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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라이프스타일, 오가닉, 재생, 친환경

옷을 넘어 먹거리로 영역을 넓히는 파타고니아

파타고니아 프로비전스

Text | Nari Park
Photos | Patagonia Provisions

플리스 재킷의 대유행으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파타고니아는 사실 미국인에게는 자신의 여가 스타일과 삶의 태도를 드러내는 대표적 브랜드다. 친환경 공법으로 다양한 아웃도어 의류를 선보여온 파타고니아가 먹거리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담은 ‘파타고니아 프로비전스’를 운영한 지 올해로 10년이 되었다. 소스와 통조림 같은 식품은 물론 건강한 삶에 관한 책, 제로 웨이스트를 모토로 한 텀블러, 최근에는 내추럴 와인과 사케를 출시하며 미국 중산층의 여가와 삶, 미식의 영역으로까지 범주를 넓혀가고 있다.








호수와 산, 그리고 사계절이 드라마틱하게 펼쳐지는 아웃도어 운동의 천국, 미국 중부에서는 파타고니아Patagonia를 입는다는 것이 곧 유기농과 아웃도어 라이프를 즐기는 삶의 태도와 연결된다. 스키, 캠핑, 등산, 카누, 카약 등 1만 개가 넘는 크고 작은 호수를 무대로 드라마틱한 사계절을 마주하는 미국 중부 미드웨스트Midwest 삶에 파타고니아는 확실히 매력적인 장비들을 생산하는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산층이 밀집한 동네에서는 왼쪽 가슴 언저리에 ‘Patagonia’ 로고를 새긴 옷을 착용한 채 텀블러를 든 30~40대 직장인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친환경 소비를 지향하고 아웃도어 운동을 즐기는 강인하고 모험심 강한 사람’이랄까. <브랜드는 어떻게 아이콘이 되는가>라는 책을 쓴 더글라스 B. 홀트의 “파타고니아는 극단적 야생의 자연을 동경하는 미국 중산층에게 낭만적인 사진과 친환경적인 삶의 태도를 제공하며 오늘날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대변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다.








아웃도어 브랜드 시장에서 '친환경'을 강력한 슬로건으로 내세우는 파타고니아는 의류뿐 아니라 식품 분야에도 진출해 미국 중산층의 여가와 삶, 미식의 영역까지 확장해왔다. 독자적 식품 브랜드 파타고니아 프로비전스Patagonia Provision가 대표적이다.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통해 2012년 출범한 파타고니아 프로비전스는 아직까지 국내에는 낯설지만 미국에서는 지난 10년간 자연을 존중하는 식품 브랜드로 독자적 행보를 이어왔다.








2012년 연어로 만든 어포 ‘와일드 살몬 저키Wile Salmon Jerky’를 시작으로 버펄로 육포, 고등어 통조림 샘플러sampler, 말린 과일과 꿀, 비즈왁스 샌드위치 패키지, 메이플 시럽 등 다양한 식품군을 출시하고 있다. 모든 상품의 공통된 특징은 재생 유기농법(Regenerative Organic Agriculture, ROA)으로 제조한다는 것. 이를테면 대규모 양식장에서 기른 연어가 아닌 캐나다 원주민이 전통 방식으로 포획한 야생 연어를 활용한다거나, 축사에 가두지 않고 방목한 버펄로를 사용하는 것이다. 이는 유기농과 친환경에 관심 많은 미국 상류층의 높은 호응을 이끌었다.




“파타고니아 프로비전스는 또 하나의 비즈니스

벤처가 아니다. 이것은 인간 생존의 문제다.

- 이본 취나드Yvon Chouinard, 파타고니아 설립자 -




파타고니아 프로비전스의 식품은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파타고니아식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한다. 1980년대부터 일찌감치 ‘환경 운동’을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지속 가능한 소비를 이끌어온 이 브랜드는 제품을 통해 환경을 생각하는 다양한 소비를 이끌어낸다. 다회용기의 사용을 독려하는 텀블러, 캠핑용 스테인리스 와인병과 컵, 친환경 음식 포장지 ‘비스 랩Bees wrap, 건강한 삶에 관한 음식 에세이 등의 책이 대표적이다.



몇 년 전부터는 삶에 여흥을 주는 주류 품목에도 눈을 돌렸는데, 2016년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양조 회사 홉웍스 어번 브루어리Hopworks Urban Brewery와 함께 출시한 맥주 ‘롱 루트Long Root’가 대표적이다. 이 제품은 땅속 3m까지 깊숙이 뿌리 내리는 다년생 개량 밀 품종인 컨자Kernza를 주원료로 한다. 단년생 작물인 일반적인 밀로 맥주를 만들 때 발생하는 막대한 양의 탄소 배출과 토양 유실을 막을 수 있는 친환경 맥주다.








2021년 하반기에는 와인과 사케를 출시하며 본격적인 주류 사업을 시작했다. 명확한 라이프스타일 철학을 기조로 지금까지 아웃도어 브랜드에서 시도한 적 없는 친환경 소비를 이끌어내는 셈이다. 보통 포도 재배에 사용하는 합성 비료가 온실가스 배출을 증가시키는 것과 달리, 파타고니아 프로비전스에서 출시하는 8종의 내추럴 와인은 풀과 야생화, 곡물을 적절히 섞어 토양을 비옥하게 하고 생물의 다양성을 촉진하는 방식을 취한다. 와인 맛을 돋우기 위한 어떤 첨가물도 사용하지 않는다.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포도 찌꺼기 역시 발효시켜 또 다른 와인을 생산하는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한다. “파타고니아는 완벽한 기능성을 갖춘 아웃도어 제품은 물론, 친환경을 모토로 한 다양한 식품을 통해 자연을 존중하는 태도, 삶의 가치관까지 설파한다”라는 최근 <뉴요커>지 기사는 한 번쯤 우리를 돌아보게 한다. 이를테면 인기 많은 플리스 재킷 그 이상의 것, 브랜드가 제시하는 환경을 위한 보다 나은 삶의 태도 같은 것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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