거든요. 춤도 마찬가지예요. 무대에서 멋지게 출 필요 없어요. 그냥 아이를 안고 빙글빙글 돌고, 함께 웃는 그 순간이 바로 시작이에요.


아이의 예술적 감수성을 일상에서 관찰하고 이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이를 편안하게 만드는 게 무엇인지부터 살펴보세요. 시간이 흐르는 줄 모르고 몰입하는 순간, 그게 바로 힌트예요. 어떤 아이는 무대에서 놀라운 에너지를 발산하고, 어떤 아이는 그림을 그리거나 요리, 찰흙 놀이 같은 활동에 몰입해요. 부모가 해야 하는 건 그 흐름을 잘 알아차리고, 그 감각이 더 확장될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연결해주는 거예요.


아이의 창의력을 키우기 위해 부모가 꼭 가져야 할 태도는 무엇일까요?

부모가 자신의 말과 태도에 확신을 갖는 게 중요해요.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가 아이의 흐름이나 자존감을 무너뜨릴 수 있거든요. 예를 들어얘는 좀 수줍어요라든가, “우리 집은 음악과는 거리가 멀어요같은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 말은 아이에게넌 그런 사람이야라는 낙인이 될 수 있어요. 반대로 무조건 칭찬만 해도 좋지 않아요. “넌 최고야!” 같은 말이 반복되면 오히려 불안해지는 아이도 있어요. 아이가 한 경험 그 자체에 집중했으면 좋겠어요. “그때 어땠어?”, “이런 기분이 들었겠구나하고 아이가 느낀 순간을 함께하는 태도가 가장 큰 힘이 된다고 믿어요.










최근 아이들과 함께 읽고 인상 깊었던 작가나 책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최근 인상 깊었던 작가는 어린이 잡지 ‘Histoires pour les Petits’의 그래픽 편집장이자 다수의 책을 집필한 트리스탕 모리Tristan Mory예요. 대표작 ‘Crack Crack! Who Is That?’은 당기는 손잡이가 달린 인터랙티브 보드북으로 아이들이 정말 좋아하죠.


프랑스의 예술 교육도 변화하고 있나요? 최근 주목하는 흐름이 있다면요?

제가 어릴 땐 아이의 신체적, 정서적 안전은 뒷전인 교육이 많았어요. 저 역시 바이올린 연습을 너무 오래 하다 피로 골절을 겪은 적이 있었고요. 이제 그런 방식은 더 이상 받아들여지지 않아요. 아이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는 예술 교육은 설 자리가 없어요. 그리고 예술 교육이 더 이상 비주류가 아니라는 점도 반가워요. 훌륭한 예술가들이 어린이들과 함께 작업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거든요. 저는 이런 변화가 정말 멋지다고 생각해요. 예술이 점점 삶 속으로 스며들고 있으니까요.


디지털이 일상화된 시대에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자질은 무엇일까요?

두 가지가 있어요. 하나는 타인에 대한 배려, 또 하나는지금 여기 존재하는 힘이에요. 말로는 쉬워 보여도, 사실 요즘 점점 사라지고 있는 감각이에요. 그래서 저는 이 부분이 꽤 두렵기도 해요. 디지털 기기보다 사람을 먼저 느끼는 힘, 그건 어릴 때부터 몸으로 익혀야 해요. 디지털 시대가 될수록 더욱 인간다워지는 길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Text | Anna Gye

Photos | Chœur Cœ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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