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에 지은 인류 최초의 디지털 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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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에 지은 인류 최초의 디지털 하우스

3D 디지털 하우스 ‘Mars House’

Text | Nari Park
Photos | Krista Kim

머물 수 없는 가상의 ‘디지털 하우스’가 한화 5억 8000만 원 상당에 거래되는 흥미로운 사건이 일어났다. 디지털 아티스트 크리스타 킴이 제작한 주택 ‘마스 하우스’ 이야기다. 3D 디지털 파일로 제작한 가상의 집이 이런 가치를 인정받은 데에는 어떤 이유가 있을까? 미술계에 ‘테크이즘’ 열풍을 몰고 온 작품을 통해 미래의 집과 라이프스타일에 관해 살펴봤다.







어둠이 깊게 드리운 검붉은 산봉우리가 연이어진 풍경을 마주한 집 한 채가 있다. 사면이 반사 유리 패널로 뒤덮인 초현대적인 집 안으로 침대와 식탁 같은 익숙한 가구가 보인다. 누군가의 집이라는 것이 명백해 보이는 이곳은, 그런데 어딘가 조금 이상하다. 비현실적일 만큼 차갑고 기계적인 분위기에서 실존하지 않는 집을 보는 느낌이랄까.

 

3D 렌더링 작업으로 디지털 세상의 집을 연출한 이 작품은 캐나다를 근거지로 활동하는 아티스트 크리스타 킴Krista Kim 3D 디지털 파일마스 하우스Mars House’. 블록체인에서 유통되는, 대체 불가능한 토큰이라는 뜻의 NFT(Non-Fungible Token) 기술을 적용한 이 디지털 작품은 가상화폐 288에테르288ether에 낙찰되며 큰 화제를 모았다. 추정가 51 4557달러(58000만 원 상당). 실제 집 한 채 가격에 견줄 만하다. 가보지도, 만지거나 머물 수도 없는 이 비현실 공간은 지금껏 우리가 갖고 있던에 대한 관점에 완전히 새로운 시선을 제시한다.








30초 분량의 마스 하우스Mars House’는 달 표면에 들어선 어느 집에 관한 영상이다. 보고 나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단조롭게 느껴질 만큼그곳의 삶은 몽환적이고 신비롭다. 유리관 너머로 펼쳐지는 산 능선은 마치 화성의 단면처럼 보이고, 야외 수영장은 어느 순간 차가운 얼음처럼 굳었다가 다시 일렁이기를 반복한다. 지난해 5월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시기에 작업한 이 영상에는 미국의 전설적 록 그룹 스매싱 펌킨스의 기타리스트 제프 슈뢰더Jeff Schroeder가 참여했는데, 그가 연주한 차분한 음악이 명상과 치유의 세계로 이끈다. 3D 렌더링을 통해 공간을 다각도로 보여주는 이 영상은 작가가명상에 기반해 작업했다고 말할 만큼 초현실적 공간을 통한 현실의 안식을 목적으로 한다.

 



매일같이 쏟아지는 수천 개의

메시지로부터 탈피할 곳이 필요하다.

 



한국계 캐나다인인 크리스타 킴은 그간 다양한 컬러 플레이로 평면 작업을 선보여온 아티스트다. 그녀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적외선을 연상시키는 가시광선 파장의 컬러로 완성한 추상화 작품들이 프랑스 패션 브랜드 랑방의 패션쇼에 소개되면서부터다. 왜 많은 장소 가운데 화성이었을까. “화성을 여행한다는 것이 매우 현실적인 시대가 됐다. 행성과 행성 사이에 증강현실을 활용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명상 디자인 철학을 구현하는 공간으로서 집을 설계한 작가는 건축가와 협력해 일반적으로 비디오게임 제작에 사용하는 소프트웨어인 언리얼 엔진Unreal Engine을 이용해 집을 렌더링했다. 작가 스스로 이 디지털 하우스를빛의 조각품(light sculpture)’이라 부른다. 앞으로도 치유의 공간으로 언제든 방문할 수 있는 디지털 세상의 다양한 집을 만들어갈 계획이다. 일부는 실존하는 명상 공간으로도 구현할 예정인데, 이번에 판매한마스 하우스또한 실제 명상을 위한 휴양지 형태의 구현에 관해 논의 중이다.





디지털 아티스트 크리스타 킴

 



디지털 하우스에 담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 작가는 이렇게 답한다. “도쿄에 있을 때 특별한 경험을 했다. 사람과 차가 끊임없이 교차하는 복잡한 도시 한복판을 걷다가 우연히 옆길로 빠져들었는데 그때 숨겨져 있던 사찰 정원(Zen garden)을 만났다. 명상을 위한 고요한 에너지로 가득한 그곳을 보며 우리의 삶을 디지털 생활과 접목해보면 어떨까 고민하게 됐다. 우리 사회는 디지털 화면이 만들어내는 수많은 혼란, 매일같이 쏟아지는 수천 개의 메시지로부터 탈피할 곳이 필요하다.“








미술 시장을 거점으로 확대되어가는 증강현실은 이제 더 이상 일부의 이야기가 아니다. AR 세상은 어느 순간 미래의 삶과 연결 고리를 형성하며 우리의 삶에 직면해 있다. 크리스타 킴은 디자인 전문 매체 과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실제 세계를 기반으로 한 가상 부동산은 증강현실 체험 앱인 슈퍼월드SuperWorld를 통해 구매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가까운 미래에 3D NFT를 발행하고 디지털 AR 자산 시장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은 증강현실을 통해 디지털 세계로 확장되고, 결국엔 하나의 독립된 디지털 세상이 존재하는 새로운 삶, 그 디지털 세상 안에서 무궁무진하게 다원화된 새로운 집과 라이프스타일을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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