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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큐레이션, 힙스터

방 안에 구겨져 들어온 미술관

전시 <우리 집에서, 워치 앤 칠>

Text | Young Eun Heo
Photos | 국립현대미술관

집이 공연장도 되고, 미술관도 되는 시대. 이러한 흐름에 맞춰 국립현대미술관이 아시아 3개 기관과 함께 아트 스트리밍 플랫폼 <우리 집에서, 워치 앤 칠>을 오픈했다. 통신망과 모바일 기기만 있으면 어디서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이 전시 겸 플랫폼은 사적 공간인 집으로 거대한 미술관을 끌어들인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 <우리 집에서, 워치 앤 칠Watch and Chill>은 데이터의 송수신으로 사적 영역이었던 집이 공적 영역으로 진입하는 흐름을 잘 보여준다. 한국 국립현대미술관, 홍콩 M+미술관, 태국 아이얌 현대미술관, 필리핀 현대미술디자인미술관이 협력한 <우리 집에서, 워치 앤 칠>은 전시이면서 동시에 구독형 아트 스트리밍 서비스다. 온라인 플랫폼에 접속해 회원 가입만 하면 누구든 집에서 편하게 미디어 아트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익숙함과 낯섦의 경계에 서 있는 <우리 집에서, 워치 앤 칠>은 코로나19로 변화한 환경에서 미술관, 예술가, 관객이 미술을 공유하는 새로운 방식을 모색한다. 그 결과는 집에서 언제든지 접속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을 제작해 공공장소인 미술관을 개인 공간인 집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전시는 이러한 특성을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 “내 방의 컴퓨터와 모바일 기기 속으로 미술관이 들어온다.”




<주거>, 위안광밍, 2014



<에이 비 에이 비디오>, 오민, 2016




집에서 즐기는 미술관이라는 특징에 따라 <우리 집에서, 워치 앤 칠>을 주제로 한다. 그리고 네 가지 소주제를 정해 한국, 홍콩, 필리핀, 태국에서 활동하는 아시아 작가들이 바라본 집과 그것을 기반으로 세운 공동체에 대한 작품을 전시한다. 첫 번째 섹션 거실의 사물들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변해버린 집과 그 안을 이루는 사물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전한다. 대만의 미디어 아티스트 위안광밍의 <주거>에서는 아름답게 꾸며진 거실이 갑자기 폭발해 모든 게 파괴되는 장면이 연출된다. 평화로웠던 집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모습은 일상을 잃어버리고 모든 게 달라진 코로나19 상황과 겹쳐 보인다.


한국 작가 오민의 <에이 비 에이 비디오>는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소나타 2 1악장의 구조를 사물로 구현한 작품이다. 스크린 안에서 계속 옮겨지고 여러 방식으로 나열되는 사물들은 기존 맥락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계를 맺는다. 이는 '집콕' 생활로 집 안의 사물과 친해지고 다시 관계를 맺게 된 현재의 우리 모습과 다르지 않다.





엘리의 눈’, 차재민, 2020




한편 집의 공동체섹션에서는 집을 떠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캠프의 <만에서 만을 거쳐 만으로>4년 간 인도 쿠치 지역 선원들의 모습을 담은 작품이다. 집을 떠나 바다 위 선박에서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한 선원들은 그 안에서 일하고 먹고 자고 웃으며 긴 시간을 보낸다. 차지량의 <뉴 홈>은 주거 시스템에 무력한 특정 세대가 참여한 퍼포먼스를 영상으로 기록한 작품이다. 이들은 도시 개발로 남겨진 다양한 유형의 빈집을 돌아다니며 하루 저녁을 체험한다. 부서지고 낡아 집이라고 하기에 너무 열악한 환경에서 지내는 젊은이들의 모습은 최근 사회 이슈로 대두되고 있는 집값 상승 현상을 떠오르게 한다. 더 놀라운 건 이 프로젝트가 10년 전인 2012년에 제작되었다는 것이며, 그동안 주거와 부동산 문제가 하나도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타가수분’, 구동희, 2016




마지막 섹션 메타-에서는 집 이상의 집을 선보인다. 코로나19로 속도가 빨라졌지만, 사실 집은 서서히 변하면서 경계를 넘고 있었다. 집과 가상 세계가 연결되고, 오프라인과 온라인에 동시에 집이 존재하며, 게임 같은 디지털 세상에 집을 따로 마련할 수도 있다. 이러한 흐름은 NFT, 메타버스의 등장과 함께 가속화하고 있다.




미술관이라는 큰 공간이 내 방 안으로 구겨져 들어온다.”

- 유현주, 연세대학교 교수 -




전시 <우리 집에서, 워치 앤 칠>은 집이 사적 영역을 넘어 공적 영역으로 진입한 상황에 대해 도시가 점차 침대로 들어오고 있다라고 표현한다. 한 손에 들어오는 모바일 기기와 통신망만 있으면 집이 학교와 회사는 물론 공연장, 미술관까지 되는 시대다. 코로나19가 종식되어도 이 현상은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더 발전할 것이다. 집이라는 작고 사적인 공간에 큰 공공의 영역이 들어오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집에서 미술관의 현장성을 경험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집의 영역이 확장되면 우리의 삶은 어떻게 변할까? 이와 같이 아직 풀어야 할 숙제는 많지만 이것 하나만은 확실하다. 그 어느 때보다 우리의 집은 급변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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