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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다양성, 라이프스타일, 반려동물

‘프로 자취러’가 집주인이 된 사연

책 <결혼은 모르겠고 내 집은 있습니다>

Text | Young eun Heo
Photos | Min Jeong Kim, 21세기북스

책 <결혼은 모르겠고 내 집은 있습니다>에는 14년 동안 남의 집을 전전하던 비혼 여성의 내 집 마련 스토리가 담겨 있다. 하지만 아파트를 사고 그것을 꾸미는 건 시작에 불과했다. 저자는 비로소 집을 통해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는 방법을 터득하고, 타인과 느슨한 연대를 맺는 법을 배우면서 지속 가능한 비혼 라이프를 살게 되었다.








사회가 결혼은 선택의 문제라는 걸 인식하기 시작한 건 얼마 되지 않는다. 아니, 다들 알고 있었지만 아니라고 잡아뗐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21세기가 20년이나 더 지나고 나서야 비혼이라는 말이 책이나 매체에 등장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화성에 탐사선을 보내고, 재벌들이 우주여행을 실현시키고 있는 시대에 여전히 비혼주의자는 외계인 취급을 받는다. 어디 그뿐일까? 사회 제도와 정책에서 비혼 가구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


 

유독 비혼자에게 빡빡하게 구는 세상이기에 꼭 집을 사야 한다고 외치는 사람이 나타났다. <결혼은 모르겠고 내 집은 있습니다>의 저자 김민정 작가다. 비혼에다 비정규직이었던 그녀는 14년 동안 남의 집을 전전하면서 혼자 사는 여성의 서러움과 불안감을 뼈저리게 느꼈다. 점점 더 넘보기 어려워지는 서울 집값에 내 집 마련은 꿈도 꾸지 못하던 그때, 집을 샀다는 동료가 등장했다. 집 사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님을 알게 되자 저자는 프로 자취러에서 집주인의 삶을 살기로 결심한다.



 




책은 대한민국에서 혼자 사는 여성의 서러움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것부터 시작한다. 보증금 반환을 미루는 집주인에게 경상도 여자는 다시 안 받는다는 독한 말을 듣고, 층간 소음을 일으키는 이웃이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저자세로 부탁했던 일까지. 같은 처지에 놓인 여성들이 나도! 나도!’를 외치며 공감할 에피소드로 가득하다. 공감을 이끄는 이 책의 매력은 저자의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만든다. 저자는 혼자 사는 여성들이 집 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나도 샀으니 당신도 살 수 있다고. 그리고 우리 함께 비혼의 삶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고.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나면 나 역시 집을 살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함께 비혼 여성에게 유독 각박한 이 세상을 함께 헤쳐나갈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안도감까지 얻게 된다.




자기만의 온전한 방을 갖기 위해

필요한 건 자기만의 시간이었다.”




책은 내 집 마련 노하우를 간단명료하게 전달하는 동시에 하나의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해피 엔딩이 아니라는 것. 진짜 중요한 건 그 집에서 사는 자기 자신이 행복하게 삶을 잘 꾸려나가는 것임을 알려준다. 자금 마련을 위해 주 6, 다섯 가지 일을 했던 저자는 예상보다 빨리 집을 마련할 수 있었지만 일상은 엉망이 되었다. 집 안은 불만족과 스트레스로 사들인 물건이 쌓여만 갔다. 이때 저자는 아파트 앞에 먼지가 잔뜩 쌓인 채 방치된 자전거를 보고 자신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이후 모든 일을 그만두고 집에서 자아를 찾는 여정을 떠났다. 충분히 쉬고, 정해진 루틴에 맞게 움직이고, 자신을 괴롭히던 고정관념과 편견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했다. 잘 살기 위해서 산 집에서 정말로 잘 살기 위한 여정이 시작된 것이다.



자유로워진 저자는 잘이 아니라 적당히.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삶을 살기 위해 몇 가지 규칙을 세웠다. 그러자 일상이 정돈되기 시작했다. 가전제품을 이용해 시간을 아끼고, 적게 일하고 적게 버는 삶에 익숙해지기 위해 소비를 줄였다. 요리는 못해도 나름 잘 챙겨 먹으려 하고, 두 마리 고양이와 공존하는 방법도 찾았다. 역시 삶에서 중요한 건 특별한 사건이나 놀라운 이벤트가 아니라 일상을 꾸준히 지속하는 것이다.








비혼 여성은 흔히 혼자는 외로워, 얼른 결혼해라는 걱정을 가장한 비아냥 섞인 충고를 받는다. 괜찮다고 답하지만 문득 혼자라는 고독감이 나를 덮치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밀려오는 건 어쩔 수 없다. 당당히 비혼을 외치고 이를 유튜브로 공유하는 저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인생의 큰 사건을 통해 자신에게는 기쁨과 슬픔을 공유하고 즐겁게 시간을 보낼 가족, 친구, 동료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이 책은 지속 가능한 비혼의 삶을 누리기 위해서는 더 철저한 가족계획이 필요하다고 전한다. 혼자가 됨으로써 공동체와 연대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다니, 인생은 정말 아이러니하다.








충동적으로 시작했지만, 저자는 새로운 터전을 얻음으로써 삶을 되돌아보고 진짜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었다. 이렇게 책 <결혼은 모르겠지만 내 집은 있습니다>는 비혼 여성의 고군분투기이자, 혼자 사는 법을 터득해가는 인생 에세이다. 그래서 비혼 인구가 늘어가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읽었으면 한다. 비혼도 우리 사회의 일부분이라는 걸 이해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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