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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힙스터, 큐레이션

집 안으로 들어온 스트리트 패션

오프화이트

Text | Dami Yoo
Photos | Ikea, Off-White™

버질 아블로가 이끄는 오프화이트는 나이키를 비롯해 몽클레르와 크롬하츠, 이케아와 맥도날드, 최근에는 벤츠까지 분야를 막론하고 누구보다 활발하게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하고 있다. 그 파트너들은 각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상에 있는 브랜드다. 그말인즉 바로 지금 세대를 대표하는 아이콘이자 가장 역동적인 브랜드라는 의미다.







오프화이트는 2013년 버질 아블로가 설립한 이탈리아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다. 일리노이 대학교에서 토목공학과 건축을 공부한 그는 램 콜하스와 프라다의 긴밀한 프로젝트들을 인상 깊게 보면서 패션에 관심을 가졌고, 절친이었던 카니예 웨스트와의 협업을 기점으로 아티스트로 활약하기 시작했다. 이후 그의 커리어는 본격적으로 패션 신으로 이동했다. 형형색색의 케이블 타이, 사선 스트라이프와 화살표를 토대로 한 과감한 로고 플레이는 많은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켰으며 이내 패션계에 반향을 일으켰다. 특히 나이키와 전개한 스니커즈 ‘더 텐’ 시리즈는 하입비스트들을 매혹시켰다. 리셀 시장에서는 더욱 활개를 쳤고, 급기야 그는 루이 비통 남성복 아티스트 디렉터로 임명되어 럭셔리 패션 브랜드의 지형을 재편했다.



오프화이트의 이번 컬렉션은 력셔리와 스트리트 문화의 벽을 깬 것처럼 ‘집’과 ‘거리’의 경계를 허무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패션 공부를 한 적 없는 미국계 흑인이 루이 비통 남성복 아티스트 디렉터가 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후 그가 디렉팅한 루이 비통 패션쇼는 모두 모델 대신 흑인 뮤지션, 래퍼, 스케이터, 아티스트들이 런웨이를 장악했다. 버질 아블로는 그렇게 무대를 미국계 흑인이 주류로 올라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데 사용했다. 또 패션쇼 객석의 반을 패션 디자인 스쿨 학생들에게 내준 일화도 유명하다. 2019년에는 글로벌 럭셔리 플랫폼 파페치Farfech가 오프화이트의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던 밀라노 기반의 뉴 가즈 그룹New Guards Group을 약 8100억 원에 인수했다. 이후 오프화이트는 다양성을 고려한 전략으로 보이는 시리즈를 하나씩 선보였다. 그중 하나가 오프화이트 홈 컬렉션이다.








2019년 ‘세라믹’, ‘배스’, ‘베드’ 라인으로 구성해 선보인 첫 번째 홈 컬렉션은 오프화이트 특유의 과감하고 해체주의적인 인상과 달리 미니멀하고 차분한 디자인이었다. 다소 심심하다는 평도 이어졌다. 그럼에도 결과는 역시 ‘완판’. 올해 공개한 두 번째 컬렉션은 무려 80여 개에 이르는 아이템으로 구성했다. 인테리어에 특별한 포인트가 될 아이템이다. 도어 매트, 시계, 쿠션 등의 소품과 스툴, 데크 체어 같은 가구 그리고 재떨이, 손거울, 머리빗 등 소소한 생활용품까지 다양하다. 특히 오프화이트의 애로 로고 패턴을 적용한 홈웨어, 손과 가면으로 이뤄진 새 로고로 위트를 더한 물건들은 공간에 활기를 더한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홈 컬렉션을 대폭 확장한 것으로 보이는데, 오프화이트다운 아이코닉하고 활기찬 디자인의 물건들이다.








오프화이트의 홈 컬렉션은 버질 아블로가 오랫동안 이야기해온 ‘부조화 속의 조화’를 연상시킨다. 그는 스트리트 문화를 럭셔리 패션 시장의 한가운데로 올려놓은 장본인이다. 패션에 대한 통념을 깨는 디자인을 적용하고 럭셔리의 기준과 개념을 다시 만들었다. 그런 면에서 스트리트 문화의 정수를 담고 있는 브랜드가 본격적으로 집 안으로 잠입하기 시작한 이번 컬렉션은, 버질 아블로가 력셔리와 스트리트 문화의 벽을 깬 것처럼 ‘집(home)’과 ‘거리(street)’의 경계를 허무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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