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로 읽는 치열한 삶의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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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feature, 도시, 로컬, 다양성

‘빌라’로 읽는 치열한 삶의 연대기

책 <빌라 샷시>

Text | Dami Yoo
Photos | Kwon Taehoon

권태훈은 건축계에서 논의되지 않은 영역을 살핀다. 불법 증축의 대표 사례, 미관 훼손의 주범으로 인식되었던 샷시에 주목한 드로잉 리서치 <빌라 샷시>가 그것이다. 건물의 보이는 부분과 보이지 않는 부분을 상상력으로 연결하고 서로 다른 곳에 떨어져 있는 건물을 연결시키며 도시의 시나리오를 써 내려간 기록이다.







<빌라 샷시>(https://www.c3korea.net/villa-sash/)는 유명한 건축가 건물과는 달리 무명이지만 삶의 풍경처럼 자연스럽게 존재하는 동네 풍경에 집중한 권태훈 작가의 드로잉 리서치다. 권태훈은 다수의 건축사 사무소에 근무하며 실무를 쌓고 2017년에는 서울 구도심의 낡고 초라한 건물의 입면을 극사실적으로 그린 책 <파사드 서울>을 펴낸 바 있다. 그가 그린 드로잉은 마치 건물의 해부학이라고 정도로 섬세하고 집요한 이미지가 장대하게 펼쳐진다. 통상적인 건축 도면 자료집이 아니라 도면의 방법론을 따른 회화다. 건축을 경제적 효용으로 본다거나, 건축적 가치를 논하거나 역사적 연구를 목적으로 다가기보다는 건물의 보이는 부분과 보이지 않는 부분을 상상력으로 연결하고 서로 다른 곳에 떨어져 있는 건물을 연결시키며 도시의 시나리오를 써 내려간 기록이라고 보면 된다.

 



"샷시는 이웃과의 비교 의식, 그로 인한 모방과 동화 심리가

강한 한국인의 국민성과 맞물려 빠른 속도로 전파되었다.”

- 권태훈, 책 <빌라 샷시> 저자 -

 



<빌라 샷시> 역시 연구 대상에서 벗어난 도시의 빈틈, 건축의 주변부를 포착한 기록이다. 저자가 용산구 청파동을 산책하면서 발견한 건물들을 보고 그렸다. 계단 위에 설치한 지붕, 벽을 덧대 확장한 공간이 그 대상이다. 벽돌 개수를 일일이 세고, 보이지 않는 곳은 가늠해가며 완성한 권태훈의 드로잉은 실측과 분석이 아니라 관찰과 감각으로 포착한 도시의 단면에 가깝다. 이는 한 건물이 필요와 용도에 따라 덧대어지고 확장되는 모습을 일종의 생명력으로 바라본 결과다. 저자는 여기에서 한국만의 독특한 건축 요소이자 특성을 나타내는 주거 문화의 맥락을 찾아냈다. 이는 "샷시는 이웃과의 비교 의식, 그로 인한 모방과 동화 심리가 강한 한국인의 국민성과 맞물려 빠른 속도로 전파되었다. 주거 환경을 개선하려는 대중에 의해 집단이 추구하는 바가 건축의 형태를 빌려 드러난 것"이라고 표현한 대목에서 드러난다. 독특한 주거지 풍경을 형성하는 샷시에 대한 그의 호기심이 그곳에 거주하는 사람에 대한 관심으로, 그 사람이 사는 환경과 사회에 대한 관심으로까지 져나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책 말미에는 40년간 샷시를 제작하고 30여 년간 창호 회사에서 일한 두 전문가의 인터뷰도 수록되어 있다. 이렇게 현장의 목소리, 당사자의 목소리로 직접 전하는 '샷시 이야기'가 있어 더욱 흥미롭다. 그동안 빌라에 설치된 샷를 불법 증축물이나 건물의 미관을 해치는 무질서의 상징으로 인식했다면 이제는 샷시의 변을 들어볼 차례라는 것. 책을 끝까지 넘기면 샷시라는 구조물 속에 질서가 있고 고민이 있으며 이해가 있는 생활의 소중한 보호막이라는 점을 받아들이게 된다.








권태훈은 다세대주택이라는 주거 유형이나 낙후된 풍경을 노스지어의 대상으로 미화하는 흐름에 의문을 갖는다. 오밀조밀한 골목으로 이뤄진 마을이 어느 순간 관광지로 기능하는 모습, 낮은 집채가 모인 동를 내려다보며 안식의 시간을 갖는 모습을 떠올려보자. 누군가의 생활을 유희의 대상으로 보는 습관, 경험은 부재하고 낭만에 젖어 타인을 관조하는 태도는 괜찮은가? 권태훈의 드로잉 리서치가 도면처럼 건조하게 이루어지는 이유 역시 누군가의 생활을 바라보는 시점에 지나친 감정이입나 과잉 해석을 차단하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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