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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부터 100세까지 나이에 관한 100명의 기록

책 [How old I am?]

Text | Nari Park
Photos | Phaidon

동안에 대한 욕구가 삶 전체를 지배하는 시대다. 1세부터 100세까지 전 세계 다양한 인종 100명의 나이별 인물 사진 & 역사를 기록한 책 [하우올드아이엠How old I am?]은 ‘나는 몇 살인가?’라는 질문 끝에 두기 좋은 책이다. 아이들을 위한 책이지만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오히려 숫자 자체에 함몰된 어른들에게 더 유익할 듯하다.







나이에 대한 관심, 더 정확히 말해혹시라도 내가 나이보다 늙어 보이는 것은 아닌가하는 고민은 삶을 불편하고 불행하게 만든다. 때때로 나이는 사람 관계의 보이지 않는 계급과 막을 생성하기도 한다. ‘당신은 나보다 어리니까또는당신보다 나이가 많으니까식의, 나이가 타인과의 관계를 설정하는 상대적 잣대가 되기도 한다. 나이에 함몰되는 순간 우리의 삶은 자칫 중심을 잃고 흔들린다.








프랑스 출신 사진가이자 아티스트 JR이 최근 출간한 책, 'How old Am I?' 1세부터 100살까지 전 세계 나이별 100명의 인물을 담았다. 세계 유수의 출판사 파이돈Phaidon에서 낸 이 책에는 뉴욕, 한국, 네팔, 파리 등 다양한 나라, 다양한 도시에 거주하는 다양한 인종의 초상화를 통해나이 듦을 이야기한다. 일전에도 다양한 인물의 사진을 통해주름이라는 유사한 주제를 펼쳐 보인 적 있는 작가는 이 책의 집필 계기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나이에 관한 고정관념에 함몰되지 않는 자연스러운 대화의 장을 여는 것, 그것이 오늘날 선입견 없이 성장하는 아이들을 위한 최선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성장할 뿐 늙지 않는다.

하지만 사유의 성장이 멈춘다면 비로소 늙게 된다.”

- 랄프 왈도 에머슨, 미국 사상가이자 시인 -

 



책에 담긴 인물의 얼굴은 모두 흑백 처리해 나이나 인종으로 인한 선입견을 배제하고자 한 노력이 엿보인다. 4~8세 아이들이 자신의 가까운 미래인 10대의 모습은 물론 부모, 할머니·할아버지의 모습과 얼마나 다르게 변화할지 효율적으로 구별하도록 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줄리 푸젯Jelie Pugeat이 공동 저자로 참여한 이 책은 개인의 경험, 바람, 기억, 감정을 자세하게 설명하는 장문의 텍스트에 인물 사진을 더했다. 독자에게 삶의 선물인 나이 듦, 늙어간다는 것의 미감을 가감 없이 전하고자 집중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나는 몇 살일까?’라는 질문과 함께 소개한 각 나이별 인물들의 표정, 그들이 살아온 인생과 성장 과정, 삶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글이 이어지며 자연스럽게 나이에 따른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 야생의 다양한 동물을 모은 백과사전처럼 1년 단위로 미세하게 성숙해가는 우리 삶의 수많은나이를 이해하고 그에 관한 대화를 돕는 인생 도감이 있다면 이런 형태일 것이다.

 

인도네시아에 거주하는 57세의 사파리나Safarina는 이 책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내가 몇 살인지 개의치 않아요. 나는 항상 내 다음 생일을 기대합니다. 27세에 결혼해 28세에 딸을 얻고 38세에 아들을 얻었어요. 그리고 제 공부를 끝냈죠. 나이 들어가는 매 순간 나는 많은 것을 얻었어요. 지금은 과학자로서 내 가족, 음악을 즐기며 살아갑니다.” 프랑스에 거주하는 11세의 존슨은 어떠한가. “내가 성장하고 있다고 느껴요. 학교를 갓 옮겼기 때문이죠. 새로운 삶을 사는 기분이랄까요. 80세까지 살고 싶지는 않을 것 같아요. 내가 좋아하는 산악자전거를 더 이상 탈 수 없으니까요. 우리 동네 피자 가게에서 피자 만드는 게 꿈이고, 환경 오염으로 지구가 더 이상 파괴되지 않았으면 해요.” 한 살, 한 살 각기 다른 연령의 얼굴을 마주하고 사연을 읽다 보면 어느새 100살까지 살아본 듯 간접 체험을 하게 된다. 생김새와 경험치가 조금씩 다를 뿐 결국 100명이 꿈꾸는 삶은 하나다. 행복하고 싶다는 것.








나이에 대한 고정관념을 갖지 않는 아이들이 나이에 관해 질문하고 토론하는 것,

그런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형성될 때 우리는 나이의 무게로부터 자유로워지지 않을까. 그래서 이 책의 표제는 의문문이다.”

-JR, 저자

 

작가는  난항을 겪었다고 이야기한다. 97세의 터키인을 찾기가, 한 세기 가까이 살아온 인물을 찾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100세의 인물과 마주하는 이 책의 마지막 순간은 그래서 더욱 값지고 설렌다. 모두에게 주어지는 생의 페이지가 아니란 것을 알기 때문이다. 성인 발달 분야의 권위자인 도티 빌링턴Dottie Billington 박사는 저서 <멋지게 나이 드는 법 46>에서 이렇게 말했다. “성장을 멈추는 순간 늙는다. 지금 나이가 몇 살이든 간에 우리 내면에는 우리가 상상도 못 할 거대한 잠재력이 숨어 있어 그 힘이 발휘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중요한 것은 나이가 아니라 활기찬 삶의 태도라는 이야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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