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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라이프스타일, 홈데코, 로컬

집을 닮은 아트 갤러리

'시리얼' 매거진의 프랜시스 갤러리

Text | Nari Park
Photography | FRANCIS GALLERY

2010년대는 그야말로 삶을 느리게 영위하는 ‘슬로 라이프’ 콘텐츠 전성시대다. 2011년 '킨포크'의 등장과 함께 조명된 ‘느리게 살기’ 열풍은 전원의 삶을 통해 일상의 소박한 즐거움을 찾는 도시인들의 열망과 일치했다.







“많은 이들이 몰입형 예술 경험을 원한다. 집이라는 공간은 양질의 휴식을 위해 ‘아트’를 필요로 하고, 갤러리는 그런 간접 체험이 가능하도록 다각도로 변화하고 있다.”



손수 건강한 한 끼를 요리하고, 지인을 집으로 초대해 인테리어로 대변되는 ‘나의 취향’을 공유하는 삶. 새로울 것 없지만, 명확한 일상의 기호와 여유가 부족한 이들에게는 그 또한 동경이 되었다. 아울러 <킨포크 Kinfolk>, <시리얼 Cereal>, <아파르타멘토 Apartamento> 등 여행과 라이프스타일, 공간과 생활 전반을 소개하는 매거진 역시 ‘삶은 그렇게 애쓰며 살지 않아도 된다’고 덤덤히 조언해왔다.


몇 년 전, 영국의 지방 도시 배스에 자리한 편집부 사무실에서 만난 <시리얼> 편집장 로사 박 Rosa Park은 매체의 정체성에 대해 위와 같이 설명했다. <시리얼>은 우리가 생각하는 ‘잡지’의 모든 의례적인 행보를 비켜 간다. 영국 태생의 잡지이니 근거지를 런던으로 짐작하는 이들에게, 그들은 기차로 2시간 남짓 떨어진 지방 도시 배스 Bath는 어떠하냐고 묻는다.


잡지는 매달 발행해야 한다는 통념에서 벗어나 연간 딱 두 권(3월, 9월)만 선보이고, 솔방울이나 야자나무의 단면 같은 자연의 사물이 커버 이미지로 등장한다. 오래된 빅토리아 시대의 건물을 근대 유산처럼 사용하는 편집부 사무실은 누군가의 아늑한 응접실과 닮았다. 가정집 거실에 놓일 만한 라운지 소파와 삐걱대는 나무 바닥의 소음은 그들의 정제되고 고요한 콘텐츠와 닮았다. 마치 집처럼 아늑한 공간에서 창의적인 사고가 발현될 수 있다고 말하는 듯하다.




<시리얼> 공동 발행인 겸 편집장 로사 박






2012년에 창간했으니 만 7세가 되어가는 <시리얼>이 최근 그들이 사랑하는 도시 배스에 재미난 공간을 선보였다. ‘아트와 책, 여행을 통해 삶의 균형과 콘텐츠의 정체성을 찾아간다’는 편집장의 취향을 고스란히 반영한 ‘프랜시스 갤러리 Francis Gallery’. 두 개의 거리가 맞닿은 지점에 꼭짓점처럼 위치한 독특한 파사드 건물은 화이트 큐브 형태의 정형화된 갤러리 공간에서 탈피했다. 가정집처럼 생긴 건물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펼쳐지는 응접실에는 벽난로와 소파, 아직 책상의 온기가 남아 있을 것만 같은 서재가 펼쳐진다. 매거진 콘텐츠에 숨을 불어넣는 공감각적 산물이랄까. 아트와 공예, 예술이란 일상 깊숙이 들어와 공간의 주인과 온전히 교감할 때에만 빛을 발한다는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한다.


지난 7월 프랜시스 갤러리는 오프닝전 <모던 아카이브 Modern Archive>를 통해 라이프스타일 공간에 예술 작품을 하나의 반려인처럼 들이는 최근의 트렌드를 담백하게 선보였다. 회화 작가 매슈 존슨 Matthew Johnson, 도예가 로미 노스오버 Romy Northover, 서울과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한국 도예가 허윤영의 작품은 실재하는 라이프스타일 공간에 놓이며 온기를 입었다. “많은 이들이 몰입형 예술 경험을 원한다. 집이라는 공간은 양질의 휴식을 위해 ‘아트’를 필요로 하고, 갤러리는 그런 간접 체험이 가능하도록 다각도로 변화하고 있다.” 시카고 에어비앤비 아트 갤러리(Open House Contemporary) 대표 매슈 켈렌 Mattew Kellen의 설명은 ‘집 같은 갤러리’, ‘갤러리 같은 집’의 최근 경향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프랑스 파리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일러스트레이터 로즈마리 오베르송 Rosemarie Auberson의 전시까지 두 번의 전시를 마친 프랜시스 갤러리는 자기 색이 분명한 콘텐츠야말로 공간과 그 사용자의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완성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정사각형 프레임 안에는 어디선가 많이 본, 누구나 사용하는 유명 식기와 커틀러리, 엇비슷한 라탄 체어, 테라코타 화분과 창틀의 흰 커튼까지 마치 규정에 맞춰 착장한 교복처럼 공간을 채운다. 갤러리처럼 근사한 공간을 꾸미고 싶어 했으나 집주인의 취향과 명확한 라이프스타일이 담기지 않은 공간을 무엇이라 말할 수 있을까. ‘슬로 라이프’라는 확실한 삶의 방향성을 이야기해온 <시리얼>은 이제 삶의 공간을 채우는 방식을 예술로부터 제안한다.



“행복이란 평온함을 느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삶의 불필요하고 부정적인 면을 모두 없애고 늘 조용한 순간에 도달하려 노력하죠.”

- <시리얼> 편집장 로사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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