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벽과 문의 경계를 걷어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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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라이프스타일, 노마드, 친환경

집, 벽과 문의 경계를 걷어내어

까사 오할라

Text | Angelina Gieun Lee
Photography | IB Studio




많은 이들은 집에 대한 고정 관념을 갖고 있다. 적절한 곳에 정착해 외부 환경과 침입으로부터 보호돼야 한다는 기본 기능에 충실하고자 하기 때문. 그러나 그 기능과 목적에 함몰된 나머지 우리 스스로 집을 고르는 기준에 걸림돌을 만들고 있지 않을까. 안전하고 편안하게 지내기 위해 벽, 지붕, 문과 창문 등으로 집과 외부 환경 사이에 경계선을 그어둘 필요는 분명 있다. 하지만 그 경계선이 너무 경직되어 때로는 우리와 주변 환경 사이를 오히려 가로막을 수 있다. 우리도 본래 자연의 일부였을 텐데 말이다.





자연 속에 놓인 까사 오할라의 그래픽 이미지



자연 속에 놓인 까사 오할라의 그래픽 이미지




본래 럭셔리 호텔 투숙객에게 자연에 둘러싸인 색다른 여행 경험을 선사하고자 기획한 아이디어이다. 까사 오할라는 침실 2, 욕실, 간이 주방, 거실 및 테라스로 구성되어 있고, 때에 따라 내벽과 외벽을 자유롭게 여닫을 수 있다. 이동 역시 쉽다. 주변 여건과 현실에 타협하기보다, 내가 원하는 데로 내부는 물론 외부 환경도 내 집의 일부로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집도 일종의 생명체처럼 다양한 환경에서 다채로운 방식으로 적응하고 진화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까사 오할라를 통해 어떤 집을 보여주고 싶었나요?

(베아트리체 본자니고, IB 스튜디오 대표) 집도 일종의 생명체처럼 다양한 환경에서 다채로운 방식으로 적응하고 진화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가능성을 까사 오할라를 통해 제시하고자 했고요. 까사 오할라는 유연성 있는 집입니다. 원하면 언제든 내부와 외부의 경계를 과감하게 걷어낼 수 있어요. 외부 환경도 집의 일부로 끌어들여 원하는 장소에서 조금 더 능동적으로 내 집을 만들어 생활해볼 수 있죠.

숙박 및 주거 공유 플랫폼 등이 활성화되어 집 혹은 집처럼 지낼 수 있는 장소를 둘러싼 선택지가 이전보다 더 다양하다. 그럼에도 때와 장소에 맞춰 다양하게 변주할 수 있는 대안이 앞으로 더 많이 필요하다고 베아트리체 본자니고는 생각한다.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둘러싼 대안도 제시한다.



지속가능성에도 주목을 많이 한 것 같네요.

지속가능성은 시대가 요구하는 부분입니다. 개인적으로도 대안을 제시할 수 있기를 항상 꿈꿔왔고요. 내가 원하는 곳에서 주변 환경과 온전히 어우러져 지내려면 자연환경에 해를 끼치는 일은 최소화해야 한다고 봅니다. 인공 에너지에 의존하면 아무래도 내가 원하는 곳에 집을 짓는데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죠. 그렇기에 빗물 채집 시스템, 태양광 패널, 정화조 등을 가동하며 외부 인력이나 기술에 대한 의존도를 최소화하고자 했습니다.




까사 오할라의 사용법을 카툰 형식으로 표현한 이미지




“외부와 지나치게 연결된 나머지 정작 내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내가 원하는 것을 헤아릴 틈이 없는 것 같습니다.”




요즘 같은 초연결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의견도 있는데요.

초연결성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 잡았어요. 하지만 외부와 지나치게 연결된 나머지 정작 내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내가 원하는 것을 헤아릴 틈이 없는 것 같습니다. 내가 원할 때와 장소를 골라 마음껏 주변 자연환경과 어우러져 지낼 필요가 있는 것이죠. 까사 오할라에서 지내며 모바일 기기와 네트워크로부터 잠시 떨어져 지내다 발견한 멋진 풍경을 소셜 미디어에서 자랑하면 오히려 더 주목받지 않을까요. (웃음)

‘오할라 Ojalá’는 스페인어로 ‘현실에서 이루어지지 않은 바람’을 담은 감탄사이다. 여러 상황에서 다양하게 쓰일 수 있고, 다른 언어로는 대치할 표현을 찾기 쉽지 않아 해석의 여지도 많이 열어둔 표현이다. 집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다양한 가능성과 선택지를 향해 미처 열어보지 않은 문이 많이 있다. 지금까지 당연하게 받아들여 온 모든 것에 한 번쯤 다른 시선으로 바라봄이 어떨까. 내가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탓에 생각이 미치지 않았던 새로운 시도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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