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인테리어 미디어와 쇼핑몰이 ‘집’을 주제로 집의 가치와 투자를 따지는 반면, 프랑스 브랜드 더 소셜라이트 패밀리가 운영하는 미디어와 쇼핑몰은 요즘 시대의 젊은 가족을 핵심으로 한다.
“우리는 밀레니얼 세대의 젊고 트렌디한 가족을 이야기하는 브랜드이자 미디어다. 시대 변화에 따라 가족의 형태, 의미, 존재 이유가 달라졌다. 1인 가구부터 혈연 관계를 맺지 않고 함께 사는 가족까지 종류도 다양해졌다. 가족의 울타리였던 집은 가족 구성원의 취향이 응축된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과연 요즘 시대의 가족에게 어울리는 집은 어떤 풍경일까? 어울리는 인테리어 물건은 어떤 것일까? 가족과 집에 대한 전형적인 상식과 공식에서 벗어나야 할 때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대한민국에서 발생한 혼인 건수는 25만 7600건으로 2012년 이후 7년 연속 감소 추세라고 한다.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율 또한 매년 감소하고 있는데 2018년에는 48.1%로 절반 이하의 응답을 기록했다. 이렇게 결혼에 대한 생각의 변화는 가족이란 울타리의 변화로 연결된다. 주변만 잠깐 돌아봐도 가족이란 단위가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몇 년 사이 1인 가구, 비혼 부부, 반려동물 가족, 입양 가족, 다문화 가족 등 새로운 가족 형태가 등장했고, 핵가족의 전형으로 생각하던 부모와 자녀로 구성된 3~4인 가족을 표본이라 할 수 없게 되었다.
프랑스 파리에서 아동 패션 기자, 광고 에이전시 디렉터, 미술품 바이어 등을 경험한 콩스탕스 제나리 Constance Gennari 또한 두 아이를 키우는 젊은 엄마로, 세대에 따라 달라진 가족 관계에 주목했다.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 사이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의 부모들은 맞벌이 비율이 높고 활발한 경제활동을 하며 왕성한 소비생활을 영위한다. 이들은 가족 중심으로 모이고 가족을 위해 희생하기보다 개인의 삶을 중요시한다. 가사 분담은 자연스러운 일. 그리고부모는 자녀의 베스트 프렌드가 되길 원한다. 2013년 그녀는 이런 새로운 가족 유형에 따른 가족 이야기와 집 인테리어를 연결 짓는 웹사이트 더 소셜라이트 패밀리를 론칭했다.
웹사이트에 접속하면 2개의 선택지와 마주하게 된다. 글과 사진을 통해 가족 이야기를 들어보는 ‘미디어’ 코너와 가족이 함께하는 집에 어울리는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E-숍’ 코너다. 두 섹션은 서로의 콘텐츠를 공유하며 상업과 비상업 영역을 세련되게 오간다. E-숍 코너 또한 기존 쇼핑 사이트의 마케팅 방식에서 벗어나 미디어 코너에서 보았던 사진 속 물건을 제안한다. 또 미디어 코너의 기사를 읽다가 마음에 드는 물건의 사진이 있다면 바로 클릭해서 E-숍 코너로 이동할 수 있다.
홍보와 광고의 경계를 클릭 하나로 미묘하게 넘나들지만 쉽게 사이트를 빠져나오기 어려운 것은 이야기의 힘이 크다. 친근한 말투, 흥미로운 질문과 답, 감각적인 사진. 특히 가족사진이 인상적인데, 집 안에서 일어날 수 있는 자연스러운 행동과 표정을 잘 포착했다. 어떤 가족은 침대 위에 누워 있고, 어떤 가족은 발코니에서 아이들과 뛰어놀고, 또 어떤 가족은 저녁 식사를 준비하다가 사진가와 마주하기도 한다. 사진만 봐도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공간 사진 또한 인테리어의 전형적인 앵글에서 벗어나 개인 취향과 스타일에 초점을 두고 찍은 사진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미디어 웹사이트의 부제목은 ‘스마트하고 쿨한 가족들’이다. ‘패밀리’ 코너는 가족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고, ‘미트 Meet’ 코너에서는 다양한 사회적 관계를 즐기는 사람이 주인공이다. ‘데코 Décor’ 코너에서는 구체적인 인테리어 방법론을 이야기하며, 매주 새로운 기사가 업로드된다. 패밀리 코너는 유명한 인테리어 디자이너 가족을 소개하거나 한 번쯤 살고 싶은 럭셔리한 집을 보여주는 낚시성 기사는 없다.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가족이 살고 있는 특색 있는 집을 글과 사진으로 담담하게 풀어낸다. 글은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집의 가치나 구조에 대한 것보다 가족 이야기로 시작해 자연스럽게 집 안 인테리어로 이어진다.
프랑스판 잡지 <마리끌레르>는 “낯선 이웃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찾게 되는 블로그”라고 평하며 잘 꾸민 집보다 다양한 가족의 이야기가 머무는 집이 얼마나 멋지고 가치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호평했다.
몇 년 사이 더 소셜라이트 패밀리의 행보는 더욱 확장되었다. 지난 5월 파리 마레 지구에 팝업 스토어를 낸 것. 직접 디자인한 물건으로 꾸민 매장은 어느 집 거실에 들어온 듯한 분위기다. 설립자 콩스탕스 제나리는 인테리어 물건이 아닌 집에 대한 영감을 구입할 수 있는 장소라 소개했다. 올해 밀라노 디자인 페어(Salone del Mobile)에 참여한 행보 또한 독특했다. 단독 부스를 설치해 요즘 시대의 가족을 위한 공간을 만들었다.
또 프랑스와 이탈리아 브랜드와 협력한 디자인 제품을 소개하는 등 지속적인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브랜드를 알리고 있다. 팔로워 19만 4000명을 보유한 인스타그램(www.instagram.com/thesocialitefamily)도 활발하게 운영하는데 #SocialiteAdresse, #SocialiteChristmas 등의 해시태그로 밀레니얼 세대에게 브랜드의 가치를 빠른 속도로 알리는 중이다. 이들의 비즈니스 전략과 다양한 마케팅 방식은 요즘의 젊고 트렌디한 디자인 또는 패션 브랜드를 연상시킨다.
밀레니얼 세대의 가장 큰 특징인 나를 최우선 가치로 여기는 태도가 반영되어 공동체만큼이나 개인의 행복을 중시한다. 밀레니얼 세대는 어릴 때부터 온라인에 익숙하고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관계 맺기를 해온 이들이다. 가족이라는 틀 속에서도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고, 자신만의 시간을 충분히 컨트롤할 수 있다. 더 소셜라이트 패밀리가 말하는 것 또한 늘 함께하는 가족보다 ‘함께 또는 따로’ 살아가는 느슨하고 유연한 가족이다. 이들은 집 안에 나만의 공간을 만들고 싶어 하고, 그래서 홈 인테리어에 꾸준히 관심을 가진다. 단순히 잠자는 공간이 아니라 나의 삶을 정비할 수 있는 가치 있고 생산적인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 의자 하나도 섬세하게 따져 고르는 사람들. 더 소셜라이트 패밀리의 행보는 곧 밀레니얼 가족의 표본이자 바람인 것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끊임없이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간다. 관계 맺기의 첫 시작은 가족이다.
우리는 부모로부터 타인과 관계 맺는 법을 배우고 집이라는 울타리 속에서 사회 경험을 시작한다.
그런데 주변을 보라. 가족의 형태, 의미, 역할이 달라졌고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집의 형태, 구조, 인테리어 물건 등이 달라지고 있다.
개개인의 취향이 중요해지면서 인테리어 스타일도 다양해지고 사람들은 더욱 안락한 집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
– 더 소셜라이트 패밀리 설립자 콩스탕스 제나리 인터뷰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