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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라이프스타일, 다양성

244년 미국인의 집 역사에 관한 기록

Text | Nari Park
Photos | THE NATIONAL BUILDING MUSEUM

넓은 대지와 가족 중심의 실용주의를 강조해온 자본주의의 나라 미국은 건국 이래 약 250년간 다양한 주거 문화를 양산해왔다. 미국 워싱턴DC에 자리한 국립건축박물관(The National Building Museum)은 자국의 시대별 집 양식을 통해 미국인의 경제, 역사, 생활 전반을 아우르는 전시 을 기획했다.








해가 떠오른다. 우직한 형태로 늘어선 건축물에 아침의 태양이 붉게 물들면 도심은 깊은 잠에서 깨어난다. 수많은 이들이 공존하는 빌딩들 안에는 등교 준비로 바쁜 학생과 빨래하는 주부, 랩톱을 펼치고 근무를 시작하는 직장인들의 바쁜 일상이 비친다. 현대인들의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이 펼쳐지는 건물 바깥으로 다시 붉은 노을이 드리우면 도시는 이내 어둠에 잠기고 고요해진다. 마치 한 편의 다큐멘터리 같은 이 영상은 미국 워싱턴DC의 국립건축박물관(The National Building Museum)에서 3월 13일부터 열리는 <하우스 & 홈House & Home> 전시의 상영 영상이다. 시대마다 변화를 겪은 주거 문화를 다각도로 들여다보는 본전시는 유기적 관계를 맺으며 다양한 형태로 공존해온 집과 인간의 삶 자체에 집중한다.

우리나라 주택 가운데 75%가 아파트·연립·다세대주택과 같이 여러 사람이 모여 사는 공동주택 형태이다. 2020년 현재 전국적으로 1000만 가구 이상이 거주하는 공동주택은 오늘날 땅이 좁고 인구 밀도가 높은 서울 및 지방 도시의 보편적 주거 형태로 자리 잡았다. 일찍이 집을 소유해 별장으로 사용하는 콘도 문화와 여러 세대가 커뮤니티를 형성하며 수십, 수백 개의 ‘유닛unit’을 형성하는 아파트 문화는 오늘날 미국에서도 대표적인 주거 형태로 꼽히며 한국의 근현대사에서 롤모델이 되었다.




“건축가와 시대의 문화가 만들어낸 집은 우리가 누구이며, 어떻게 사는지, 무엇을 바라고 열망하는지에 관한 복잡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전시 <하우스 & 홈>에서는 건축을 통해 미국 가정의 다양한 역사를 탐구함으로써 인간에 대한 이해와 사회의 우선순위를 돌아볼 수 있다.” - 체이스 W. 린드Chase W. Rynd, 국립건축박물관 책임 디렉터 -




전시는 사진, 오브제, 모델링, 영화 등 변화무쌍한 집합체를 통해 우리에게 친숙하고, 때론 놀라운 의미를 내포한 집을 다각도로 들여다본다. 집에서의 생활(Living at Home), 건축(Building a House), 집 구매(Buying a Home), 실제 주택의 축약본(Models) 그리고 영상(Film). 총 다섯 가지 카테고리로 이루어진 전시는 사람들이 집을 짓고 구매하는 과정, 그 안에서의 생활과 이를 대변하는 일상용품, 이 모든 것을 영상에 담은 필름으로 구성했다. 집을 중심으로 진화해온 ‘건축 기술’, ‘토지와 부동산 관련 법률’, ‘소비자의 문화’와 같은 키워드가 흥미롭다.

무엇보다 집의 형태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그 시대의 사회상이라는 메시지에 집중한다. 최근 유행하는 도시의 루프톱, 다양한 형태로 전환 가능한 다용도 거실(versatile living room) 등 동시대 주거 트렌드를 공유한다. 1인 가구의 증가에 따라 파생한 새로운 형태의 주거, 예컨대 낯선 이들과의 ‘하우스 셰어’ 현상 등을 다루는 것도 잊지 않았다. ‘Buying a Home’ 섹션은 집을 통해 문화는 물론 당대 경제 상황까지 읽을 수 있다는 점을 이야기한다.

방문객들에게 미국의 모기지 시스템 역사에 대해서도 알려주는데, 오늘날 집을 자산 가치, 소유의 개념으로 이끈 시초가 된 1860년대 정부 공여 농지, 1930년대 정부 담보 대출에 ‘X’라고 서명한 한 부부의 이야기 등을 통해 주택 소유에 관한 법률과 규정을 현재 경제 상황과 연결해 이야기한다. 벽돌로 집을 짓는 전통 방식부터 외벽 내에 샛기둥이 있는 목골조 건축물 ‘벌룬 프레이밍balloon framing’, 유리 실린더 형태를 뜻하는 ‘글라스 커튼월glass curtainwall’, 최근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부상한 ‘그린 빌딩green building’ 등 다양한 집 구조의 변화를 실제 모형을 통해 관찰할 수 있다.








과거 가정에서 사용하던 100여 개의 생활용품은 미국인들이 과거에 어떠한 삶을 살았는지를 유추할 수 있게 한다. 20세기 후반을 풍미한 미국 여배우 파라 포셋Farrah Fawcett의 포스터, 한때 미국 가정에서 유행한 퐁뒤 세트, 다이얼을 돌려 사용하던 아날로그 전화기, 영화 <토이 스토리> 시리즈에 등장하는 장난감은 각각의 아이템이 그 고유한 이야기를 통해 어떻게 ‘건물이 집이 되었는지(how a house becomes a home)’를 이야기한다.

우리가 ‘집’을 이야기할 때, 구조적인 건물 자체(house)와 거주자의 라이프스타일까지 아우르는 총체적 의미의 ‘삶의 공간(home)’을 떠올릴 것이다. 전시는 집의 다양한 의미를 ‘홈’과 ‘하우스’라는 서로 비슷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완벽하게 다른 두 단어로 나눠 소개한다. 결국 집의 인테리어와 구조보다는 실제 그 안에서 거주했던, 그 공간에서 숨을 쉬고 소품을 사용했던 사람들에 의해 가장 완벽한 집이 된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듯하다.

미국 경제 매거진 <포브스>의 2017년 기사에 따르면 ‘미국 주택은 가구당 평균 면적이 230㎡(약 70평) 이상’으로, 이는 전 세계 최대 규모다. 하지만 급격한 핵가족의 증가와 소득 감소로 인한 주택 소유 비율의 급감은 미국 밀레니얼 세대를 지방 전원도시로 밀어내고 노인층이 거주하는 실버타운(senior living house)을 양산했다. 비슷해진 도시 생활로 인해 모두가 유사한 주거 스타일과 주택 문제를 경험하는 오늘날 <하우스 & 홈> 전시는 미국의 예를 통해 우리의 주거 문화를 들여다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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